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 될 모든 것들에 대하여
그렇게 여러 날이 흘렀다.
나는 낮에는 회사, 저녁에는 학원을 오가며 일을 익히느라 바빴고, 나의 연인은 그런 나를 언제나 묵묵히 기다려 주었다.
우리가 각자의 시간을 바쁘게 보낸 만큼, 회사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날은 회사에서 대대적으로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출시된 것을 기념하는 회식 날이었다.
수많은 직원들이 밤을 새워가며 고생했고, 그 노력을 함께 축하하는 자리였다.
나 역시 이날만큼은 직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그 자리를 즐기고 싶었다.
그동안 스스로 애쓰고 노력해온 나에게 주는 작은 보상 같은 자리였다.
모두가 모인 저녁 회식 자리.
대표님이 앉은 테이블이 잠시 시끌벅적하더니, 이내 진도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도하 씨! 혹시 어디 있나? 대표님께서 찾으시는데, 잠깐 이리로 좀.”
개발부서 부장님의 목소리였다.
나는 다른 부서 직원들과 건배를 외치느라 그 소식을 듣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맞은편에 앉은 기획팀 팀장님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향해 눈짓을 했다.
“네? 왜요?”
“저기, 뒤에 좀 봐봐요.”
고개를 돌려보니 대표님과 진도하가 마주 앉아 있었다.
그리고 대표님이 물었다.
"진도하 씨, 우리 회사 막내 맞지?”
“네, 맞습니다.”
“혹시 내가 절대 안 된다고 한 게 있는데, 기억하나?”
“잘 모르겠습니다. 말씀해 주시면 다음부턴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래? 그럼 알려줘야지. 바로 사내 연애 금지네.”
“네?!”
“그런데 말이야, 우리 회사에 사내 커플이 있는 것 같아. 자네는 알고 있나?”
“혹시 술을 마시면 말씀 안 드려도 되나요?”
“워어어어어~!”
테이블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뭐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대표님은 왜 갑자기 저런 질문을 하신 걸까?
그때, 팀장님이 한마디를 던졌다.
“대표님, 사내 커플 금지는 하지 말아 주세요. 막내들 좀 지켜야죠.”
‘엥? 에엥?!’
뜻밖의 외침에 나는 눈만 껌뻑였다.
대표님은 잠시 생각하다가 진도하에게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지. 헤어질 거면 지금 헤어져. 사내 연애하다 헤어지면 꼭 퇴사하더라고. 나는 그런 일로 직원을 잃고 싶지 않아. 지금 헤어지면 없던 일로 해줄게.”
잠시 정적이 흘렀다.
모두의 시선이 진도하에게 쏠렸다.
그는 조용히 술잔을 집어 들더니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단호히 말했다.
“직원을 잃으실 일 없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