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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샘 Jan 11. 2020

포도가 재배된다

포도재배의 기후조건

포도재배의 최적 기후조건지중해성 기후


포도는 올리브, 레몬, 오렌지와 같이 지중해성 기후에 잘 적응하는 식물이다. 지중해성 기후는 쾨펜의 기후 구분으로는 온대 하계 건조 기후(Cs)라고 한다. 지중해성 기후는 말 그대로 지중해 연안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것이다. 이 기후는 지중해 연안을 포함하여 남ㆍ북위 30°~45°사이, 그것도 대륙의 서쪽 해안에 집중해 있으며, 겨울이 상대적으로 온화하고 여름은 고온 건조한 것이 특징이다. 지중해성 기후 지역의 식물들은 특히 사막과 같은 여름의 가뭄 조건에 적응하기 위해 여름에 휴지기를 갖거나 수분을 보유할 수 있는 두껍고 반질거리는 잎사귀를 발달시킨다. 그런데 포도는 이 같은 식물과 달리, 지하 심층에 저장된 물을 빨아올릴 수 있는 심층 뿌리 시스템을 발전시킴으로써 여름의 건조한 기후에 적응한다.    


서안해양성 기후(Cfb) 지역은 지중해성 기후 지역에 버금가는 포도재배 적지(適地)에 해당한다. 서안해양성 기후는 지중해성 기후 지역 바로 이웃에, 또는 지중해성 기후 지역에서 극지방 쪽으로 나타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륙의 서해안에 분포한다. 중위도에서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편서풍은 이 지역의 기온을 따뜻하게 해 주기 때문에 지중해성 기후 지역과 해안 쪽으로 가까운 지역들은 포도재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적도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스코틀랜드, 노르웨이, 알래스카와 같은 서안 해양성 기후 지역은 포도 재배가 곤란하다.


가장 보편적인 기후 떼루아는 크게 보아 지중해성 기후 지역과 서안해양성 기후 지역이긴 해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런 곳에서’ 일뿐이며, 지역을 좁히면 ‘이런 곳에서도’의 원리가 작용한다. 그래서 포도재배 떼루아에 영향을 주는 기온, 일조량, 강수 등 기후조건을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기온은 몇 가 적당할까?

포도재배에 적합한 연평균 기온은 11℃~16℃ 사이, 평균 13℃ 정도이다. 기온이 9℃ 이하로 내려가면, 너무 추워 포도를 재배하는데 부적합하다고 한다. 모든 포도나무는, 특히 유럽종 포도는 추운 날씨를 싫어해서, 봄에 기온이 영하 3℃만 되어도 싹이 얼고 수확은 크게 줄어든다. 겨울 날씨가 영하 15℃에서 20℃까지 내려가고 여기에 바람과 습기까지 겹치면 포도나무는 못쓰게 되어 베어 버려야 한다. 때문에 유럽의 경우, 북위 50°이상에 위치한 지역이나 따뜻한 바닷바람의 영향을 받지 못하는 내륙 지방은 포도 농사가 어렵다.     


포도경작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남북에 걸쳐 여러 품종이 분포하는데, 품종에 따라 발아시기(얼마나 빨리 싹을 틔우는가), 생장주기에 필요한 열량(발아기에 비해 수확기에는 45%의 열량이 더 필요하다), 포도가 익는 시기 등이 각각 다르다.  


포도는 품종마다 익는 기온 조건이 다르므로 포도재배에서는 열기와 냉기의 기후 환경을 잘 따져 보아야 한다. 예를 들면 리슬링 품종은 독일의 서늘한 계곡에서 잘 익지만, 시라 품종은 그렇지 못하다. 리슬링을 프랑스 론밸리에서 재배하면 태양에 구워낸 듯 너무 익어버리지만, 시라는 그곳에서 작열하는 태양의 양기를 듬뿍 받으며 완벽한 상태로 익는다.

 

일조량은 얼마나 필요할까?

기온 못지않게 일조량 또한 포도재배에 큰 영향을 주는 기후 요소이다. 포도나무가 광합성을 통해 포도송이에 공급하는 당분의 양이 일조량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조생종 포도가 익기까지는 약 1,200시간의 일조량이 요구되며, 만생종의 경우에는 1,600시간의 일조량이 필요하다. 일조량은 포도밭의 지형(방향이나 비탈의 경사, 앞에 언덕이나 산이 있는가)에 따라 달라지고, 또 포도나무를 어떻게 심었는가(나무가 열을 이룬 방향, 나무들 사이의 간격, 가지치기한 잎의 밀도 등)에 따라서도 일조량이 달라진다.     


