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연애

-신입사원 Ⅱ

by 그래

여느 날과 다름 없는 하루였다.

역시나 문 앞에 앉아 난 텅 빈 모니터에 뭐라도 끄적이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무사히 출근 한 오늘 하루를 또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

'후,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퇴근 길, 난 지루하던 연애를 끝마쳤다. 오랫동안 오지 않는 답장에 사실 화가 났다. 그저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 줬으면 하는 마음에 이별을 던졌다. 하지만 그는 이 말을 기다렸던 것일까. 집에 다다랐을 때, 드디어 그에게 메세지를 받았다.

"미안"

단 두글자를 난 너무나 오래기다려 왔다.


"어디야? 우리 술 한잔 하자"

집으로 가는 발길을 돌렸다. 도무지 이대로는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우리는 오랜 동네 친구이자, 중학교 동창이다. 나의 가장 오랜 친구 혜린이는 나의 호출에 대꾸없이 바로 나와주었다.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그에게 답장을 보냈다.

"그래, 오빠도 잘 지내"

그리곤 곧바로 전화번호를 지워버렸다. 술에 취해 실수라도 그에게 전화거는 일이 없길 바랬기 때문이다.

"오래 기다렸어? 가자"

혜린이다. 우린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네 단골 집을 향해 걸었다.


"하, 나 오늘 헤어졌어. 그 오빠랑"

"드디어?"

"그래, 드디어. 이렇게 끝날 거 왜 그랬나 몰라"

차갑게 식어버린 우리 이야기를 혜린이 역시 다 알고 있다.

"됐어. 지금은 잊고, 오늘 어떻게 해? 달려?"

"안돼, 나 내일 출근이야."

"누군 출근 안하냐? 우린 잡초처럼 일어나 내일 출근 하게 될꺼야"

"쳇, 잡초.. 그래 잡초 하자!"


'몇시까지 마셨더라. 후.. 죽겠네. 잡초 오늘 뽑히게 생겼다. 큭'

궁시렁 거리는 혼잣말이 날 위로한다. 부디 오늘 하루가 무탈하기를 퇴근 까지 별일 없기를 속으로 빌었다.


"자, 이리 들어 오세요"

출근 한 부장님 뒤로 낯설은 남자가 뒤따라 온다. 문지기인 나는 눈을 힐끔 거리며 부장님께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어! 지원씨. 잠깐만 내 자리로 와 줄래요?"

"네네!"

갑작스런 호출에 당황도 하였지만, 그보다 더 큰 걱정은 나의 술 냄새이다.

'하필...'

하필 부장님의 첫 호출이 술 마신 다음날 이라니, 무능력에 불성실 까지 해 보이기 딱 좋았다.


"여기는 오늘부터 근무 하게 된 우리회사 인턴사원, 진도하씨. 지원씨가 좀 도와줘요. 이 친구 아직 대학생이라 모르는게 많아."

"아 네넵"


이것이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이전 01화사내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