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연애

-회식2

by 그래

택시 안은 깜깜했고, 무척 조용했다. 다행히 거리에는 온갖 네온사인이 번쩍 거렸고, 그 빛은 마치 우리의 고요함을 메꾸려는 듯 했다. 나는 그저 흘러가는 불빛을 창밖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바라보는 척하고 있었다는 게 더 맞겠다.
내 신경은 온통 왼쪽 어깨에 기대어 잠든 진도하에게 쏠려 있었다.

‘어쩌지? 어쩌지?’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갑자기 잠이 든 진도하의 머리가 내 어깨에 ‘툭’ 하고 떨어졌다. 어색함에 창밖만 보고 있던 사이, 그는 스르르 잠이 든 것 같았다.


“여기서 내려 드리면 될까요?”

“아, 네넵. 조금만 더 앞으로 가 주세요.”

기사님과의 대화에 진도하가 부스스 고개를 들었다.

“으으~ 저 잤어요?”

“네, 꽤요. 피곤했나 봐요.”

“아뇨, 편해서 그런 것 같아요.”

“네?!”

뜻밖의 대답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 사이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저는 이쪽으로 가면 돼요. 택시는 여기서 잡으시면 될 거예요.”

나는 집 근처 대로변에 택시를 세웠다. 서로를 위해 그게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인데요?”

“여기, 이쪽이요.”

“그러니까... 여기 이쪽 말이죠?”

길눈이 어두운 건지, 진도하는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여러 번 되물었다.

“아뇨, 여기 이쪽 맞아요.”

“어두워서 안 되겠다. 같이 가요.”

“네?!”

진도하가 또다시 나를 놀라게 한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그는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먼저 걷기 시작했다. 말릴 틈도 없이, 나는 그의 뒤를 뒤따르고 있었다.

“길을 알려 주세요, 지원님. 이쪽으로 오셔야죠.”

“네? 아, 네.”

그 후로 우리는 별 말 없이 앞만 보며 걸었다. 대로변을 지나 골목 어귀로 접어들었을 때, 거리는 더 깜깜해졌다. 나는 집 근처 적당한 골목에서 그를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잔소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엄마는 혼자 사는 나를 늘 걱정하며 같은 말을 반복하셨다.

‘아무한테나 집 알려주면 안 돼. 혼자 산다는 것도 절대 말하면 안 되고.’

집 근처에 다다랐을 무렵,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저 여기까지만 데려다주시면 될 것 같아요.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그리고… 죄송했어요.”

“저, 그러면 음료 하나만 주세요. 목이 너무 마르네요.”

‘하… 역시나 인건가?’

인터넷에서 본 수작 중 하나가 떠오른다. ‘라면 먹고 갈래요?’ 같은 뉘앙스 말이다.
어이가 없었다. 내가 우습게 보였나 싶은 마음에 고개를 확 들어 그를 바라봤다.

“저기 편의점 있네요? 저기서 이오 하나만 사 주세요.”

“네??!! 이오요?”

“네. 이오. 요구르트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 라면 먹고 갈래 시리즈물이라 생각했던 장르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진심인가, 헷갈리는 사이 그는 어느새 내 등 뒤 편의점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마침 편의점에 들어서니, 그가 찾는 음료는 1+1 행사 중이었다.

“진짜 이거 맞아요?”

“네! 감사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웃음이 났다. 괜히 헛된 생각을 한 게 민망하기까지 했다.
그에 대한 마음의 경계가 조금씩 풀렸다.
어릴 적 먹던 달달한 요구르트를 한 입 쭉 빨아들이자, 또 웃음이 났다.

“왜요?”

그런 나를 보며 진도하가 묻는다.

“아뇨, 이오 맛있어서요.”

“그쵸? 맛있죠? 그래서, 집은 얼마나 더 가야 해요?”

아직 집까지 거리가 있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던 걸까?
아무렇지 않게 묻는 그의 질문에, 나 역시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저기요. 저기 보이는 빌라가 제 집이에요. 이제 정말 돌아가셔도 돼요. 오늘 진짜 감사했어요.”

“네, 들어가는 것까지만 보고 갈게요. 그것까지 제 업무라서요.”

순간, 엄마의 잔소리가 다시 떠올랐다. 하지만 이 상황을 끝내려면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더 시간을 끌었다간 해가 뜰지도 몰랐다.


“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집을 향해 뛰었다. 최대한 빨리 들어가려고.

숨이 가빴다. 현관문 앞에 서서 숨을 고르는데, 오랜만에 뛴 탓인지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다.

‘으, 위험해.’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었다. 심장을 진정시키려, 나는 곧장 샤워하러 들어갔다.

샤워를 하며 오늘 있었던 일을 되새겼다.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갑작스런 환영식, 돌아오는 택시 안, 그리고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 너무 많은 일이 스쳐 지나갔다.

역시나, ‘픽’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 내일 어떻게 출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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