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한 끼

혼 리스트

by 밥티스트


나의 인생은 월광소나타 음산하고 힘들게 시작한다
그러다 이내 쇼팽의 야상곡 녹턴 No2 처럼 빌오도 같은 보드라운 까만 어둠으로 싸 안았다가 슈만의 트로이 메라이로 긴장감 팽만한 나의 감정선의 팽팽함을 나른하게 풀어낸다
나만 그런가 때론 이두곡이 헷갈리게 들려 같은곡인가
싶다가 금새 다른곡임을 알아채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는다
나는 어릴때 전공을 하기위해 잠깐 음악을 공부를 했었다
참으로 내두손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바빳더랫다
호른전공을 준비 했었는데 달팽이처럼 동글동글하고 차가운 금관악기를 안고 있노라면 그어떤 폭신하고 보드라운 쿠션 보다도 어린나에게 포근함을 주었다
한손을 슬쩍 달팽이관 같은 벨에 넣고 소리를
조절할때 손가락에 울려 퍼지는 소리는 향기롭기

그지없어 코가아닌 손으로 향을 맡을수 있었다
온몸의 감각이 살아나는 그 소리냄새는
나만 맏고 표현할수있는 새로운 언어같은것이였다
대학입학을 앞두고 선물받은 호른 알렉산더
세상을 다가진것 같았다
그래서 ~애칭도 알렉산더
나의 영혼같은 악기 분신같은 알렉산더는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직업전선에 나선 나의 생활비와 전셋방값이 되어버렸다
허접하게 나락으로 떨어진것만 같은 그시절의
박소진과의 마지막 입맞춤을 끝으로
아름다웠던 소리들과 안녕을 고했다
그해 겨울은 힘들다는 소리한번 못지르고
여름이 와버렸다 ᆢ
그때부터 내게 봄은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봄은 없다
물론 뜨거운 여름의 폭염도 내가슴속의 뜨거움을
이겨내지 못했고 ᆢ
축축한 장맛비도 끝없이 흐르는 내 눈물 만큼은
아니였던걸로 기억된다
그렇게 해마다 여름은 나에게 뜨겁지 않았다
축축하지도 않았다
다시한번 연합고사를 보고 실기 오디션에 합격한
그겨울이 오지않는다면 내게는 봄여름가을의
계절은 무의미 하게 될것이다
여름이 오면 그겨울 기억 만큼이나 내겐 힘들게했던

음식의 떠오른다
잃어버린 한끼 ᆢ잊고싶은한끼
그러나 이젠 찾아먹는 한끼가 된 그음식
오늘은 아련한 그기억속의 음식을 찾아 봐야 겠다


# 미용실 #헤어디자이너
아픈 계절이 훌쩍 지나고 그해 여름 ᆢ
나는 어느새 슬픔을 가눌겨를도 없이
씩씩해져 있었다
미용실은 바빠서 때를 놓치기 일쑤였는데
원장님은 여름이되면 옥수수를 한바구니씩
삶아두고 끼니대신 주기도 했었다
아 ᆢ진짜 싫었다 그노무 옥수수
여름의 풍요로움은 역시 푸성귀와 여름
먹거리인 감자 옥수수 가 지천인 계절이기때문아닐까생각해 본다
옥수수하면 또 구황작물 이라는 이유로특별하고
귀히 대접받는 식물은 아닌듯 싶지만 나에게는
또 뗄래야 뗄수없는 추억들을 간직한 식재료이기도하다
종가집 에서 자란 나에겐 늘 끼니 때마다
소반에 차려진 내게 주어진 음식을
천천히 먹는 습관이 배어있던 탓에
미용실에서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마구
때우는 한끼란 몹시 내겐 따라가기 힘든 식문화 였다
그중 젤힘든것은 옥수수나 감자 고구마
김밥등으로 한끼 서서 때우는거 였고 ᆢ
가장싫었던것은 여름에 흔해진 푸성귀를
대충 때려넣고 고추장에 비벼먹는건데
중요한건 큰양푼에 한꺼번에 넣고 같이 퍼먹는
거 였었다