기후가 서늘한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포도밭은 매일 따뜻한 햇볕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분포한다. 왜냐하면 풍부한 일조량이 있어야 기온이 낮은 지역이라는 포도재배의 불리한 조건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똑같이 기름진 좋은 포도밭에 심긴 같은 품종의 포도라 하더라도 일조량의 차이는 포도주 맛이 달라지게 만든다.     


스위스 레만 호수 북안(北岸) 라보 지방에는 북위 46° 30′이고 급경사지임에도 불구하고, 돌담(테라스)으로 둘러싸인 계단식 포도밭들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이곳의 포도는 당도가 아주 높은데, 이는 ‘세 개의 태양’, 즉 남쪽 하늘의 태양, 레만 호수에 반사되는 태양빛, 밤이면 돌담이 머금고 있다 뿜어내는 열기가 포도재배에 적합한 떼루아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계단식으로 포도밭을 만든 것은 토양 침식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계단식일지언정 포도밭을 이루게 한 것은 역시 ‘세 개의 태양’ 덕분이다. 여기에 인간의 노력이 들어간 라보 지방의 계단식 포도밭은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간과 자연 사이의 상호 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관이 되어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         

스위스 레만 호수(북안의 위도: 46° 30′)
라보 포도밭 경관


비는 어느 정도 내려야 할까?

포도재배에 필요한 강우량은 일조량과 지형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최저 450㎜에서 최고 1,000㎜까지이며, 최적 강우량은 500~600㎜ 정도로 꽃이 피고 성장할 때 월 50㎜ 정도의 비가 내리면 이상적인 비의 양이다. 연 강우량이 1,000㎜이상이면, 우기에 포도가 부패하거나 배수가 잘 되지 않는 흙에서는 포도 뿌리가 쉽게 썩는다. 반면에 연 최소 강우량이 300~400㎜이하로 내려갈 때에는 주기적으로 관개(灌漑) 해야 한다.     


포도재배에는 안개도 한몫한다. 공기 중에는 질소가 78% 포함되어 있어, 안개가 공기 중의 질소를 포도나무에 자연스럽게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수증기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대기의 온도가 이슬점 아래로 내려가 공기 중에 물방울로 응결되어 생기는 안개는 포도나무에게는 보약과 같은 존재이다. 동일한 원리로, 공기 중의 수증기가 포도나무 줄기나 잎의 표면에 응결하여 생기는 이슬 역시 안개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이 포도나무가 성장하는 계절에는 안개와 이슬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공기 중의 습도가 높아야 하고 밤낮의 일교차도 커서 대기의 온도가 쉽게 이슬점 아래로 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 인접한 바다와 강에서 불어온 바람이 수증기를 제공하고 밤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온도를 낮춰주는 산이나 계곡이 좋은 포도 재배지로 꼽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포도 재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의 하나는 물이다. 물은 매우 중요하며 포도나무에 필요한 강우량 외에도 포도의 수확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다양하다. 토양의 수분 저장 능력, 바람과 공기 중의 습도, 이슬, 가뭄에 대한 묘목의 저항력 같은 요인들이 모두 물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물은 일정한 기후 조건 아래서 포도의 생장 상태를 바꾸어 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의 화산섬 산토리니에서는 아침과 저녁으로 분화구의 바닥에 짙게 낀 안개가 산 위의 포도밭으로 올라가 습도를 제공하므로 낮에 강한 햇볕이 쪼이고 또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부는 불리한 자연조건에서도 포도재배가 가능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참고자료


김상빈(역), 와인의 지리학, 푸른길, 2018

정수경(역), 오즈 클라크의 포도주 이야기-현대적인 감각의 포도주 가이드, 푸른길, 2001

창해 편집부, ABC북 맛보기 사전 - 와인, 창해, 2012

최형식, 포도주의 품질, <대한 토목 학회지>, 48(10), 2000

월간 <좋은 생각>, 2016년 8월호

http://www.wineok.com/?document_srl=291400 이상철(2017,10.12)

https://biog.naver.com/daiiary/220995786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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