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선배이고, 너는 후배야
'뭘 도와 주라는 거지? 도움은 내가 받아야 하는거 아닌가?'
전에 없던 챙김을 받는 그가 괜히 나를 뾰로퉁 하게 한다.
'뭐 사장님 아들이라도 되는거야? 후...'
숙취와 함께 짧은 한숨이 섞여 나왔다.
어느새 자리로 돌아와 단골로 들락 거리던 인사총무 까페에 도움을 구한다.
'여러분! 신입사원이 입사 했습니다. 저는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요?'
친절한 온라인 선배들은 입사절차에 필요한 개인정보가 어떤 것이 있는지 잘 알려 준다.
준비 된 노트에 급하게 메모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까 인사드렸 던 이지원 이예요. 4대보험 가입 때문에 개인정보 몇가지만 여쭤 볼께요.
이름이랑, 주민등록번호 알려 주시겠어요?"
"네, X6XXXX-1XXXXXX 입니다. 이름은 진도하 입니다."
'나보다 한살 어리군'
나도 모르게 속으로 셈을 하고 있었다.
"네, 확인 감사합니다."
간단한 인사를 건네고 자리로 돌아 오려는데 나를 불러 세운다.
"저 잠깐만요. 제 번호는 안 필요 하세요?"
"아! 아 네넵. 말씀 해 주세요"
"010-XXXX-XXXX 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선배님 전화번호도 알려 주세요"
"네?!"
선배님이란 호칭도 놀랐지만, 내 전화번호를 묻는 신입에게 화들짝 놀랐다.
"긴급연락망이 저도 필요 할지 모르잖아요"
'그렇지, 무슨일이 생길 수 있으니' 호들갑 떨은 것 같아 창피 한 마음이 차 오른다. 얼굴이 붉어 진 건 아닌지 자꾸 신경이 쓰인다. 빨리 자리를 떠야 겠다. 뭔가 위험하다.
드디어 저녁 7시이다. 우리 회사는 10시 출근, 7시 퇴근이다.
남들보다 한시간 느리다. 난 그중에서도 5분 더 느리다.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퇴근 하겠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 당차게 인사를 한다. '신입은 신입이네' 속으로 되뇌었다.
"내일 뵙겠습니다."
사무실 문 앞에 숨 죽인채 앉아 있는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너무 당찬 인사에 난 또 당황 해 버렸다.
"네?! 네..."
위험하다. 내 얼굴이 또 달아오르고 있었다. 신입사원이 자꾸 나를 당황시킨다.
여느날과 다름 없는 아침이다. 오늘도 지하철은 지옥철이였고, 난 커피를 한잔 마셔야 겠다 생각 했다. 날이 점점 더워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무실 앞 단골로 방문하는 편의점이 있었다. 늘 나는 똑같은 커피만 마신다. 익숙함이 좋기 때문이다. 새로나온 신제품이 아무리 홍보를 해도 난 시도하지 않는다. 나는 모험보단 안정감을 좋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커피 좋아 하세요?"
낯선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둘러 보니, 신입이다.
"아, 네"
아침부터 또 당황하고 싶진 않았다. 얼굴이 빨개 진다는 걸 들킬까봐 뭔가 조마조마 하였다.
"저도 같은거 마셔봐야지~"
나한테 건네는 얘기 인지, 혼잣말인지 헷갈리는 말을 던지고 그는 냉장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사이 나는 계산이 끝났고, 서둘러 편의점을 나왔다. 같이 있어 좋을게 없다고 생각 했다.
"선배님~ 같이 가요."
뒤이어 그 신입사원이 쫒아 나왔다.
"선배님이라고 하지 마세요. 저도 들어 온지 얼마 안됐어요."
"그럼 뭐라고 불러요? 그냥 이름 부르셔도 되요."
"음.. 그럼 지원씨?"
갑자기 또 쿵, 얼굴이 달아 오르려 한다. '안돼! 왜?!왜!!'
"저희 회사는 '님' 붙여요. 지원님이라고 하시면 될 거 같아요"
"아! 넵. 지원님"
휴... 날씨가 갑자기 너무 더워졌다.
"안녕하세요"
평상시와 다름 없는 인사였다. 나는 늘 똑같이 사무실 문을 열고, 어제와 같이 사무실 직원분들께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전과 너무도 달랐다.
"여~ 둘이 어떻게 같이 들어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신입이 서 있다. '아 맞다'
회사의 막내들이 아침부터 같이 사무실에 도착하니, 그간 조용했던 어르신들이 신이 나셨다.
"오! 봄이 왔어. 봄이!"
그동안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냈 던 나의 무난한 회사 생활이 망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