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져야 열매가 열린다

Revised on Oct 24, 2021

열심히 싹을 올린 유실수(=과일나무) 꽃이 수정을 이루면, 꽃 아래 조그마한 열매가 자랄 준비를 한다. 이제 이 열매가 자리를 잡으면 꽃은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이렇게  꽃이 진 후에 열매가 생긴다.

블루베리 꽃이 떨어 진 후 생긴 블루베리 열매들 (사진: 나)

이렇게 꽃이 피고, 진 후 열매가 맺혀야 씨앗이 생기는 사실을 알면서도, 누군가는 꽃이 피기도 전에 당장 열매를 바란다.

씨앗은 열매 가장 깊숙한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매를 보지도 않고 당장 내 눈 앞에 씨앗이 생기길 바란다.

아직 봄이 오지도 않았는데 한겨울 노지에서 봄 새싹이 트길 바란다.

누군가는 가끔 이렇게 당연한 순서들과 원칙들을 쉽게 잊어버리곤 당장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잡으려 소중한 현재를 낭비한다. 그리고는 현재 누리고 있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내가 실수를 하더라도 당연히 받아줄 거야,

내가 상처를 주더라도 당연히 내 옆에 있어줄 거야,  

내가 잘못을 하더라도 당연히 이해해줄 거야,

내가 등을 돌려도 당연하게 그 자리에서 기다려 줄 거야,

내가 사랑을 주지 않아도 당연히 나를 사랑해줄 거야,

당연한 것들은 자연의 순서에 따라 맺어진다. 시간과 계절이 지남에 따라 정해지며, 지나간 계절이 내년에 다시 돌아오듯 기다리면 돌아오기도 한다.

당연하지 않은 것들은 누군가의 사랑으로부터 온 희생과 인내로 인하여 맺어진다. 당연한 것들과는 다르게 당연하지 않은 것들은 놓치는 순간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정말 당연한 사실들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정작 당연하지 않은 것들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가끔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너무 쉽게 착각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