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연애

- 회식1

by 그래

괜시리 자꾸 얼굴이 붉어진다.

딱히 잘 못 한게 없는데, 자꾸 고개를 숙이게 된다.

'침착하자, 침착해. 여기서 삐끗하면 놀림감 된다.'

아직 회사에 적응도 못 한 것 같은데, 갑작스런 회사 동료들의 놀림이 버겁다. 겁이 난다.

서둘러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키며 뒤따르는 신입사원을 흘깃 한다.

"안녕하세요. 하하."

'뭐지?'

나와 같지 않게 왠지 침착하기 까지 한 모습에 괜시리 심통이 난다.


아침에 소란을 잊어갈 무렵, 사내 메신저가 뜬다. '진도하 이다'

'저 오늘 제출할 서류를 다 준비 했는데요. 자리로 가져다 드리면 될까요?'

'아 네넵. 제가 받으러 갈께요.'

'네넵! 감사합니다. 그럼 감사한 의미로 오늘 점심은 제가 사겠습니다!'

밑도 끝도 없는 제안에 난 잠시 멈춰버렸다. 회사 선배로써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거절할 말을 찾고 있었다. 이런 장난 수 없이 당해봐서 안다고, 더 이상 선 넘으면 곤란하다는 따끔한 경고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이 나질 않는다. 자꾸만 머리가 멈춰 버려 날 더 당황하게 만든다.

'저는 점심에 좀 쉬려구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아.. 네넵!'

싱겁게 끝나 버렸다. 한번 더 물으면 뭐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내 예상은 늘 틀렸다.


이윽고 점심 시간이다.

몇몇이 모여 무리를 지으며 나간다.

"지원씨, 점심 안 먹어? 우린 먼저 나가요~"

남자만 모여 있는 개발팀은 늘 우르르 단체로 나가서 식사를 한다. 거기에 개발팀 신입사원인 진도하도 당연히 포함이었다. 힐끗 거리는 나를 알아 챈 걸까? 진도하가 눈짓으로 인사하며 따라 나선다.

'뭐지?'

진도하는 그런 사람이다. 함께 근무 한 며칠 안되는이 짧은 시간 동안, 자꾸만 되뇌이게 하는 사람. 괜히 사람을 신경 쓰이게 하는 사람 말이다.

'말이나 하지 말지...'

늘 혼자였던 점심시간을 나는 그동안 나름 즐겼다. 까페에 앉아 사람 지나다니는 것도 구경하고, 어쩔 땐 회사 책상에 엎드려 숙취를 날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오늘은 혼자인게 갑자기 조금 서글퍼 졌다.


어느덧 퇴근 시간이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듯 우리도 역시 칼퇴근 할 그 시간을 기다린다.

"자! 오늘은 개발팀 회식이 있습니다. 신입사원인 진도하씨를 환영 해 주려고 하는데, 지원씨 같이 가죠?"

"네??! 저요??"

"남자들만 가면 식당에서 안 좋아해. 그리고 지원씨도 신입사원이니 같이 축하 해 주고! 좋잖아?"

"아.. 아! 네넵."

나만 알지 못 했던 나의 신입 환영식이 오늘 열리는 것 같다. 아니다. 원래는 진도하의 신입 환영식에 내가 곁들어 지는 것인가? 어찌됐든 나는 거절하지 못 한 채, 그 환영식에 참석 하기로 하였다.


"같이가요! 지원님. 오늘 회식 장소 어딘지 알아요?"

"따라가면 되겠죠, 뭐."

"점심은 맛있게 먹었어요?"

"네, 뭐."

말이 끊어졌다. 솔직하지 못 한 이유일까, 아님 더 나눌 말이 없어서 일까. 우리는 아무말 없이 남은 길을 사람들 속에 섞여 걸어갔다.

잔이 부딪히고, 시끄러운 소리에 목소리가 더해진다. 술의 힘은 대단하다. 그저 모니터 앞에서 조용히 타자만 치던 분들이 이렇게 웃음이 많고 유쾌한 줄은 절대 몰랐다.

"자! 오늘 지원씨 함께 해 줘서 너무 고마워요! 마지막으로 다 같이 건배 하고, 우리 깔끔하게 헤어집시다."

막차가 끊기기 전에 자리가 마무리 되서 다행이다.

"신입사원들을 위해 건배!"


결제 하는 부장님 곁을 지킨다. 회사회식은 법인카드로 결제 되기 때문에 영수증을 챙길 목적에서이다. 이 또한 내 업무이기도 했다.

"참! 진도하씨는 집이 어디야?"

"네, 저는 용인 입니다."

"그럼 지원씨는?"

"전 서울이요."

"오! 가는 길이네! 그럼 오늘 우리 지원씨 집에 좀 데려다 줘요. 그게 우리 팀 막내의 업무야"

"네??!! 아니예요. 너무 멀어요. 지하철 타면 되요"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치는 나를 아무도 보지 못한 걸까, 진도하가 바로 대답을 이어나간다.

"네! 그럼 택시비 주시는 건가요?"

"아! 그럼그럼! 회사에서 이런 건 지원을 해 줘야지. 안그래? 하하하하"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취하기는 부장님이 제일 취하신 것 같은데, 왜 내가 진도하씨랑 같이 택시를 타야 하는 건지, 이 상황이 그저 어리둥절 하기만 했다.

"어! 저기 택시 온다. 자 그럼 막내들 내일봐요! 회식 했다고 내일 늦고 그러면 안돼"

어버버 하는 사이, 부장님은 다가오는 택시에 날 밀어 넣듯 하셨고, 그 옆에 진도하씨가 잽싸게 올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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