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실습 마지막 날 어르신들과의 작별의 순간이 다가왔다. 길지않은 시간이였지만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왠지 눈물이 왈칵 날 것 같았다. 아침 송영을 도와드리고 한분한분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숫기가 없던 나도 이제는 꽤 살갑게 어르신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게 되었다. 간식을 드리고 외부강사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신나는 트로트에 재미있는 놀이 시간이였다. 널판지에 컵을 끼워놓고 탁구공을 컵안에 넣는 놀이였는데 생각보다 어르신들이 너무 잘했다. 요양보호사들도 참여해서 게임을 했는데 은근히 긴장되고 어려웠다. 힘들다고 하시면서도 집중해서 성공하시는 모습을 보니 열심히 도와드리고 싶었다.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한 1시간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치매에 걸렸던 엄마와 이름이 비슷한 어머니가 제일 잘하셔서 너무 기뻤다.
간식-프로그램-손씻기-점심식사-양치 순서인 오전시간은 지루할 틈없이 빨리 지나갔다. 어머니가 70%라면 아버님들의 비율이 30% 정도로 아주 차이가 났다. 아버님들은 말수가 없으셔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마지막날은 옆에 앉아 실습이 오늘까지라며 얘기했더니 아쉬워 해주셨다.
파킨슨을 앓고 있는 아버님은 아주 젊잖으시고 말수가 유독 없으셨는데 이날은 농담도 하시면서 우리 모두를 즐겁게 해주셨고, 늘 흥이 넘치는 한 아버님은 역시나 큰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부르며 즐겁게 해주셨다.
힘들다면 힘든 시간이였지만 나는 이번 실습을 하면서 생각이 복잡해졌다. 여러 질환때문에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보면 안쓰럽기도하면서 엄마생각이 자꾸 났기때문이다. 다행히 팔순을 앞둔 엄마는 건강한 축에 속하지만 언젠간은 겪을 일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더욱 나는 이일을 직업으로 선택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양보호사님이 일을 그만두실때 다른 요양보호사님이 "너무 좋은 분인데, 마음을 너무 쓰다보니 힘들어서 그렇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마음이 여린 분들은 이런 일을 하기에 힘들다며.. 물론 살가운 성격이면 좋겠지만 한분한분에게 너무 마음을 쓰고 애정을 쏟다보면 언젠가 마지막이 될 그날이 힘들어지게된다. 그리고 일을 하다보니 모두 거동이 어려우신 분들인데 요령이 없는 실습생들은 무작정 힘을 써서 부축을 도왔다. 그러나 오래된 요양보호사님은 하실 수 있는 부분은 하시게 둬야한다고 말씀하신다. 우리가 공부를 할때도 대상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하게 둬야한다고 배우는데 그냥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자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일의 강도는 있었지만 인생을 배운 느낌이라 확실히 보람찬 시간이였다. 어쩌면 아니 곧 나의 미래가 될 모습이기에 더욱 그 모습이 마음이 짠했을지도 모른다. 삶이란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고 허무하다면 허무하다. 끝이 어떨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미리 마지막을 준비해 웰다잉을 실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