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무 Oct 04. 2021

키즈카페 예찬

아이를 키우다 보면 반드시 거쳐가는 코스가 있다. 바로 키즈카페

예전엔 키즈카페 없이 어떻게 아이를 키웠나 싶을 정도로 "키카(키즈카페의 준말, 맘 카페 용어)는 이제 없어선 안될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키즈카페

사전적 정의로는

"놀이 시설과 카페의 기능을 함께 갖춘 곳. 어린이가 즐겁게 노는 동안에 부모는 편하게 차나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어린이가 즐겁게 노는 동안 부모는 "편하게" 차와 식사를....


모든 부모의 애환이랄까...

아이를 낳고 나서부턴 편하게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는 젊은 부부들의 하소연을 들을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이와 함께 밥을 먹고 나면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아이를 낳기 전 식사할 때 휴대폰이나, 패드를 보여주면서 식사를 하는 부모들을 보면, 우리는 저렇게 하지 말자고 수백 번을 다짐하곤 했다. (당신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나마 이것마저 없으면 정상적인 식사는 물 건너 간이야기다.

뽀로로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해야 한다. 수많은 가정을 지킨 공로로...


아내는 늘 집에서 막내를 돌보느라 키즈 카페를 혼자 다닌 지 어언 9년 차, 이제 거의 달관의 경지에 이르렀기에 아이들을 놀게 하고 다른 부모님들을 관전하는 여유가 생겼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달라지는 부모들을 태도를 보고 있으면, 옛날 생각도 나고 짠하기도 하다



Level 1 : 아직 돌 이전의 아이

키즈 카페에 오는 목적이 부모가 쉬기 위함이 아니다. 아이에게 이것저것 여러 가지 장난감이나 놀이시설을 경험해주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다양한 장난감과 놀이 기구는 아이들을 자극하기 매우 좋다. 이중에 맘에 드는 게 있다면 나오는 길에 장난감 가게에 들러 한 두 개 사는 게 보통이다.

보통 부모 중 한 명은 아이를 전담 마크하고 한 명은 사진기와 함께 가재 수건 하나를 들고, 흘러나오는 침을 연신 닦아내며, 아이의 관심을 유도한다. 극한 직업이다...

키즈 카페의 2시간은 아이를 위한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되는 지라 사실 키즈 카페에서 쉬지 못한다.

이때만 해도 아이들만 뛰놀게 하고 부모들은 휴대폰만 보는 가족들을 보며,

"나는 아이와 좋은 추억을 쌓으러 온 거지 저들과 다르다"

는 사명감에 불타 있을 때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찍고, 인스타와 SNS에 올리고 부모 둘 다 아이와 "놀아주기"에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쏟는다. 첫 아이를 낳은 부부에게서 볼 수 있는 익숙한 모습이다.

하지만 몇 달 지나 보면, 이제 요령이 생겨서 한 명이 아이와 놀고 남은 한 명은 휴식을 취하는 Level 2로 올라간다.



Level 2 : 첫째 돌 이후 + 돌 이전의 둘째 혹은 임신 중

부부가 함께 사진 찍어주고 2시간 동안 함께 놀아주던 체력은 바닥이 나고, 이제 그 시기가 온다

"당신이 좀 봐, 나 좀 쉴게"

키즈 카페의 두 번째 목적이 이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다. 이맘때쯤 보통 둘째를 갖게 되거나, 갓 태어난 둘째가 있기 마련이라. 첫째는 아빠가 둘째는 엄마가 맨투맨 마크가 시작된다.

보통 자주 가는 키카에 단골이 되어, 이젠 아이를 좀 놀게 하고 짬짬이 쉴 줄 아는 요령도 생긴다.

하지만 아직 아이가 어리기에, 잠깐 휴대폰 보는 사이 어디선가 넘어져서 우는 아이를 찾고, 반성하는 일도 반복된다. 이놈의 휴대폰이 뭐라고...

그동안 키즈 카페에서 휴대폰을 보면서 쉬고 있던 부모들의 마음을 이제 이해하기 시작한다.




Level 3 : 두 돌이 지난 아이~미취학 아동

키카는 이제 아이들 놀이터의 목적보다는 부모의 쉼터가 되어간다

아이들은 이제 전담마크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컸고, 엄마들의 사랑방이 되어간다

음식 맛이 중요해지고, 핫플레이스들이 맘 카페에 유행한다.

이때쯤 아이들의 엄마들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돌아가려 부단히 도 애를 쓴다.

아이를 키우느라 신경 쓰지 못했던 본인들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고, 다른 엄마들과 비교를 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제 키즈 카페는 아이들의 놀이터로, 부모들의 쉼터로 제 기능을 100% 발휘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에 대해 신경을 덜 쓰게 되니, 아이들을 보면서 잠시 2시간 동안의 자유를 휴식을 위해 쓰기도 하고, 이렇게 글을 쓰거나, 밀린 일을 하기도 한다.

어쨌든 2시간의 자유가 생긴 셈이니... 2시간에 지불하는 비용이 그렇게 아깝지 않다. 재충전의 시간이기에...


예전에는 놀이터에서 놀고, 집 앞에서 동네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이웃과 얼굴 보며 이야기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언제서 부턴가 이런 키즈카페가 아니면 놀 수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다


사실 이제 아이를 막 키우기 시작한 부모들에게 위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키즈 카페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것도 좋지만, 결국 너무 체력을 뺏기면 결국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게 되니 적당히 내려놓을 건 내려놓아야 한다고(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를 전담하는 동안 잠시 쉬고 있는 상대방에게 눈 빛 공격을 시전 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없어야겠다. 어차피 아이가 더 생기면 맨투맨으로 함께 일할 동료일 테니 서로를 배려해야 부부간에 불필요한 오해가 쌓이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주말 아내의 근무에 네 아이를 데리고 집 앞 키즈 카페에서 이렇게 몇 줄 적어본다

사실 잘 활용만 하면 사실 이보다 좋은 장소도 없다. 2시간의 짧은 자유.

그래도 아이들이 더 크면 이것도 그리운 추억이 되겠지.


-주말 연휴 집 앞 키즈 카페에서-


작가의 이전글 아이를 떠나보낸 부모의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