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아이없는 부부와 고양이

by SomeDay



2022년 9월 17일에 만난 우리 가을이는 동네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고 밤 12시에 잠시 보호하고 있던 인근 떡볶이 집 사장님 부부에게서 데리고 온 아이이다. 초가을 날씨에 제법 쌀쌀했던 밤에 어째서인지 초저녁부터 종이박스에 담겨 울고 있었다고 한다. 솜뭉치처럼 아주 작은 아이였으나 눈곱하나 안 껴있는 말끔한 모습이었다. 누가 갖다 버린 것으로 추정이 된다. 나는 어릴 때 반려견을 키운 경험이 있고 강아지를 좋아한다. 고양이는 괜히 무섭다는 인식이 있었다. 남편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특히 고양이라면 질색을 하던 사람이다. 그런 우리가 어째서 갑자기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을까..

단순하게 불쌍한 마음 때문은 아니었다. 동네 산책을 하던 중 2년 전 만난 어느 콩나물 공장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너무 말도 잘 따르고 순해서 그때부터 그 아이를 보러 다니는 것이 우리의 일과였다.


난임기간이 길어지면서 반려견이라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나 남편이 극구 반대를 했었고, 나 자신도 케어를 할 자신이 없었다. 몇 번 애견샵에 가서 구경도 했지만 이 조그마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이 큰 부담감으로 느껴져 발길을 돌린 적이 여러 번이다. 더군다나 아이가 없는 집에서 동물을 키운다는 시선이 두렵기도 했다. 동물에게 애정을 가져서 아이가 안 생긴다는 말도 있으니 양가부모님도 좋아하실리 만무했다.

네가 할 수 있다면 해봐. 여유가 되면 해봐.'라며 편하게 말해주는 남편이지만 직접 케어하고 평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그날은 무언가에 씐 듯 이때가 아니면 영원히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신생아 시절과 똑같이 밥을 주고 먹이를 주고 똥을 치워주고 잠도 재워줘야 하는 보모역할을 했다.

가을이를 데려오고 호칭부터 고민이었다. 대부분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은 '엄마, 아빠'로 통하지만

아이가 없는 우리에게는 마음이 아픈 말이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우리가 스스로를 '엄마, 아빠'지칭한다는 게 어떤 마음일지 아는 사람은 몇 없을 거다. 처음에는 남편에게 아빠라는 호칭을 한다는 것조차 미안해 나만 엄마라고 하며 가을이를 길들였다. 하루종일 혼자였던 나는 가을이와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이었다.

출근한 남편에게 귀여운 가을이 사진을 보냈고, 퇴근한 남편에게 쫑알쫑알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일찍 소등을 하고 가을이가 잠드는 모습을 함께 지켜봤다.

가을이가 깰까 까치발을 하고 문도 살살 닫으면서 내 집에서 불편한 생활을 해야 했다.


가을이를 키우며 혹여나 나를 불쌍하게 보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싶어 SNS에 올릴 때도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가을이 전용 계정을 만들었다. 가을이를 키우고 친정엄마는 매일 전화를 걸어 가을이는 잘 있는지 안부전화를 하신다. 10년이 넘도록 집에서 혼자 보내는 나를 안쓰러워하는 엄마는 가을이의 존재가 고맙다. 그리고 남편에 대해 미안함이 가득하다. 안부전화의 내용에는 고양이만 보고 있지 말고 남편에게 잘해라는 말이 포함된다. 난임으로 힘든 건 나인데 왜 우리 엄마 사위 눈치를 보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시댁은 멀어서 우리 집에 오실 일이 거의 없지만, 고양이의 존재를 아시면 좋은 말씀은 하지 않으실 거다. 우리가 우리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눈치를 보고 안 좋은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난임이 길어지면서 여기저기에서 입양을 추천하기도 했다. 친정이나 시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리 둘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고양이 입양마저 오랜 시간을 고민했는데 아이를 데려다 키운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임신과 출산을 겪어보지 못한 우리가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다.

지금 나에게 가을이는 아이와 마찬가지이지만 누군가는 그 모습을 안쓰럽게 볼까 나는 걱정스럽다.

나의 삶은 늘 눈치싸움이다. 자존감이 낮은 편은 아니지만 나의 치부와 같은 문제이기 때문에 당당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모들도 집에서 놀면서 고양이를 돌본다고 하면 팔자 좋다며 나를 놀리고는 한다.

아무에게도 피해 주지 않고 사는 나의 삶이 왜 당신에게는 한심한 일인지 여전히 모르겠지만, 나는 고양이와 함께 제법 행복하게 살고 있다. 걱정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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