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2주차 첫 당직
지난 당직때 호기롭게 넘어간 것과 달리, 이번 당직은 밤새 한순간도 쉴 수 없었다.
응급실에 낮에 온 환자들도, 응급실 인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밤 늦게 연락이 되어 급히 어레인지를 하고 처리하다보니, 새벽까지 계속 일을 하게 되었다.
그 사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POLST)받은 환자들도 사망해서 10년 만에 사망환자의 라인정리와 사망진단서도 써보고, 피가 나서 안지오씨티를 찍고, 중환자실에 환자를 올리고, 아무튼 쉴새 없는 콜의 연속이었다.
낮에도 인력이 부족하여 내지 못한 청구용 오더들이 당직시간에 쌓여있어서 돌아다니며 내다 보니 쉴틈이 없었다.
그래도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응급실과 중환자실 사람들이다. 응급실은 환자를 막을 수 없다. 각 과 외래에서 신환/초진을 받지 않고, 수술을 최소한으로 하고 있어서 입원도 쉽지 않고 있어 병원에 와도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응급실로 밀려들고 있었다.
당직을 서고 있던 응급의학과 친구 태균이는 이미 포기한 상태다, 안되면 전원가야지 뭐...하면서 일단 급한 처리를 하느라 매우 바빴다. 그리고 중환자실은 마지막 보루였는데, 최소 인력까지 나간 상태에 교수 두명이 돌아가면서 모든 환자의 오더와 술기를 하는데, 환자가 나빠지거나 병동에 중환이 생기면 모두가 마비되는 상황이었다.
한주가 지난 총파업의 여파는 매우 컸다.
그래도 전공의나 전임의를 탓하기 보다는 여기서 무슨일 생기면 오히려 더 악 영향이 끼칠까 최선을 다해 막고 있는 최후의 방어선이라 생각하며 다들 고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한 피로가 쌓이면 언제까지 이것을 버텨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서울대에서는 교수들의 모임을 통합하여 비대위가 결성되었고, 내가 모시고 있는 선생님이 위원장이 되셨다지만 여전히 걱정이 많다.
잘 해결될때까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테고, 싸우자는 위치에 계셔서 이번주 회의에서 결정이 나지 않으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꼴이라 어떻게 잘 마무리가 될지 갈피를 잡기가 어렵긴 하다.
어쨌든 하루하루 교수님들은 현 시스템에 적응해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번 계기로 전공의가 없으면 병원이 안굴러가는 이상한 이 시스템에 대한 각성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무엇이든 얻는게 있어야 할 텐데 잘 마무리되길...
-파업 2주차 진료교수 나부랭이 J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