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실습 넷째 날 오전타임으로 바뀐 시간 때문에 아침부터 송영을 하기 위해 일찍 출근했다. 어르신들이 타고 오는 버스를 기다렸다가 부축해 올라가는 일이 송영이다. 주간보호센터는 송영을 하기 때문에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몸이 불편해 집에서만 지내는 지루한 일과보다는 다 같이 프로그램을 하고 맛있게 식사도 하면서 지내는 일이 어쩌면 덜 외로운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어르신들의 인식에 주간보호센터나 복지관을 다닌다고 하면 어딘가 아프거나 늙은이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엄마도 언니가 주간보호센터를 추천했지만 자기는 멀쩡한데 왜 그런 곳에 가냐며 화를 냈다. 우리들의 눈에는 경로당에 가서 매일 수다 떠는 게 전부인 일상보다는 오히려 짜인 프로그램대로 운영하는 주간보호센터가 낫다고 판단했지만 막상 보니 주간보호센터는 대부분 아프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하신 분들이 혼자 지내는 무료한 시간을 때우러 온다고 보면 된다.
바쁜 자식들을 대신해 노인들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고 봐도 무방한 주간보호센터였다. 아침시간은 매우 바빴다. 도착해 스트레칭 운동을 하고 바로 간식을 준비했다. 아침 대용으로 드시기 좋은 주스나 우유였다. 아침 프로그램은 인지활동을 위한 만들기 수업이었다. 사실 인지활동을 위한 만들기 수업이 대부분이었다. 반복된 프로그램에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한 아버님은 손이 아프다며 거부하셨다. 외부 강사를 쓰게 되면 아무래도 비용적인 부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색칠공부나 만들기가 대부분인 게 참 아쉬웠다. 그렇다고 손이 느린 어르신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한 시간이었다. 적인 인원의 요양보호사가 한 분 한 분을 도와 만들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잠깐 휴식을 가지고 점심시간이었다. 외부에서 만들어온 점심메뉴를 데워서 식판에 옮기는 일을 하고 식사 전 손 씻기를 하는데 한 분 한 분 옮기다 보면 시간이 빠듯했다. 걸음이 느린 어르신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동보조로만도 힘이 빠지는 실정이었다. 젊은 우리들도 이렇게 힘든데 50~60대 요양보호사들은 더욱 힘에 부칠 것이다. 그래서인지 함께 일하시던 요양보호사님이 그만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마음씨가 착하신 분이었는데 휠체어에 타신 어르신을 들고 내리고 하는 일을 하시고는 다리가 저리다고 하시더니 그만두신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 한 달 보름 만에 그만두시는 걸 보니 참으로 고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설도 넓고 괜찮지만 고작 2명의 요양보호사가 10명의 거동이 힘든 어르신을 돌보는 일은 어려워 보였다. 사회복지사나 간호조무사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서류업무 등의 일을 하지 실질적인 이동보조는 요양보호사가 다 해야 했다. 취사부터 식사도움, 이동보조, 화장실처리 등 다양한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월급이나 처우는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었다.
요즘 요양보호사 공부를 한다는 분들이 아주 많다. 하나쯤 따두면 쓸데가 있겠지라며 취직 목적보다는 취득 목적으로 따시는 분들이 많은데 막상 취직을 하시려고 해도 힘에 부치는 일이 많다. 30대인 나에게도 하루종일 8시간의 노동은 힘에 부치니까 말이다. 힘이 없는 사람을 일일이 보조해야 하고 신경 써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실제로 나와 함께 공부하던 이모는 오십견이 왔다며 팔이 너무 아프다고 호소했었는데 실습을 가서 대청소를 하다가 막상 직업으로는 못하겠다며 포기를 하셨다.
요양보호사도 40~50대 연령대여야 일을 하기에 적합하다. 그러나 솔직히 누가 대소변을 처리하는 일을 선뜻하겠다고 나설까 싶다. 자신의 부모님도 모시지 않은 분들이 많은데 처음 보는 어르신의 뒤처리에 목욕까지 시키는 일은 아무래도 겁이 난다. 게다가 노동에 비해 대가는 턱없이 부족하고 여전히 아줌마라 불리며 일을 하는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