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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고운 Dec 06. 2020

대화의 희열

여운이 남는 성숙한 대화

 우리는 일상에서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눈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때론 친구나 직장동료와 함께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거나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거나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할 수도 있다. 여러분은 주로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가? 또 어떤 대화를 선호하는가? 지금부터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대화에 관해 늘어놓고자 한다.


 나는 대화를 하던 순간의 즐거움뿐 아니라, 끝난 뒤에도 여운이 남는 대화를 좋아한다. 가벼움보단 진중하고 무거움을 추구하는 편이다. 서로가 가진 고민거리, 앞으로의 미래나 가치관 등 조금 철학적이고 깊이 있는 주제 말이다. 나와 성향이 비슷한 친구들과 카페에서 만나면 주로 이런 소재를 가지고 수다를 떨게 된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런 진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여기서 무겁지 않은 이야기들에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는 건 절대 아니다. 당연히 일상적인 주제를 다루는 대화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나 또한 무거운 주제를 좀 더 좋아하는 것이지, 일상적인 대화가 싫은  아니다) 그래서 내가 먼저 그런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도, 밝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갑자기 찬물을 들이붓는 상황이 돼버릴까 봐 선뜻 나서지 못한다. 그러다 결국, 묵직한 대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했다.


 바로 책 쓰기 프로젝트에 지원한 것이었다. 책을 출간하고자 했던 목적도 있었지만 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자 했던 이유도 있었다. 한 권의 책을 출간하기 위해 10명의 사람들이 모이면서 서로의 생각과 고민이 담겨 있는 각자의 삶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또 감사하게도 출간 전부터 내 삶의 일부가 담겨 있는 글을 읽고 공감해주신 분도 계셨다.

출간 후에는 책을 낸 사람들만 참여 가능한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한 번 만난 것이 다였지만 기억에 남는 대화들을 많이 나누었다. 서로의 가치관의 벽을 허물 수 없었던 성숙한 이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할지, 취미로 두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 등 서로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털어놓고 각자만의 생각이나 의견을 보여주기도 하며 깊이 있는 대화를 다루었다.


 이런 나의 성향은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바로 '알쓸신잡'과 '대화의 희열'이 그렇다. '알쓸신잡'을 풀어 적으면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란 말로, 몇 명의 지성인들이 국내 지역을 각자 흩어져 여행하며 배우고 느낀 것들에 대해 나중에 한 곳의 식당에 모여 각자가 여행한 곳에 대한 정보와 느낌들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알쓸신잡'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상들은 과학에서든 역사에서든, 인생의 해답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이러한 삶에 대한 고차원적인 토론을 엿듣다 보면 나도 슬그머니 그 사이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내 생각도 피력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

 

 '대화의 희열'도 비슷한 매력을 품고 있다. 요즘 떠오르고 있는 한 사람을 게스트로 초청해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인데, 첫 시청은 '아이유'편이었다. 내가 '아이유' 팬이어서 그런진 몰라도 보면서 마음에 좋은 것들이 가득 들어찬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유명한 공인이라도, 서로가 가진 고민은 비슷하구나 생각했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성공한 건,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시도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면이 성숙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듣다 보면 나까지 덩달아 성숙해지는 것 같고 많이 배우게 된다. 


 또 하나 깨달은 점이 있다. 이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인데, 대화를 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경청과 배려가 몸에 배어 있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도중에 끼어들지 앉고 집중해서 듣는 것, 상대가 말을 끝마치고 나서야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대화의 기본이다. 듣는 입장이 되었을 때 그들의 태도는 모두 진지했다. 경청과 배려를 기본으로 한 깊이 있는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의 감정에 상처를 내지 않고도 내 의견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다. 각자의 다름을 오롯이 인정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가벼운 일상 대화 속에서조차 꼭 필요한 태도이기도 하다.


 여러분은 가벼움과 무거움 중 어느 쪽에 좀 더 저울이 기울어져 있는가. 항상 묵직하고 배움과 여운을 남기는 대화만 할 수는 없지만 요즘은 우리에게 그런 시간이 훨씬 더 줄어들지 않았나 싶다. 우리 가끔은, 두 번 다시 기억나지 않을 시시콜콜한 대화 말고도 나중에 문득문득 떠오르게 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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