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02
채아는 아직도 등교를 혼자 하지 못하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도보로 다닐 수 없는 학교에 다니나 보니 매일 등교시키고 하교할 시간엔 기다렸다 데려오곤 한다.
학교 바로 옆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싶다 했다.
친구들은 끝나면 삼삼오오 모인다.
문방구도 들려 학용품 구경하며 재잘 거리기 바쁘다.
여름엔 시원한 아이스크림도 사먹으며 놀이터에서 놀다 간다.
하지만 엄마가 차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놀다 간다는 말도 못하고 아쉬움만 가득했었나 보다.
아이 입학에 맞춰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고 아파트로 가고 싶었으나, 뭐든 일이 내 마음대로 안 되듯이 이사는 실패했었다.
내가 아파트로 가고자 했을 때 집에서 뛸 수 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은 극구 반대했다.
그러더니 입학하고 다른 친구들끼리 어울려 지내는 모습을 보더니 마음이 변했나 보다.
나도 가고 싶다 이사.
등교 중에 채아네 반 친구들이 같이 등교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기 하은이랑 예은이 걸어가고 있다. 너도 같이 걸어갈래? 라고 물었다.
“어디? 나도 내려서 걸어 갈래!”
날씨가 쌀쌀했지만, 등굣길에 친구와 함께 해 본적이 없다는 사실이 씁쓸해 차를 한편에 세우고 내려주었다.
항상 무미건조하게 등교하던 아이가 실내화 주머니를 흔들며 뛰어가더라.
초겨울, 쌀쌀한 아침, 해가 쨍쨍하지 않아 흐릿한 길거리에 민트색 실내화 주머니가 휘날렸다. 환한 미소도 함께.
노파심 많은 엄마는 그런 등굣길을 지켜보며 쉽사리 떠나질 못했다. 인도가 제대로 없어 갓길 같은 등굣길. 그런 길이 위험하다 느껴 꼭 학교 교문 근처에서 내려주던 나.
그런 걱정 많은 엄마 덕에 성장이 더딜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너의 성장과 나의 걱정을 잘 조율해 바람직한 모녀관계를 탐색해 보자.
이사 가기 전까지는 등하굣길을 함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