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요양보호사라는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50대 후반부터이다. 각자 다른 이유들로 공부를 시작했지만 아마 궁극적인 목표는 비슷할 것이다. 취업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가족 중 아픈 사람이 발생하면 요양보호사 자격증으로 가족요양이나 방문요양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어찌 보면 앞으로 시대에 꼭 필요한 필수 자격증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아이들이 모두 성장하고 60대가 넘어가면 이곳저곳이 아프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인생을 즐길 때지만 몸에서 이상한 증상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할 나이라서 막상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오십견이 오고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해서 이제는 등산도 힘들고 여행도 힘들다.
앞으로 자녀들에게 부양의 의무를 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아이들에게 짐까지 떠안겨 주기는 싫다며 다들 제 발로 요양병원을 걸어 들어가야 한다고 다짐을 하는 분들이 많다. 유교 사상의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부양의 의무가 더 이상 당연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는 부모님을 부양하는 사람이 있다면 효자, 효녀라며 칭찬을 듣는 시대이다.
예전 같으면 요양병원행은 부양의 의무를 저버린다는 시선이 있어 자녀들도 선뜻 부모에게 권하기 힘들어했고 부모님들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내 발로 요양병원을 택했다고 하는 사람은 정말이지 흔치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나의 노년을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시대에 돌입했다. 요양병원도 부담스러워할 자녀를 위해 병원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지금의 부모세대는 어쩌면 참 서글프기도 하다.
학원에서 배운 내용 중에 노년기에 존중받아야 할 자유 중 하나가 독립의 자유이다. 오랫동안 한가정에서 머물 자유, 즉 나의 거취를 스스로 정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병이 들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나의 거취가 내 마음대로 정해지지 않는다. 자녀가 아무리 많아도 선뜻 '우리 집으로 가요. 제가 모실게요'라고 나서는 자녀가 하나 없다. 게다가 형제가 많으면 여전히 존재하는 장남/장녀의 문제가 남아있어 당연히 잘하는 자식이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정말 마음이 착하고 순수한 사람이 아니고서 그 힘든 일을 하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어느 집이건 사연 없는 집이 없다고 말하듯 힘든 일을 두고서 나타나는 가족 간의 불협화음은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대에 요양보호사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간병을 하는 가족들의 숨통을 트이게 만들어주고 돌봐줄 사람이 없는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해 꼭 필요한 서비스이다. 어린아이를 돌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힘이 드는 노인간병은 이제 노노간병으로 변화되고 있다. 부부 간병은 물론이고 연령대가 높은 요양보호사가 또 노인을 간병하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절대 하기 힘든 일이기도 하고 여전히 기피하는 직업군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좀 더 보안이 된다면 요즘 뉴스에서 보이는 여러 이슈들이 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