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연애 Ⅱ

- 불행 중 다행

by 그래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는 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잠이 들었다.

내 어깨에 살포시 기대어 잠든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와 택시를 같이 탄 건 여러번 이었지만, 오늘은 어쩐지 기분이 남다르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 그가 좀 더 편안 할 수 있도록 내 어깨를 낮추어 본다.

들썩거림에도 움찔이지 않고 잠이 든 그의 모습에 괜시리 웃음이 난다.

불과 몇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회식자리가 먼 이야기 처럼 느껴진다.




"여기서 내려 드리면 될까요?"

기사님의 물음에 진도하가 부스스 몸을 일으킨다.

힐끗 그를 바라보다, 서둘러 질문을 낚아 챘다.

"네, 기사님. 그리고 바로 00 쪽으로 출발 해 주실 수 있나요?"

진도하가 따라 내리지 못하게 난 바로 그의 집을 향해 택시를 돌릴 참 이었다.

조금은 고된 하루를 보낸 그를 위한 배려이자,

왠지 모를 나를 위한 도발을 멈추기 위함이었다.


"아뇨! 여기서 같이 내릴께요. 감사합니다. 기사님."

이번엔 그가 재빠르게 내 말의 말미를 낚아 챘다.

'딸각-'

택시의 문이 열리고, 나는 떠밀리듯 밀려 내려왔다.

'탁-'


"누나, 우리 좀 걸을까?"

"음... 괜찮겠어?"

"응, 괜찮아. 혹시 누나 피곤해?"

"아냐. 나도 괜찮아. 너 술 많이 마신거 같아서 그렇지"

"맞아, 나 많이 마셨어. 근데 그런 나를 누난 매몰차게 돌려 보내려 했지......"

"앗! 아니 그게 아니고, 나는....!"


내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씩 웃으며 허공에 흔들거리는 내 손을 꽉 움켜 잡았다.

"이제 끝났다!"

"응? 뭐가?"

"우리 비밀연애 말이야. 내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다고"

"오늘을? 왜?"

"왜냐니요. 이거 어디서 부터 가르쳐 드려야 하지?"

"어머나? 진도하님 잊으셨나 본데, 제가 회사에선 선배 입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지원님. 근데 혹시 잊으셨나 본데, 저는 지금 후배 아니고, 자기야 입니다."




분명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비밀연애를 빌미로 선후배 사이를 강조하던 나에게 그는 자연스레 호칭을 바꾸며

좀 더 깊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나를 몹시 긴장하게 하였으며, 낯설기 까지 하였다.


"자,,,자기야 라니, 윽"

"이제 회사 사람들도 다 알아. 그러니깐 우리 좀 더 자연스러워 지자. 괜찮아"


그가 괜찮다며 던지는 마지막 말에 뭔지 모를 불안감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그의 괜찮아라는 말은 나의 위태롭던 회사생활을 위로 해 주는 듯 하였다.

그럼과 동시에 이유없이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확신 또한 들었다.


고마움과 미안한 복잡스런 감정속에 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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