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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y Oct 24. 2021

돌연변이가 사랑받는 세계

Revised on Oct 24, 2021

 태초부터 돌연변이는 세상에서 소외되는 존재였다. 남들과 다르게 생기거나, 다르게 행동하거나,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사회에서 버림받았다. 심지어 불운한 존재라며 버려지기까지 했다.


세상과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할수록, 우리 주변에는 공장에서 찍어낸 같은 모양의 물건들이 넘쳐난다. 뿐만 아니라 클릭 한 번으로도 해외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빠르게는 일주일 내에 받아볼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국경을 넘어서 다수의 사람들이 똑같은 상품을 같은 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 


빠르게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의 삶은 비슷해져 간다. 그래도 인간의 본성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이어서, 자기 자아(identity)를 잃지 않고, 자신만의 것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현대 사회가 발전하며 사람들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을 인정하라고 말한다. 이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다름'에 대해 점점 인식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돌연변이는 여전히 소외받는 존재이다. 돌연변이가 영웅이 되는 사회는 아직 영화에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존재들이 환영받는 현실세계가 있다. 바로 식물들의 세계이다.


다육이의 철화 된 모습 (사진: 나)


식물들도 사람들과 같이 유전자와 DNA가 존재하기 때문에, 유전자가 자연적으로 변형되어 태어난 식물들은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자란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행운의 상징인 '네 잎 클로버'이다. 이렇게 식물들의 세계에서는 남들과 다른 모습을 가지고 태어난 세 잎 클로버의 돌연변이 네 잎 클로버는 귀한 취급을 받으며, '행운의 상징'이라고 불리며 사랑받는다.


돌연변이 식물들은 다육 세계에서 가장 환영받는다. 다육 식물들이 변형되어 자란 형태를 '철화'라고 한다. 철화의 모습은 식물마다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으며, 그 모습 또한 모두 다 다르다.


철화 된 거미줄 바위솔  (사진:나)


위의 사진은 거미줄 바위솔의 철화 된 모습인데, 위로 곧게 자라는 대신에 한 줄로 붙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철화 된 식물들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더 희귀한 식물들의 철화는 더욱더 귀하기 때문에 가격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불린다.


철화 외에도, 우리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몬스테라에 무늬를 가지고 태어난 '알보 몬스테라 (무늬 몬스테라)'는 희귀 식물로 취급되어 상상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다른 색소를 가지고 태어난 '알보 몬스테라 (무늬 몬스테라)' (사진: 나)


식물들의 세계에선 남들과 다른 모습을 할수록, 특이할수록 가치 있고 귀중한 취급을 받는다.


다시 우리가 사는 사회로 돌아오면, 누군가는 자신이 직접 이유를 찾아 스스로 돌연변이라 칭한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나는 왜 남들과는 다를까, 나는 왜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할까, 나는 왜 이럴까..라고 단정 짓고 스스로 자취를 숨긴다.


나는 식물 세계에서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세계에서도 돌연변이로 태어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남들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은,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걸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특혜는 세상에 특별함을 가져다줄 수 있는 씨앗을 가지고 태어난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씨앗을 가지고만 있을 것이냐, 싹을 틔우느냐는 자신이 정해야 한다.


식물 세계에서는 다른 모습을 하고 망가진 모습을 하고 있을수록 더 가치 있고 사랑받는다. 이와 같이 평범하지 않은 생각과 모습은, 모두가 똑같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오히려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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