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태권도
일주일이 지났다. 결국 관장님께 '증밍아웃'을 했다.
"일주일 해 보시니까 어떠세요?"
"옛날엔 애들 대하는 게 너무 어렵고 힘들고 그랬었는데. 귀엽다고 다 받아주면 어깨 위로 막 타고 올라오고, 그렇다고 애들한테 화를 낼 수도 없고... 근데 지금은 할 만하네요."
"그렇죠. 근데 쌤은 혹시 이쪽으로 쭉 일 해보실 생각 없으세요? 보니까 애들도 좋아하는 거 같은데..."
"하하, 그러게요.. 이제와서 이런 일 하게 될 거라곤 전혀 상상도 못 했어요. 관장님, 그래서 말인데요...
저, 보육교사 자격증이랑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습니다. 아동복지 전공이었거든요. 혹시나 필요하실까 해서 그냥 참고로 알려드려요. 아, 민간자격이지만 국제 응급처치 EFR자격증도 있네요."
"오, 쌤!!! 그럼 일단은 1단을 빨리 따 보시죠."
상황이나 환경이 내 의도와 상관없이, 무언가에 이끌리듯 흘러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몇 번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면, 지금 당장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가까운 미래에 결국 '아- 그래서 그랬구나. 이러려고 그랬었구나.' 하는 때가 온다. 신을 믿지는 않지만, 그런 것을 보면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의해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한 순간이다.
아이들과 함께 지낸 일주일 동안, 나는 뭔가 치유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부모님께 이유 없이 부리던 짜증도 덜 해 진것 같고, 퉁명스럽던 내 말투도 좀 부드러워진 것 같다. 나를 보면 온통 한숨과 잔소리 뿐이었던, 아이돌보미를 하고 계시는 엄마와도 통하는 새로운 대화 거리가 생겼다.
수출입 사무직으로 일하던 중에 전사 차원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었었다. 나는 그 때 대상은 아니었지만, 퇴직 '당하시는' 20-30년차의 부장, 팀장님들과 임원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었다. 저들의 모습이 곧 내 미래라는 생각과, 회사에 대한 배신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입장도 이해되었다. '평생직장' 보다는 '평생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나만의 기술이 있어야겠다는 결론이 나왔고, 그래서 이것저것 배워보고 여기저기 기웃거렸었다. 내가 정말 즐기면서 잘 할 수 있고, 나여서 할 수 있고, 그 일에 있어서는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기 때문에, 단물 빨리면 언제든 버려지는 곳이 아니라 나를 정말 필요로 하는 곳에서 내 능력을 가치롭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결국, 일단은 1단을 따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