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y Oct 24. 2021

시든 꽃은 바로 고개를 들지 않는다

Revised on Oct 24, 2021

풀이 죽어버린 노란 튤립 (사진: 나)


지인이 오픈한 카페 테이블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노란 튤립이 고개를 푹 숙였다. 마치 힘든 하루를 보내고 난 후 지쳐있는 우리 모습과 같다. 꽃봉오리가 아직 피지도 않은걸 보니 오래되어 시들어 보인 것 같진 않았다. 그러고 나서 꽃병을 확인해 보니 물이 비어있었다.


빈병을 확인하자마자 작고 동그란 화병에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난 뒤 노란 튤립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씩씩하게 고개를 들었다.   



얼마나 목이 말랐어


꽃병의 물을 갈아주거나 다시 채워주었다고 해서 고개를 푹 숙여버린 꽃은 그 즉시 바로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 우리가 물을 갈아주는 순간부터 튤립은 긴 줄기를 통하여 새로운 물을 튤립의 머리까지 올려야 한다. 새로운 물을 몸통 전체에 퍼트려 쓰러진 몸을 바로 세우는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식물과 우리는 에너지를 주입한다고 하여 바로 달릴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물을 갈아주었다고 당장에 튤립이 바로 서길 바라는 마음은, 우리가 내일은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다음날 일어났는데 정말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되어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말이다.


긍정적인 마음은 정말로 긍정적인 상황을 불러온다. 이런 마음으로 어제오늘 불행함을 겪었다고 실망하지 않고 내일은 불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고 내일 나의 인생이 하루아침에 바뀔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물을 갈아주었다고 튤립이 바로 살아나지 않듯이 아무리 긍정적인 마음도 내 인생을 내일 바로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실망을 하기에도 이르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언제 풀이 죽었었냐는 듯이 살아난 노란 튤립을 보며 생각한다. 어제의 소소한 기쁨의 기억들이, 오늘의 웃음들이, 내일에 대한 소소한 기대들이 쌓여, 확실한 행복을 알게 해 줄 것을.



이전 15화 꽃이 져야 열매가 열린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