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ssam Jan 17. 2021

[초보 고딩엄마의 분리불안 극뽁일기 45]

#하부지 사랑해♡

2019년 9월 15일


추석 다음다음 날.

음력인 아버지의 생신을 기억하는 방법이다


우리 가족은 늘 추석이면

생일 파티를 한다


아버지 생신이기도 하지만,

추석이 10월인 경우엔

녀석과 나의 생일도 있어서

으레 가족 생파가 된다


아버지가 일을 쉬시는

명절 다음 날에 모여서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보통은 동두천에 있는

옛날 박물관 같은

두 개의 극장(문화극장과 동광극장)에서 보지만

올해는 엄마가 아프셔서

용산에 있는 식당을 예약해서 모이기로 했다.


만삭인 올케와 다리가 아픈 엄마가 있어

함께 영화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일 년에 두 번 쉬시는 아버지를 그냥 보내드리기는 아쉬웠다.

그래서 동생은 엄마를 모시고 집으로 가고

녀석과 나는 아버지와 시간을 좀 더 보내기로 했다.


용산 아이파크 몰에는 스파도 있고 영화관도 있으니 이동할 필요가 없어 좋았다.

영화는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액션물을 고르고

저녁엔 녀석이 좋아하는 찜질방에 가기로 했다.


영화를 보러 들어가는데 우연히 녀석의 친구를 만났다.

녀석이 할아버지를 소개하는데

'아, 저 뵀어요~ 다큐 주인공이시잖아요.' 한다.

녀석의 <실패하는 다큐멘터리>에는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아이들이지만, 인상적인 인터뷰를 해 준 할아버지는

녀석들에게 기억되기에 충분했다.

으쓱해진 감독과 배우가 나란히 팔짱을 끼고 걷는 뒷모습이

너무 닮아 웃음이 절로 났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용산역 앞 광장에 바닥 조명이 들어왔다.

할아버지랑 사진 한 장 찍자는 말에 녀석이 군말 없이 환하게 웃는다.


이런 날이 얼마나 더 허락될지
점점 더 소중해지는 순간순간들
십 년은 행복할 사진 한 장을 품에 안았다.


*코로나 19로 잃어버린 2020년을 겪고나니 이 날이 더욱 그리워진다.



글ㆍ사진  kossam 

*사진은 퍼가지 말아주세요


#일상스냅
#할아버지와손녀
#손녀사랑
#용산역앞광장
#바닥조명
#행복하자
#건강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