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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Mar 17. 2019

[초보 고딩엄마의 분리불안 극뽁일기 26]

그해, 여름 #두 번째 이야기


드디어 그해, 여름 촬영이 시작되었다



#프리데이 (8월 10일)

프리데이는 촬영 전 메인 스탭들이 미리 모여

이틀 동안 찍을 내용을 공유하고

촬영 계획을 짜는 회의를 하는 날이다


그런데 며칠 동안 고민하던 녀석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프리 날 선유도에서 몇 가지 촬영을 미리 해야겠다는

얘기였다

선유도 촬영 장면 중

해가 지기 전에 찍어야 할 분량이 많아서

그렇게 해야 이틀 본 촬영 때 큰 딜레이 없이

진행될 것 같다고 했다


장비 대여 비용도 추가되고

이동할 차량도 필요하고

제일 더운 시간에 가야 해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다 못 찍고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았다

다른 스탭들은 5시쯤 숙소로 집합하기로 하고

배우 둘과 스탭 셋 그리고 녀석과 함께

나는 몇 가지 장비를 먼저 픽업해서 선유도로 향했다

살인적인 더위였다

밀짚모자를 세 개나 준비하고

목에두를 쿨스카프도 가져갔지만

아이들이 빈 몸으로 와서 나눠주고

나는 최대한 그늘에 앉아서 기다렸다

녀석들은 다행히 웃으면서 촬영을 진행했고

중간에 얼음이랑 물을 사러 편의점에 잠깐 다녀왔는데

숨도 못 쉴 만큼 지쳐버렸다

직접 겪어보니 내일은 쓰러지는 녀석들이 생기지 않게

정말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시간 정도 걸려 촬영이 끝났고

내 경차엔 장비를 싣고

녀석들은 택시를 타고 드디어 숙소로 향했다


아이들은 온돌방 두 개에 나눠서 짐을 풀고

나는 침대방에 혼자 묵게 되었다

어지럽고 울렁거리는 게

짧은 시간이었지만 더위를 먹은 듯했다

정작 중요한 날 잘못될까 봐 덜컥 겁이 나서

약을 먹고 일단 쉬기로 했다

녀석들 저녁은 배달음식으로 알아서 먹으라고 했더니

피자에 치킨에 카드 사용 문자가 주르륵 들어온다

배우들과 연기지도를 도와주러 온 친구까지

녀석들의 회의는 밤늦도록 계속됐고

11시쯤엔 촬영부가 낮에 가져오지 않은

장비를 모두 픽업해서 합류했다


아침 일찍 인천으로 이동해야 해서

아침 기상시간은 6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촬영 1일 차(8월 11일)


새벽 6시,

각 방의 제작부 녀석들은

마치 엄마처럼 하나하나 토닥거려 깨워

밥도 먹이고 씻는 순서도 정해준다

촬영부와 조명부 음향부는

눈도 못 뜨고 장비부터 챙기는 모습이 안쓰럽다

집에서는 아침마다 깨우기 힘든 녀석들이

큰소리 하나 안 내고

녀석들은 출발 준비를 마쳤고

하루를 통째로 휴가 내고

카니발로 장비를 실으러 온 구세주 덕분에

우리는 차질 없이 석남중학교로 향했다


석남중에는 아이스박스를 싣고 달려온

촬영감독 엄마도 합류했다

이번에 첫 촬영감독을 맡은 녀석은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며 한껏 예민해져 있었다

그래도 든든한 두 엄마 지원군 덕분에

나는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첫 씬인 운동장 촬영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학교가 떠나가라 드릴 소리가 들려왔다

녀석들은 놀라서 웅성거리고 제작부장이 건물 안으로

뛰어 올라갔다

나는 경비실로 가서 상황 확인을 했다

오늘 학교에 공사가 잡혀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소리에 예민한 작업인데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행정실장에게 전화를 하니 깜박하고 공사를 허가했다며

미안하단다

욕이 나올 뻔했지만 해결책을 찾는 게 급해서 꾹 참고

우리는 오늘 아니면 안 된다고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다

잠시 후 행정실장은 작업반장님 전화번호를 줄 테니 직접 말해보라 했다

아저씨는 철수는 절대 불가하다며 제일 시끄러운  

드릴 작업을 최대한 두 시간 안에 끝내주겠다고 했다

그 뒤 철근 절단 작업은 시끄럽긴 하지만 사이사이

텀이 있어서 조절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녀석들은 지체된 시간으로 마지막 신을 못 찍을까 봐

운동장 촬영을 최대한 빨리 마쳐야 했다

아저씨들이 어떤 촬영인지 궁금했는지 내려와 한참을 지켜보더니 녀석들에게 제안을 했다

슛 신호전에 카톡을 주면 컷 할 때까지

잠시 소리 나는 작업을 중단해 주겠다며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해보자는 것이었다

빨리 마치고 싶은 마음은 아저씨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녀석들을 위해 배려를 해준다는 말에

세상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3층 작업장에 카톡이 울리면, 작업반장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신호를 보낸다

"작업중지!!!"

