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이 고향이신 할아버님과 할머님 ~~
오늘은 전쟁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정말 많은 가족을 데리고
피난길에 오르셨다
시인이셨고 기자 셨던 할아버지는 서울과 평양을 오가시며 생활하시다가 전쟁이 나자 가족들과
배편으로 태안으로 내려오셨다고 한다
피난살이 설움에 1등 공신은 춥고 배고픈 것 아녔을까 게국지 ᆢ 태안에서 끓여 먹고 있던
게국지 ᆢ게장 담갔던 간장을 얻어다 호박 지를 담가
대충 버무려 얹어 지져 먹었던 대서 유래되었던
이북식 게국지가 되었던 사연
아마도 그 게국지는 그렇게 피난길 설움에 버무려져
어린 내 입맛에는 그저 그런 음식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여행을 하다 서해안에서 게국지를
맛보게 되었는데 우리 집에서 맛본 게국지랑은 많이
달랐다 어려서 먹어본 맛이어서 기억이 흐려졌을까
이내 아쉬운 맘을 안고 돌아섰다
요리를 시작하면서 게국지가 서해안 일대에서만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었다
서해안의 게국지도 지역마다 만드는 법이 조금씩 다른데
보통 칠게 같은 작은 게를 절구에 짓이겨 겉절이를 담가
생김치를 호박을 넣고 지져 먹기도 하는데
우리 집에서는 게장을 담그고 그간장으로 늙은 호박 장 김치를
담아 무와 묵은지 를넣고 게장 게를 올려 푹지지면 끓일수록
쿰쿰하고 시원한 맛에 매료되는 게국지를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수작 반상 이란 한식당을 오픈하며 시그니처 메뉴로 손님들에게 선보이고
게국지는 바로 특별한 맛으로 빨리 자리 잡았다
시간이 지나도 기억되는 맛의 기억이란 정말 놀랍다
나도 사실 나이를 먹으면서 맛없어하던 것들을
먹게 되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 슬픔을 끌어안고 있던 게국지는 특별할 것 없는 별미가 아닌 시대가 도래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단순한 맛을 탐닉하기보다는
때로는 추억을 소환해 그리움을 얹어 먹기도 하고
어떤 때는 힘든 시간을 기억하며 기쁜 시간도 떠올리며
음식을 먹기도 한다 게국지는 충남 서해 음식이지만
피난민으로 힘들 때 모두가 어려운 그때에 피난민들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없는 살림에 간장 한 종지 내주던 인심과 그지역에서 맛봤던 씁쓸하지만 그래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했던 음식이었던 것이다
나는 어릴 때 어른들께 전쟁의 무서운 이야기를 무수히 들으며 자랐다
지금도 지구 반대편엔 전쟁으로 힘든 지역도 있는데ᆢ
어는덧 우리는 전쟁에 대해 무감해져 가고 있다
아직도 우리 피난민 1~3 세대 들은 분단국가에서 여전히 마음속의 전쟁 중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들을 애타게 고대하며 사시던 할아버님 할머님의 기다렸던 봄은 오지 않은 채 ᆢ
우리에게 숙제를 남기시고 마음에 묻어두었던
고향 하늘로 돌아가셨다
요즘은 조금만 힘들어도 조금만 아파도 아주 작은 일들에도 우리는 그걸 견딘다는 표현들을 쓴다 그 아픈 시간들을 격어낸 사람들 앞에선 꺼내 지도 못할 말 들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작게는 가족을 지켜냈고 크게는 나라를 지켜냈다
어느 나라든 독립운동과 전쟁을 치러내면서 부모 자식 형제를ᆢ그리고 친구를 잃는 뼈를 깎아내는 듯한 고통을 맛보는 시기가 있었으리라
이 땅의 아버지뿐이겠는가 어머니들은 아버지 없이
자식들을 부둥켜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연분홍치마의 곱디고운 새댁은 강인함으로 무장했어야 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필자는 얼마나 나약하기 그지없는
아낙이었나 말이다
아기 하나 데리고도 낑낑 ᆢ어느새 전쟁은커녕
나라 돌아가는 일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는 그런
사람으로 그저 그런 삶을 영위해 가고 있단 생각이 든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호국 광복이라는 단어들을 많이 듣는다
진짜 우리는 지난시절 이 땅을 지켜낸 분들을 기억하며
또 감하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말이다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 따위는 없어진 지 오래고
오늘 내가
뭘 먹을지 뭘 입을지 뭘 하고 놀까 에 들떠 있다
세월에 떠밀려 살고 있구나 하고 한 번쯤 생각하는 때일 뿐 어느 것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
그저 밥 버는 일에 매달려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과
맞서 싸울 생각만 할 뿐 ᆢ
지난날 할아버지가 그리도 오랜 시간 무릎에 앉혀두고
통일을 염원하시는 이유에 대한 말씀들이 무색하게
나는 어느덧 전쟁 이주민 3세대였던 것을 잊어가고 있었다 내가 수작 반상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도 그랬다
이젠 1세대 실향민이 거의 다 돌아가셔서 이북의 가정식의 맛을 잊히지 않게 오랫동안 지키고 싶어 져서였는데 어느덧 밥벌이에 치부하고 말았다
다양한 이북 음식을 고향이 함경도 이신 친할머님께 개성이신 고모 할머님께 평양이신 할아버지께 다양한 이북 음식을 맛보고 배웠었다
척박한 땅의 곡물 중심 개성음식의 퍽퍽한 맛을 최초의 우시장이 생겼던 평양 할아버지 영향으로
다양한 고기 맛을 함경도 할머니께 다양한 해물요리와 생선 식해 같은 맛있는 음식들
나는 큰 자산을 물려받았음에도 맛을 지키는 일에
소홀하였다
내 작은 식당에서 이제 조금씩 그 맛들을 이어 가는 일들을 해나 갈 것이다
내가 어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일은 우리 이북 고유의 가정식을 이어가는 일이었다
입으로만 전해 내려 온 그 맛을 지켜내는 그러나
너무나도 아쉽게 그 맛을 유추해 알아봐 줄 어른들께서
얼마 안 계시시다는 마음 아픈 현실
이맘때라도 ᆢ나라를 지켜주시고 가족을 지켜주신
이 땅의 아버지 어머니ᆢ전쟁으로 꽃다운 목숨을 잀은
호국 청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오늘 저의 잃어버린 한 끼는 게국지였습니다
전쟁의 무서운 시간들과 이산가족의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목숨을 연명해야 했던 그 시절에 ᆢ
다 같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난민을 받아주시고
게장 국물이라도 나눠먹느라 만들어졌던 게국지
저에게는 그저 서해지방의 별미음식이 아니고
집안의 아픈 역사를 끓여낸 한 냄비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ᆢ
수작 반상의 게국지는 그렇게 아릿한 역사를 품고 오늘도 보글보글 지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잃어버린 한 끼는 안녕하신가요
오늘도 누군가와 과거의 아름다울 기억이 될 맛있는 점심
드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