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이 다가온다 한가위만 같아라 ~했던 말들이 무색하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마치 제비 집속 제비처럼 엄마 아빠 바라기에서 부모의 사랑을 먹이 삼아 빠르게 성장한 우리들은 하나둘씩 둥지를 떠나고 어느새 어미새가 되어 내 둥지를 틀고 내 새끼들 거두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자식을 키워내는 일이 단지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만 가지고는 안 되는 일일진대 ᆢ 어렵고 힘들었던 그 시절에도 우리를 반듯하게 키워내 주셔서 이만큼 사람 구실 하며 살아가고 있음에도 때론 부모님 탓도해가며 내현실을 힘겨워하기도 하고 ᆢ반복되는 삶 속에 지쳐가고 있는 내 젊은 날의 초상ᆢ 가끔은 바쁘게 살아가야 했기에 사랑을 듬뿍 주지 못하셨던 부모님 탓을 해보지만 사실 우리는 그것조차 겨 우해 내고 있다 사회초년생 그때는 참 ᆢ밥을 먹고 돌아서도 배고픈 시절이 있었다 왜 일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 엄마 아빠의 숨결이었다 밥 속에 불어넣어져 있던 그 숨결 내가 밥 냄새에 미치는 이유도 아마 엄마 아빠의 냄새처럼 여겨져서 이리라 생각이 든다 ᆢ맛있었던 그 밥에는 내 아이의 한 끼 밥 속에 건강과 행복의 염원을 담아내었을 엄마의 손길 우리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너도나도 엄마품을 파고들려고 먼길마다 않고 길을 나선다 고향에서 내 힘들고 지친 영혼의 위로가 되어줄 엄마 밥 한 끼 얻어먹고 힘 얻어 돌아오려고 그렇게 미안한 발걸음을 뗀다 어찌 보면 우리는 받은 사랑을 부모님께 돌려드려야 하는 채무자임에도 불구하고 채무를 갚지 못한 채 내리사랑으로 내 자식에게만 애정을 쏟고 있다 우린 모두 빚쟁이 ᆢ 이번 추석에는 빚을 좀 갚고 밀린 이자도 좀 갚아야 할 텐데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 어릴 때는 추석에도 마음이 들썩들썩하더니 어느새 한 살 두 살 나이를 들어가며 추석명절도 시들하다 우리들에게 추석 음식은 단지 오곡백과를 거두고 풍요로움에 감사하며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 얼굴 보며 지내는 그저 그런 명절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자주 뵙지 못하는 부모님께 일 년에 고작 몇 번 얼굴 내미는 일로 끝내지 말고 엄마 냄새 맡아가며 엄마엄마 착착 감기며 쓸쓸한 부모님 손 한번 더 잡아드리고 맛있는 음식 함께 만들고 잠시나마 추억 속으로 잠기는 시간여행을 해보자 마음먹어본다
나는 어느덧 잊어가던 음식들을 가물가물 잡아내는 요리를 하는 곳이 바로 수작 반상이다 도시생활 속에서 제철 음식이나 절기 음식들로 수작 반상에서 허기진 사랑을 채워보시라고 한 끼라도 제때 제대로 먹어보자 뭐 그런 슬로건을 내걸고 ᆢ 난 고기를 참 좋아한다 어떤 고기든 어떻게 요리하면 맛있는지 혀를 통해 배우고 손으로 그려낸다 때론 너무 많다 싶게 고기메뉴를 구성해 상에 낸다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걸 제일 잘하지 않을까 싶다 해마다 추석 즈음엔 선물도 할 겸 소금 갈비를 한다 소금물에 갈비를 적당히 재워 채수와 과일즙으로 소스를 만들어 발라 굽는데 이 또한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시던걸 배운 것이다 할아버지께서는 양고기나 토끼고기로 주로 해주셨었는데 구하기가 만만치 않아서 나는 그냥 LA 갈비로 한다 명절 때면 할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양념한 소금 갈비를 대 꼬치에 꽤어 화로에 슬슬 구워 솔가지를 모아 꽁꽁 묶어 끝을 가위로 잘라 슬슬 긁어 솔향도 입혀가며 구워 한입한입 넣어주셨다 노치 떡도 같이 구워 싸주시기도 했다 노치 떡은 찹쌀가루에 엿기름을 섞어 항아리에 넣고 삭혀서 지져먹는 이북식 떡이다 햇곡식 추석쯤 만들어 겨우내 곳간 항아리에 넣어두고 말랑해지면 꺼내먹고는 하는데 별것 아닌 모양새의 떡이지만 손도 꽤간다 이 떡을 만들려면 찹쌀가루도 쪄내야 하고 길금 가루라 하는 엿기름도 체에 쳐야 하고 조청도 내려야 하고 참 준비가 번거롭다 들척하니 말랑한 떡을 오물오물 먹다 보면 ᆢ 이걸 내가 왜 먹고 있나 싶었던 그 떡은 이제 기억도 가물거린다 그래도 가끔 만들어 손님에게 수다스러운 설명과 함께 포장하여 내어 드린다 나는 이상하게도 이 떡은 갈비랑 먹으면 맛나다 올해 추석은 노치 떡도 좀 만들고 소금 갈비도 좀 재워서 추억의 맛을 좀 소환해봐야겠다 어느덧 엄마는 옛날에 해주시던 음식들을 잊어가신다 입맛이 싱거워져서 자꾸 짜게 만드시고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도 이젠 귀찮아하신다 우리는 언제까지 엄마 냄새 묻어있는 밥을 먹으러 귀향길에 오를 수 있을까 이젠 너무나도 편해진 세상 인터넷을 켜놓고 화상통화로 절을 올리고 약간의 돈을 지불하면 산소의 풀도 대행으로 깎아주고 ᆢ 소문난 반찬가게에 예약해두면 제사음식도 시간 맞춰 척척 해결되는 이 시대에 쌀을 불려 빻고 조청을 내리고 갈비를 손질하는 고된 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어가겠지만 나는 고집스레 잃어버린 한 끼를 이어가야 한다 음식에는 그 음식을 먹을 때마다 매번 틀린 아름다운 추억이 있을 테니까 음식을 잊으면 추억도 함께 잊는 게 될 테니까 오늘도 어슴프레 저녁 이슬 내리는 이시간 하루 종일 이리저리 종종거렸을 무거운 내 그림자 질질 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ᆢ 오늘도 작은 가게에 백여 명 남짓한 사람들이 들고 날고 했었다 내가 해준 음식을 먹고 행복한 시간이었을까 잠시나마 엄마 냄새 묻은 음식으로 기분 좋은 휴식이 되었을까 생각해보는 밤이다 기억 속에 맛있는 한 끼로 저장되는 작은 식당 수작 반상 그런 식당 만들고 싶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기분 좋은 밥집 지금 뭐든 풍요롭고 과하다 싶을 만큼 먹을거리 넘쳐나는 세상 그래도 아직 우린 하얀 쌀밥에 갈비 올려먹고 기름진 전에 해콩 송송 깨 송송 송편 먹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의 잃어버린 한 끼를 지키는 일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다 서울 하늘이 몹시 견디기 힘든 날 서교동 골목을 지나다 보면 밥 짓는 냄새에 코를 벌름거리며 들어오게 되는 수작 반상ᆢ 나는 기다린다 힘든 그림자 끌고 다니는 배고픈 도시남녀를 ~~ 밥으로 소통하는 밥티스트 박소진의 잃어버린 한 끼는 소금 갈비와 노치 떡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잃어버린 추억의 한 끼는 어떤 음식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