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01
검정색 트위드 원피스를 입고 모둠 친구들과 교실 앞에 서 있는 채아.
1년에 한 번 있는 학부모 공개수업의 시작이다.
채아는 며칠전부터 상황극을 한다고 말해주었다.
해설을 맡고 싶어하였는데 원하는 대로 되어 신났는 집에서 대사를 읽곤 했다.
모둠끼리 장면 5개를 나누어 진행한다.
그 중 1번으로 도입부를 맡았다.
채아의 해설로 시작하는 [송아지와 바꾼 무].
작년 학부모 공개수업이 생각난다.
첫 공개수업에 떨렸던 나, 연차를 낸 아빠.
깔끔하게 가려고 청바지에 검정 트위드 자켓을 입는 모습을 슬쩍 보고 가더니,
같은색 가디건에 청바지를 입던 아이.
선생님의 배려로 아이 책상 옆에 서서 수업 태도를 보는 내내, 이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을 정도로 대견했다. 주책맞게 눈물이 송글송글 맺히려 하였다.
올해는, 몽글몽글하지도 울컥하지도 않고 졸렸다.
계속 서있어서 그런지 다리도 꽤 아팠다.
반 아이들이 엄마 아빠 앞에서 수업을 하니 대부분이 들떴나 보다.
평소보다 목소리가 크고 손들고 발표하며 뒤돌아 보기까지 했다.
엄마에게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기도 하고, 얼굴 표정을 살피느라 바빴다.
하지만 역시나 채아는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더라.
대사를 완벽히 외우고 숙지해서 앞을 보며 당당히 얘기하는 모습만 있을 뿐이다.
처음 학교를 보냈을 때 너무나 낯가림 심하고 쑥스러움이 많은 아이라 괜히 내 노파심에 걱정 많았다.
걱정과는 다르게 천천히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샐까 걱정이었지만 다른 아이에게 모범도 되며 올바르게 학교생활을 잘 해내고 있다.
학교 도서관 사서 선생님한테는 독서력에 관해 꽤 인정도 받고 주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고 칭찬도 받는다.
나의 욕심만 덜어낸다면, 기준만 낮춘다면 잘 성장해갈 채아인데, 욕심이 문제다.
육아에서는 정답이 없다지만, 마음을 잘 비워낸다면 그게 정답이 아닐까 싶다.
내년 공개수업때는 또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