아저씨들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산 넘어 산이라고

다음 옥상 촬영이 고비였다

책걸상을 옥상으로 열댓 개쯤 옮기는 작업부터 쉽지 않았고

뜨거운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하는 촬영이라

긴장이 되었다

아이스박스와 음료수를 준비해주고

중간에 각얼음까지 사다 주었다

좁고 더워서 옥상에 있는 건 방해가 될 듯하여

촬영을 기다리는 배우들과 엄마들은

교실에 에어컨을 틀고 기다렸다

옥상 촬영을 마치면 교실 촬영 세팅하면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다

김치볶음 도시락이 제시간에 배달되었고

아이들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했다

모자도 안 쓰고 긴 머리를 풀고 있던

후배 녀석 하나가 머리가 아프다며 내려왔다

딱 봐도 더위를 먹은 것 같았다

나는 일단 식염포도당 두 알을 먹이고 누워서 쉬게한 후

내일을 위해 일단 숙소로 돌려보냈다

다른 녀석들 도시락 위에도 전부 한알씩 올려놓았다

다행히 효과가 있어 보였다

일시적으로 수분과 당이 보충되어서

떨어진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잠시 재충전을 하고

바로 교실 촬영에 들어갔다

대기하는 교실엔 에어컨을 켰지만

촬영하는 교실엔 소음 때문에 꺼야 했다

더위속에서 배우도 스탭도 고생스러운

장시간 촬영이 계속되었다

녀석들은 끊임없이 물과 음료수를 찾았고

아이스박스에 세 번이나 얼음과 음료수를 채워 넣었다

선생님으로 캐스팅된 내 친구는

7살 아들을 데리고 왔다

대사는 두 마디를 위해 아이를 데리고

먼 길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미안했는데

친구는 프로답게 이것저것 준비해와서

두 번 만에 오케이를 받았다


연출도 촬감도 쉴틈 없는 진행에

눈 한번 마주치기도 말 한마디 붙여보기도

쉽지 않았다

복도 촬영에 들어가서는 마음이 급해졌다

해가 지면 교문 앞 라스트씩을 못 찍을 수도 있었는데

소품이랑 배우들 합이 안 맞아서 엔지가 자꾸 나서

모두가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겨우 오케이가 떨어지고

촬영팀은 카메라를 들고뛰어 내려갔다

라스트신을 찍는 동안

남은 스태프들과 엄마들은 뒷정리를 시작했다

옥상에 올려둔 책걸상도 제자리로 옮기고

엄청난 쓰레기들도 분리해서 버리고

소품 촬영장비들도 정리했다

물론 어른들이 없으면 녀석들이 다 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엄마들이 셋이나 있으니 일시 천리로 정리가 되었다


촬영을 무사히 마친 우리는  바로 장비를 싣고

숙소로 이동했다

오늘 저녁 촬영은 없어서 나는 고생한 엄마들과 오늘 숙박하는 메인 스태프들에게 고기를 먹이기로 했다

예산 외 지출이었지만 그러고 싶었다

고마운 마음, 안도의 마음으로

또 남은 촬영까지 무사히 마치게 해 달라는

기원의 마음으로

모두 여유 있게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갔다





#촬영 2일 차(8월 12일)


밤 열두 시쯤 녀석이 전화를 했다

새벽 촬영에 필요한 작은 모니터 박스 하나가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

녀석들 방 두 개를 싹 뒤져도 없다고

이모 차에 놓고 내렸나 알아봐 달라고 했다

전화를 했지만 차에는 없다고 했고

자려고 누웠던 나는

다시 석남중학교에 가봐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가보고 없으면 다른 장비를 빌려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확인을 해야 잠이 올 것 같아서

