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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미숙 Dec 21. 2021

4. 초보자 운동 루틴

운동 루틴을 짜는 데도 진심이 필요해. 

처음 헬스클럽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 '뻘쭘함' 일 것입니다.

대단한 다짐으로 찾은 헬스클럽이지만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압니다.

왜 자꾸 몸이 움츠러드는지.... 웅장한 기계들 사이에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생각만 해도 그 뻘쭘함이 공감돼서 이 글을 쓰는 제 손의 소근육에 미세한 떨림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래도 큰맘 먹고 찾은 곳이니 운동은 시작해야 합니다. 

운동 꽤나 한다는 너 튜버들의 운동 영상을 봐도 이제 헬스를 시작했다는 아무개의 말을 들어보아도 

운동 루틴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게 중요한 것 같은데 도대체 그 운동 루틴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계획해서 실천해야 할까요?


트레이너에게 pt를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 전문가에게 받는 운동 강습 좋지요. 너무도 추천하는 바. 

하지만 나의 통장과 지갑은 이 계절에 맞게 한파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pt를 등록하는데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제 생의 첫 운동은 고3 겨울방학이었고 짧게 스쳐 지나가 운동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어쨌든 나름의 첫 경험이었습니다. 그곳은 요새 구분 지어 말하는 '관장형 헬스장' 이였죠.

관장형 헬스장은 운동을 등록하면 관장님이 기본 운동 루틴을 지도해주시고 나머지 운동은 스스로 할 수 있게 해 주십니다. 


그 당시 관장님은 제가 헬스장을 처음 등록한 날 저에게 기본적으로 해야 할 운동이라면서 몇 가지 가르쳐주시고 이건 기본이니까 매일 들어가야 한다고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없는 한가한 시간에 가면 조금씩 추가해서 운동을 가르쳐주셨습니다. 


대충 그때의 운동 루틴을 적어보자면, 몸풀기 스트레칭, 자전거 15분 기본 상체운동 랫풀다운, 버터플라이, 덤벨을 활용한 이두. 삼두 운동 그리고 하체운동 레그 익스텐션, 레그 프레스, 허벅지 뒷근육을 위한 라잉 레그 컬, 복근은 윗몸일으키기, 마지막으로 남는 시간 러닝머신. 러닝 머신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이상. 


이렇게 순서를 쭉 가르쳐주시고 운동을 시작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나중에는 데드리프트, 로잉머신 등을 추가로 가르쳐주시기도 했습니다. 

암튼,  가르쳐주신 대로 아주 곧이곧대로 똑같은 루틴으로 일주일 해보니 헬스클럽 가기가 학교 가는 것보다 더 지겨웠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데도 지겨워서 노트북을 덮을 뻔했던 걸 간신히 참아냈을 정도.) 


지금 생각해보니 일단 기본 운동을 모두 다 가르쳐주시고 할 수 있는 만큼 해봐라였을 것 같은데

운동의 'ㅇ'자도 몰랐던 저는 그냥 '아 이걸 다 해야 되는구나'라고 

무식하게 생각하고 무모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 알려주신 것 무모하게 한 건 며칠 안 되고(무모하게 꾸준히라도 했다면...) 

그 나머지는 거의 자전거랑 러닝머신만 깨작거리다 씻고 집에 왔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전차로 제대로운동했을 리 없고 운동한 일자를 따져봐도 한 달도 꼬박 못 채우고 그만뒀습니다.  

이후에는 health를 hells 보듯 하고 '절대 피해야 할 운동'으로 혼자 규정지었습니다.

 

덕분에 십 년 이상을 헬스 기피자로 살았고 필요에 의해 다시 헬스 초보자로 돌아왔을 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헬스 원래 지겨워. 버티는 자가 이기는 거지'

 

그리고 운동을 가르쳐 주신 관장님도 역시나 순서대로 기본 운동 루틴을 알려주셨고

또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헬스 원래 지겨워. 버티는 자가 이기는 거지'


이후로 혼자 관장님이 알려주신 기구 운동에 매달려 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제가 하는 걸 일주일 정도 지켜보신 관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매일 이렇게 하면 지겹겠냐 안 지겹겠냐. 그래서 운동을 질리지 않고 하려면 한 가지만 주운동 삼고 그 운동 기구 가지고 논다고 생각해"

운동이 얼마나 귀찮고 힘든데 논다니요. 

그래도 말대꾸하고 싶은 것을 참고 일단 관장님이 알려준 방법으로 계획을 세워보았습니다. 


이른바, 진심 운동 루틴


1. 상체 -하체- 복근 운동으로 나눕니다. 

세세하게 나누면 운동의 수가 많아지므로 초보자에게 필요한 것으로 간단히 세 가지 정도로 나눠 봅니다. 


2. 오늘 나의 타깃을 정합니다. 

만약 상체 운동인 '랫풀다운'으로 정했다면 랫 풀다운에 진심을 다해서 다섯 세트 이상 해보고 중량도 올려서 계속해봅니다. 그리고 나머지 상체 운동 한 가지 추가해서 가볍게, 하체는 패스, 복근은 하던 대로 해봅니다. 


3. 다음 날은 전날 안 한 운동으로 타깃을 정해봅니다. 

상체 다음 날에는 하체로. 스쾃에 진심을 다해 집중하고 상체는 패스나 가볍게 갑니다. 그리고 다음 날은 복근 데이. 복근에 온 에너지를 갈아 넣고 하체 가볍게 상체는 패스 그리고 다시 상체로 돌아가거나 다시 하체로 어쨌든 이런 식으로 루틴을 짜 봤습니다.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하지만 매일 데이트 상대롤 바꾸듯 운동을 바꿔가면서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운동 루틴이 제게는 꽤나 효과가 있었습니다. 


아직 초보자였기 때문에 자세가 잘 안 나왔었는데 한 가지 운동을 집중적으로 하다 보니 자세도 좋아지게 됐습니다. 좋은 자세에서 이끌어내는 근성장은 속도가 빠르더군요. 그리고 매일매일 다른 운동에 진심을 다해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체력도 향상되었고 체력이 좋아지니 운동 루틴을 더 추가해서 짜게 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운동 습관이 자리 잡히게 되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모든 운동에 거의 진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1처 다부제와 같다고 해야 할까요? '아 이 운동만 할 수 없어' 이렇게 말입니다. 

그리고 제 생활도 진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운동할 때도 진심, 놀 때도 진심, 술에도 진심, 사람을 대할 때도 진심, 공부에도 진심 등등등.

 

어쨌든 진심은 어디에서나 통합니다. 

초보자든 기술자든 누구에게나 어떤 것이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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