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특이한 나를 다루는 법 : 나를 분산하기
ADHD 작가의 자신을 다루는 법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성인 ADHD 진단을 받은 작가다.
내게 있어 ADHD란 난독증과 느린 행동, 일의 중요도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 이 정도다.
이 정도면 경증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선술한 증상들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저러한 사소한 실수들이 모여서 삶에 큰 지장이 된다는 것을 알게된 후 담담히 진단을 받았다.
(*정신과를 방문하는 기준은 내가 남들이 보기에 어떻느냐가 아니라, 내가 생활이 불편한가가 척도가 되어야 한다. 이 점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ADHD의 진단 기준 자체는 선천성이다. 어린 시절부터 주욱 ADHD의 경향을 보인 성인만이 ADHD 진단을 받게 된다.
ADHD 환자는 평생에 걸쳐 ADHD의 영향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받는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내 삶을 전반적으로 돌아보았다.
선천적인 호르몬 결핍은 약물 치료를 받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증상이 야기한 나의 안좋은 버릇들은 나의 의지로 고쳐나가야 하기 때문에 나를 돌아보아야만 한다.
나는 사춘기가 시작할 때 즈음 스마트폰을 접했다. 그래서 스마트폰 중독을 겪었고, 나는 그것이 내 ADHD 증상을 악화시켰으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의 ADHD 관리는 곧 스마트폰 관리가 되리라.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실제로 내 일상을 개선하는데에 도움이 되었다. 그러므로 나는 ADHD가 스마트폰을 대하고 다루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이 글이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나를 분산하기
내가 스마트폰 중독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나를 분산하는 것이었다.
어려운 것은 전혀 아니다.
나는 집에서 방마다 아날로그 시계를 둔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손목 시계를 찬다.
수첩과 필통도 가방과 책상에 각각 1개씩 총 4개 비치한다.
스마트폰의 카카오톡을 제외한 sns와 컨텐츠 관련 어플을 전부 지웠다. 대신 심심하면 책을 직접 구매해서 읽거나 스도쿠 책을 구입해서 스도쿠를 한다. 날짜는 책상 위에 탁상 달력을 두고 그것으로 확인한다.
이런 습관을 들이는 것이 사실 효율적인 행동은 아니다. 나는 ADHD로 인해 꽤나 행동이 굼뜬 편인데, 이런 습관은 나의 행동을 더 굼뜨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습관을 들이는 데에는, 선술한 손해를 감수할 만큼의 이유가 있다.
편안할 것 같았는데 피로한 모순
ADHD를 겪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멀리해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자신의 할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이유가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내게 있어 스마트폰이 내 삶을 방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이 내 삶의 모든 기능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있어 스마트폰은 생필품이다. 연락 수단, 시간 관리, 일정 관리, 은행 업무, 사진 촬영, 문서 작성, 파일 공유 등 일상 생활의 너무나 중요한 부분들이 스마트폰의 영역으로 편입했다.
스마트폰의 이러한 특징이 내 삶을 편리하게 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한다.
이걸 하려던 게 아닌데
스마트폰은 일상생활에 있어 필수적인 기능 뿐만 아니라 오락 기능을 동시에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마다 사용 목적을 직접 생각해야한다.
내가 뭐 하려고 휴대폰을 켰지? 아, 연락 보내려고.
하지만 오늘날 연락은 전화나 문자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그보다는 카카오톡이나 sns의 메신저 기능을 통해 연락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자, 이제 연락을 보내려고 카톡이나 sns를 켰다. 헌데 단박에 연락 기능부터 눈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친구 목록과 수많은 피드들 너머로 채팅창에 들어가는 버튼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연락을 보낸 후에는 다른 수많은 기능을 의식적으로 무시하고 스마트폰을 꺼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손가락을 움직여 터치 몇번 하는 정도로 해결할 수 있다. 사실 짧은 용건의 연락은 20초도 안 걸린다. 그러나 그렇게 우리의 몸이 편해진 만큼, 우리는 사고력과 의지력을 소모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트렸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하며 살기 위해서는, 예전의 삶에 비해 비해 훨씬 더 많은 사고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고민하는 일은 무척 성가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조금만 피곤해도 내가 스마트폰을 꺼내든 목적을 잊고, 오락 기능부터 켜는 것이다.
나의 행동에 드는 고민을 줄여야 내가 더 편해진다.
목적에 따라 행위를 다르게
내게 있어 그 해답은 뭔가를 할 때 필요한 물건을 전부 분리하는 것이었다.
아날로그 도구가 디지털 도구에 비해 갖는 큰 장점이 있다. 바로 그 사용 목적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달력을 보면 날짜를 보면 된다.
시계를 볼 때는 시간을 보면 된다.
펜을 들 때는 펜으로 그림을 그리던지 글씨를 쓰면 된다.
책을 읽을 때는 책을 펴고 글씨를 읽으면 된다.
반면 스마트폰으로 업무 처리를 할 때는 다르다. 잠금을 풀고, 어플을 선택해서 들어가 터치를 한다.
은행 일을 볼 수도 있고 달력을 봐야 할 수도 있다. 행위마다 그 목적이 다른데도 그 사용 방법이 다 똑같다. 물리적으로는 천편일률적인 행위임에도 그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사용자는 계속 사고해야한다. 따라서 기존의 아날로그적 삶의 방식에 비해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삶을 살아갈수록 뇌가 피로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편안하게 사는 것이 중요해
흔히들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매 순간을 간절한 마음으로 살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한다고 한다.
원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삶을 제대로 가꾸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의지가 필요하다. 시간은 한정되어있으니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이득이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바람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완벽한 삶을 살아내기 어렵다. 특히나 ADHD나 다른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저러한 보편적 기준 앞에서 절망하기 십상이다.
나는 그렇다고 해서 " 나는 ADHD가 있어서 남들만큼 살 수 없어" 하고 정신승리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100 만큼의 노력을 할 능력이 안된다면, 70 만큼의 노력만이라도 해보자.
그것조차 힘들다면 5 만큼의 노력만 해도 된다. 내일은 10 만큼, 모레는 20 만큼... 결국 100 만큼의 노력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60, 70 만큼의 노력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노력도 가치가 있다. 마지막으로 그 말을 하며 글을 마치고 싶다.
이 글을 읽어주신 당신에게 감사하며, 오늘도 안온한 일상 보낼 수 있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