다시 옷을 입고 차키를 집어 들었다

새벽 5시부터 촬영인데 시간이 촉박했다

이러다 밤을 꼴딱 새우면 하루 종일 어찌 버티나

오만가지 생각이 다 밀려왔다

신발을 신으려고 현관 앞에 주저앉는데

짐을 실어놓은 카트 아래 뭔가 시커먼 게 눈에 들어왔다

잘 보이질 않아서 위에 있는 커다란 박스를 들어냈는데

맙소사! 그렇게 찾던 모니터 박스였다

나는 당장 박스를 들고 녀석의 방으로 내려갔다

다들 자고 있을 것 같아서 녀석만 살짝 불러냈다

녀석은 내 손에 든 박스를 보더니

왈칵 눈물을 쏟았다

나는 녀석을 꽉 안아주고는

얼른 조금이라도 자라고 토닥였다

자리가 주는 중압감이 얼마나 컸는지

하루 종일 얼마나 마음 졸였을지

녀석의 작은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새벽 5시,

최소 인원으로 촬영을 나선다

조연출, 촬감, 퍼스트, 미감, 싸감, 그리고 녀석까지 여섯이다

호텔 앞 주상복합 아파트에 있는 화장실을 미리 빌려놓고

녀석들은 시간 맞춰 도착했다

아이들과 약속한 경비아저씨가 아니고

다른 분이 근무 중이었는데

인수인계를 제대로 안 했는지

아저씨는 모르는 일이라고 해서

녀석들과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구나

내가 편의점에 들렸다가 들어가자

아저씨는 내 눈치를 보더니 물러섰다

아이들이라고 무시한 건가 싶어 기분이 상했지만

새벽부터 큰소리 내고 싶지 않아서

그냥 내가 옆에 지켜서있기로 했다

최소 인원 일때는 한 녀석이 이것저것 1인 다역을

해야한다

군소리없이 뭐든 척척 해내는 녀석들이

나는 신퉁방퉁 해서 자꾸 가슴이 울렁거렸다

삼각김밥을 하나씩 입에 넣고 촬영을 시작했는데

짧은 회상씬이기도 했지만

예상 시간보다 너무 빨리 끝나버렸다

녀석들은 골목 신을 찍을 남자 배우 콜타임까지

시간이 남자 너나 할 것 없이 호텔 로비에서 잠이 들었다

관광호텔이라 손님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해서

깨워야 하나 고민이 됐지만 잠든 모습들이 너무 안쓰러워 깨울 수가 없었다





오류동 골목에서 녀석들은 두 번째 촬영에 들어갔다

나는 장비를 이동해주고

간간히 골목으로 들어오는 차량들과 지나가는 행인들께 양해를 구하면서 지키고 있었다

야외 씬은 옆에서 슬쩍슬쩍 셔터도 누를 수 있어 좋다

녀석들은 늘 자기 자리에 섰을 때는 진지하다

너무 진지해서 제법 멋지기까지 하다

그런 녀석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최고의 촬영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그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있어서

감사한 순간이었다





8시 반, 호텔 베르누이 앞에 중앙대학교 셔틀버스가 들어섰다

동생이었다

조카의 촬영 도우미로 호출받은 외삼촌은

녀석들과 장비를 한차에 몽땅 싣고 다음 촬영 장소인

용산구문화체육센터로 향했다

녀석들은 승용차가 두대나 있는데도 마다하고

모두 소풍 가듯 버스에 올랐다

체육관은 중요한 씬이라 뺄 수가 없었다

반드시 2층 스탠드가 있어야 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비용을 지불하고 대관을 했다

일요일마다 농구동호회의 예약들로  꽉 차서

먼저 여기저기 예약 가능한지 전화를 해본 뒤 사진으로 내부를 확인하면서 찾아야 했다

그렇게 발품을 팔아 다행히 이동거리도 촬영 시간도

잘 맞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오후 촬영이 선유도라 걱정이 돼서

대형 아이스박스를 대여하고 커다란 얼음도 사 넣었다

문제는 음료수까지 채워 넣으니 남자 서넛이 들어야

겨우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리 해놓으니 일단 저녁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든든했다

엑스트라들과 조연들까지 왁자지껄 유쾌한 촬영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예상보다 한 시간 정도 늦어졌다

서둘러 장비를 정리해 버스에 싣고

점심은 버스 안에서 이동하면서 먹기로 했다

계란말이 장아찌 김밥을 하나씩 들고 앉아서

녀석들은 맛나게도 먹었다

선유도에 도착해 쓰레기를 정리하는데

남긴 녀석이 거의 없을 만큼 인기폭발이었다

아마도 꼼짝없이 버스에 앉아 이동하는 동안

밥먹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으니 그랬나보다

영화가 잘 진행되는지는 잘 몰라도

든든히 먹인 것이 제일 뿌듯한 건

어쩔 수 없는 엄마 마음이다





양화 한강 공원에 도착하니

촬감 엄마, 아빠가 주차장 벤치에

수박을 잔뜩 썰어놓고 대기 중이셨다

늘 아이 촬영장에 와보고 싶었던 아빠는

매번 막내딸이 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아서

한 번도 못 와보셨다고 했다

마침 공원 촬영이라 와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기뻐하셨다

저렇게 애틋한 부모 마음을 녀석들은 알기나 할까

아이들은 시간이 촉박해 하나 둘 입에 넣고

첫 장소로 바삐 이동했고

우리는 아이스박스와 큰 장비들을 싣고

천천히 뒤따라 이동했다

이제부턴 긴 기다림의 시작이다

다행히 온도도 며칠 전보다 많이 낮아졌고

오늘은 밀짚모자에 커다란 우산들,

엄청난 양의 음료수들이 준비되어 있어서

마음 편히 우리는 편의점 벤치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수다도 떨면서 아이들 촬영 모습까지 지켜볼 수 있었다