까탈스럽기 그지없는 내게 같은그릇에 밥을 넣고

슥슥 비벼 친근함을 표현하는 식사법은

내게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식사방법

그땐 왜그리도 까탈스러웠는지 모르겠다


예전엔 세탁기도 없던시절이라 미용실은
허드렛일이 많았었다
설겆이가 안나오는게 일거리가 줄어드니
당연히 여러직원들은 이런 식사법을 즐겼다
내게는 참 고통이었다
안먹자니 배고프고 먹자니 내키지 않고
까탈스런 내성정을 탓할수 밖에 ᆢ
그래도 비벼서 먹는 밥중에 유일하게
좋아하는게 있다
이북음식인데ᆢ 옥밥 이라는게 있다
옥밥은 옥수수를 넣고 하는 밥인데
이거이 마가린을 넣고 찝질한 청장을 슬쩍 뿌려
비비면 여름타느라 없던 입맛이 돌아온다
또 요즘처럼 부슬부슬 지리한 장마철에
내가 즐겨먹던 음식은 강냉이 푸랭이다
대청마루에 겨우내 장식처럼 똬리에 놓여있던
늙은호박을 쩍쩍 쪼개어 긇어내고 푹푹 삶아
강남콩과 옥수수를 듬뿍넣고 찹쌀가루를
슬슬 뿌려 조청을 넣고 끓인 죽같은건데
비맞고 으슬으슬 할때 후후 불어 먹으면
학교에서 혼난거 친구랑싸운거 엄마한테
심술부려 무거웠던 마음까지 어느덧 스윽 내려간다
살면서 우리가 힘들었을 시간들은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언제그랬나는듯이 그시간이 지나간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힘들때 우리는 음식으로마음을 달랬던거 같다
여기에 한잔술이 더해지면 금상첨화
옥수수는 비오는날 술안주로도 그만인데
옥수수를 들들 갈아서 청양고추랑 부쳐먹으면
술이 술술 들어간다
옥수수알갱이는 바짝 말려서
마른팬에 볶아서 겨우내 따뜻한 엽차로
수염은 말려서 건강 차로 쓰일것이고
껍질을 말려서 방석도 만들고 밀짚모자도 되기도 한다
옥수수는 이렇듯 여름에 제몸바쳐 할일을다하고
발가벗겨진채로 처마에 대롱대롱 매달려 말려진
다음 내년을 기약하며 씨앗이 되기도 하고 일부는
장날 뻥튀기로 우리들 간식이 되고 명절에 갱 엿에

버물버물 무쳐져 강정이되기도 하여 옥수수였던

모양에서 전혀다른 모양의 음식이된다
오래전 부터 옥수수는 전세계적으로 중요식량중

하나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식으로 먹지는 않아서 요리의
다양성을 모르지만 사실 예전

이북에서 이렇듯 깊이 있는 음식이다
매력적인 이 옥수수를 여름에만 즐기는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노오란 형광빛 광채를 내는 옥수수의 여름이야기
때로는 힘든기억의 그맛이 이제는 추억의 구수한
맛으로 현실의 나를 응원한다
누구에게나 지난시절 힘들때 ᆢ혹은 즐거웠을때
위로 받으며 먹었던 음식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든다
여름 ᆢ마음의 상처가 치유될무렵의 나를 힘들게도
힘나게도 했던 옥수수
그 옥수수 로 만들었던 강냉이푸랭이
촉촉히 비내리는 이밤 푹 끓여 한수저 뜨고 싶네
이여름의 나의 잃어버린 한끼 는 알고 보니
옥수수 였네요
당신이 힘들때 잃어버린 한끼는 어떤것이 였을까
한번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내일은 힘을주었던 음식을 찾아 한끼 드셔보시는건 어떨까요
저도 이여름 힘들고 지쳐서 수작반상에 오시는 손님들께 간만에 강냉이푸랭이 한번 만들어 대접해드려야겠네요
좋은 옥수수를 먼저 구해야 겠지요
요즘은 초당옥수수가 눈에 들어오네요
노릿한 색이 ~ 너무 예쁘고 쥬시한 맛도 좋네요
노란색은 질투의 화신이래요 ~~
슬슬 여름을 질투 하는 가을이 오기 전에
활짝 웃으며 옥수수 파티 한번 해요
밥으로 소통하는 밥티스트 박소진의 여름 보양식
강냉이 푸랭이 ᆢ
여러분의 잃어버린 한끼는 안녕하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