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힘들었던 하루를 접느라 뒤척이다 이내 이불깃을 제치고 일어나 부엌 바닥에 잔뜩 내려앉은 밤을 걷어내고 그리움을 하얗게 씻어 무쇠솥에 차곡히 담아 손을 담가 그리움 가득한 만큼 셈을 하여 손등자로
밥물을 잡아 밥을 짓는다
밥을 안치고 선잠을 쫓아내느라 멍하니 있다가
문득 때로는 사람들에게 망각이란 큰 선물인 것 같기도
하다는생각이 불쑥 들었다 무엇이든 간에 잃어버린 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내게는 밥 한 끼가 그러하다 무에 그리 밥이 특별할까 싶을까 만은 밥은 하루를 여는 시작이며 일상에서 가장 많은 반복적 행동이며 사람들과의 교류이다 눈을 뜨면 가족들과의 한 끼로 아침을 열고 출근해서 동료들과 학교 가서 친구들과 따로는 나 혼자 한 끼를 하게 된다 심지어 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한 끼를 할 때도 있다 접대하는 밥은 어렵게 생각되다가도 누군가에게 대접을 할라치면 결국엔 과한 옷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는 기억 속의 한 끼를 가지고 그리울 때 야금야금 꺼내어 헛헛한속을 채워 간다 우리의 욕구는 너무도 많아서 다스리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병들면 사람들은 식욕을 잃는다 힘들 땐 사람들은 탐욕을 잃는다 마음이 다치면 사람들은 성욕을 잃는다 잃어버리는 것을 기억해 내고 싶은 우리는 어느 순간에 다시 밥을 먹고 어느 순간에 다시 탐욕스러워지며 어느 순간에 사랑을 탐닉한다 내가 밥을 짓기 시작함은 내려놓기 위함이었다 수많은 시간들을 보내면서 우리에게 반복되었던 일상들 그중에 가장 오래된 일상의 시작은 밥 짓는 일이 아녔을까 생각된다 단지 밥이 생명을 이어가는 연장선이었을까? 우리는 끝없이 질문하나 해답을 얻지는 못한다 내가 기억하는 잃어버린 밥 한 끼는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잘살고 있니? 잘 먹고는 있니? 아마도 잃어번린 밥 한 끼가 내게는 알게 모르게 힘이 되어주었으리라 기억의 저편에서 힘을 내라고 재촉하는 기억의 밥 한 끼 온통 그리움에 버무려진 그 밥 한 끼는 흰쌀밥에 뻘건 동태찌개이다 함경도가 고향이신 할머님의 이북식 동태찌개 비릿한 내음은 힘들 때 내 몸속의 온갖 세포를 일으켜 세운다 어린 내 눈에 비친 우리 집의 동태찌개는 전화도 핸드폰도 없던 시절 냄새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기특한 찌개였다 커다란 솥이 마당에 걸리고 무가 숭더숭덩 썰려 들어가고 고춧가루와 된장이 살살 풀어질 때면 마을 사람들이 손에 감자 고구마를 들고 바삐 우리 집으로 오시곤 했다 아마도 그 시절에 포틀럭 파티가 아닌가 싶다 예전의 아저씨들은 이렇게 모여 앉아 술도 드시고 걸쭉한 입담들로 아쉽게 저무는 하루를 달래고 수줍은 새댁에서 어느새 유들유들 해지고 장난스러운 음담패설도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 정도의 농담 들은 우리네 음식과 술이 있는 곳에서는 아무런 흉이 되지 않았고익숙한 풍경 속에 밤이 깊어지면 모두 짝을 찾아 품속을 파고들었으리라 우리의 식욕은 우리의 탐욕은 끝없는 욕망의 성욕처럼 우리의 일상을 헤집어대고 연결고리 가 되어가고 있다 어느 것 하나도 놓칠 수 없다는 듯이 탐욕스러운 교태를 부리고 매일매일 맛있는 것에 대한 집착으로 혀를 널름거리며 지나간 세월에 퇴색되고 잊혀가는 소중한 이들과의 한 끼 밥을 지워내고 있다 나 때는 말이지 하며 꼰대력 발산하며 세상 과거에
집착하는 것만큼 우매한 일도 없겠지만은 음식만큼은 그래도 될듯싶다 아니 그래야 한다 잘 만들고 잘 먹고 잘 지켜내야 우리의 기억을 잃지 않고 보존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매일매일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듯한 정형화된 음식들 어디서 어떤 환경에서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냉장냉동식품들을 마치 살기 위한 몸부림처럼 입속에 의미 없이 마구 쏟아붓고 있다 물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생산도 해야 하고
뭐 그런 이유를 댄다면 할 말 없겠지만 그래도 굳이 변명을 늘어놓자면 하루에 한 끼라도 화식을 해야 몸의 온기가 돌고 균형이 맞을 테고 가장 중요한 가족과의 한 끼 밥을 먹을 수 있을 거란 얘기 우리가 어머니의 밥을 그리워한다는 건 막연히 맛있어서가 아닐 게다 모든 어머니가 다 음식을 잘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단지 어머니의 부산스러운 손길이 새벽에 일어나 나를 위한 그리고 가족을 위한 따뜻한 움직임 속에 올려진내 어머니의 그 밥 한 끼 그 밥향이 그리운 게 아닐까 짐작해 본다 누구에게나 잃어버린 한 끼가 있을 거다
오랫동안 이유 없이 못 보던 사람들과 만났을 때
내게 다시없을 그 시간의 한 끼 그리워하다
가슴속 뒤적거려 겨우 찾아낸 한마디
밥 한 끼 하시죠 ~ 그 시간 그 사람 그 장소가 아니면 다시는 먹을 수 없는 그래서 우리들에게 잃어버린 한 끼는 너무도 소중한 끼니로 기억되리라 내 잃어버린 한 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추억해 보는 것만으로도 꽤 멋진 기억으로의 산책이 될 것 같다 오늘은 누구라도 좋다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더 늦기 전에 잃어버린 한 끼와 함께 추억을 소환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당신의 잃어버린 한 끼는 오늘도 안녕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