한참 촬영을 진행하다 중

남자 주인공인 배우가 코피를 쏟고 있었다

아침부터 컨디션이 안 좋더니

많이 힘들었나 보다

스태프들 모두 촬영을 중단하고

녀석의 코피를 멈추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한 마음으로 돕고 있었다

촬영이 지연되었지만 서로 걱정하며

챙겨주는 모습들이 너무 예쁜 녀석들이다

다시 촬영을 시작한 녀석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야외 촬영 특히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공원에선

여러 가지 변수들이 많아 엔지가 많다

그래도 녀석들은 차근차근 잘 해나가고 있었다




해지기 전 마지막 촬영은 선유교 위였다

모든 장비와 아이스박스까지 모두 이동을 하고

하이라이트 장면 촬영에 들어갔다

다리 위 위험한 장면이라 스태프들은 모두

배우의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감정신을 준비하는 여주인공 옆에서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려고 우산을 들고 따라다니기도 하고

잠시 동안 다리를 건너는 행인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하며

촬영장은 누구 하나 쉴 틈이 없다

저녁으로 먹을 공씨네 주먹밥을 사러 갔다 왔을 땐

여주인공의 눈물씬이 계속 엔지가 나는 상황이었고

노을이 내려앉은 아름다운 선유도를 감상할 여유도 없이

해가지기 전에 마무리하려는 녀석들의 움직임은

훨씬 더 분주해 보였다


사진을 찍는 내내 녀석들이 자기 자리에

서있는 그 모습들이 계속 찡하게 들어왔다

녀석들이 커다란 아이스박스 안에

팔을 푹 담그고 더위와 싸우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아이들 하나하나 물과 얼음을

챙겨주시는 아버님의 모습은 감동스러윘다

마침 촬영을 응원하러 와준 미나쌤은

녀석들 앞에 한가득 음료수를 내려놓았다

모두의 응원과 걱정 속에 다행히 큰 탈없이

촬영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도란도란 소풍 온 듯 저녁을 먹은 후,

녀석들은 진짜 마지막 촬영에 들어갔다

저녁이 되자 산책이나 운동 나온 사람들이 많아졌고

매미소리가 기승을 부렸다

기본적인 소음과 지나가는 사람들이 더 자연스럽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고 가기로 한 거지만

촬영이 딜레이 되면 장시간 고생한 스태프들이

너무 힘들 것 같아 녀석은 마음이 많이 바빠 보였다

결국 제작부 녀석들과 엄마들이 둘러싸고 통제를 시작했다


평소엔 큰소리를 낼줄 모르는 녀석이

목청껏 외치던 "레디~~ 액션!" 소리에

마음이 찌르르 울렸다

빙 둘러싼 스태프들이 행인들을 잠시 통제하고

매미소리가 살짝 잦아들 때를 맞춰

배우들이 대사를 친다

중간에 매미가 몰아치면 사운드 감독이 중단을 요청하고

귀여운 조연출 녀석은 나무 사이를 안타깝게 종종거리며

매미야, 미안해 미안해한다

그러면 어쩐지 매미들이 알아듣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작업이었다

온 신경을 곤두세워 컷인지 오케인지

숨도 못 쉬고 귀를 기울인다

컷이면 한숨이 터져 나오고

오케이면 환호성을 내질렀다

물론 통제고 뭐고 막 뭐라 하며 지나가는

매정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녀석들도 부모들도 행인들도

한 씬 한 씬 무사히 마무리되기를

빌어주는 듯 느껴졌다


그렇게 마지막 오케이요!!! 외침에

모두가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하며

길고 긴 녀석의 그해, 여름은

감동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무더위와의 싸움

협업과 배려

의지와 인내

교사의 인솔

부모의 서포트

지인들의 지원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

조용한 리더십과 겸손 그리고 진심

빛나는 우정

녀석의 열정


그 어느 하나라도 부족했다면

얻을 수 없는 결과였다


녀석은 그 모든 감사함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엔딩 크레디트에 소중하게 담았다


그해, 당신의 여름은 어땠나요?


2018년의 여름,

평생을 두고 기억하겠지

뜨거운 감사와 함께


작은 목소리가 크게 울릴

너의 미래를 응원한다

사랑한다



정다예 감독 [그해, 여름]

https://youtu.be/c4_hp70UiOw

https://youtu.be/bAh3d1kGDeU




글ㆍ사진 kos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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