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시를 씁니다.
책을 읽고, 시를 씁니다.
나무, 너는
나무 너는,
가만히 있는 것 같아 보여도
네 살길을 찾아 방향을 트는구나.
나무 너는,
깜깜한 한 밤 중에도
밤하늘에 찬란한 별들과 속닥이는구나.
나무 너는,
쏟아지는 햇살에도 조급함 없이
어두운 땅속, 뿌리에 온 힘을 쏟는구나.
나무 너는,
욕심내지 않고
스스로 자랄 때와 멈출 때를 아는구나.
나무 너는,
수많은 시련에도 끝까지 버팀으로
네 생을 오롯이 살아내는구나.
그러니까 나무 너는,
모든 생명을 품을 수 있구나.
그러므로 나무 너는,
나보다 낫다.
by. 써니 / 23.10.31
제가 활동하고 있는 '한 달 한 책, 목동'에서는 10월 한 달 동안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를 읽었어요.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나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나무는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나무는 늘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햇볕이 내리쬐는 상태에 따라 우듬지*의 방향을 바꿉니다.(*우듬지 : 나무의 맨 꼭대기 줄기, 나무의 맨 꼭대기 끝)
생존을 위해, 그저 온 힘을 다해 햇볕이 내리쬐는 순간을 집중하는 것이지요.
우듬지는 아래 가지들이 제멋대로 자라는 것을 통제하고, 자라는 동안 일정한 수형을 유지하게 합니다.
즉, 나무가 자랄 때 방향타 역할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가지가 휘어져 자라는 나무들도 있어요. 휘어지면 어떤가요, 온 힘을 다해 최선으로 살아낸 나무의 결과입니다. 휘어지면 휘어진 대로 나무는 멋스럽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하늘을 향해 올곧게 자라지 못해도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것이니까요.
나무는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나무는 눈에 보이는 생장보다 자기 안의 힘을 다지는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뿌리의 힘을 기르는 단단한 유형기*를 거쳐야, 바람과 폭우에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성목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유형기 : 뿌리에 온 힘을 쏟는 나무의 어린 시절)
100세를 넘긴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전성기를 98세로 꼽았다고 합니다. 이유는 사람들을 위해 두 권의 책을 펴고 160회 이상 강연을 하며 사회를 위해 열매 맺는, 선한 영향력을 가장 많이 펼친 해였기 때문이라고 해요.
이 분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39세인 나는, 아직까지 유형기가 맞다.
언제일지 모를 나의 전성기를 위해
아직 뿌리를 더 다져야 하는 시기구나'
또한 나무처럼 조급해하지 않고 나의 유형기를 잘 보내야, 고난과 역경도 잘 견뎌내고 성장할 수 있겠구나.
다 자란 것 같은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시간표대로 묵묵히 내 길을 가야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 안의 내실을 잘 다져야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나무는 욕심내지 않습니다.
열심히 자라다가도 때가 되면 성장을 멈추고, 그 대신 꽃을 피웁니다.
하늘 높이 계속 자라기만 하면 뿌리로부터 멀어져 에너지가 고갈된다고 해요.
에너지가 고갈되면 열매도 맺을 수 없어요. 나무는 이렇게 자랄 때와 멈출 때를 아는 지혜가 있습니다.
열심히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숨 고를 쉼도 필요해요.
나무는 끝까지 버팁니다.
버틴다는 것은 주어진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내는 것이고,
어떤 시련에도 결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p.56)
끝까지 버티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나무도 버티는 것이 힘들어 때론, 가시를 내기도 합니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듯, 나무도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죠.
(p.59)
"견딤이 쓰임을 결정한다." 정호승 시인이 말한 것처럼, 인생에는 오로지 버텨내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나무는 나보다 낫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위의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잎을 통해 세상을 정화해주고,
자신의 몸통은 동물들의 안식처로 내어주고,
자신의 열매는 동물과 사람의 식량으로,
썩어서는 땅속 자양분으로,
나무는 이렇게 많은 생명들을 품으며, 스스로 숲을 만들고 일궈나갑니다.
세월이 흘러서 그냥 자란 것이 아니라,
그 세월들을 오롯이 버텨 낸 나무들에겐 오히려 사람보다 더 지혜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나무에게 인생을 배울만해요.
저 또한 세월이 흘러서 그냥 나이 드는 것이 아니라,
그 세월들을 오롯이 잘 버텨내, 지혜로운 나무처럼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