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박스 Sep 27. 2023

 ADHD 어른이의 하루 : 어린이처럼 산다면

어른도 여전히 배워가는 아이

열심히 사는 백수

 나는 사실 말이 좋아 작가지 현실적으로 엄연히 백수다.

 여기서 말하는 백수란, 일정한 직장을 취하지 않은 사람을 의미한다. 나는 일을 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일을 지시하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로 백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게다가 나는 성인 ADHD가 있다. 그런 사람이 직장에 다니지 않고 혼자 하루를 보낸다?

 사실 나 스스로도 나를 걱정했다. 그런데 의외로 꽤 잘 해내고 있다.

 물론 나에게도 그간 시행착오가 있었다. 오늘은 내가 그 과정에서 중요하다고 느낀 점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나의 하루

 나는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개고, 커텐을 걷고, 약을 챙겨먹는다.


 간단한 세수를 하고 부모님과 아침 식사를 한다.

 부모님이 출근하시면 양치를 하고, 청소를 하고, 강아지 산책을 다녀온다.


 이제 오전 9시다. 부모님이 퇴근하실 때까지 공모전을 준비하며 작업을 하거나 작업에 활용하기 위한 공부를 한다.

 병원을 다녀오거나, 친구와 스터디카페를 가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저녘에 부모님이 퇴근하시면 나도 일을 마친다. 가족이 함께 모여 저녘 식사를 한다.

 밤이 되면 씻고 독서를 하다가 오후 11시 즈음 잠자리에 든다.


 어린이처럼 살아보자

 나라고 처음부터 저렇게 규칙적인 하루를 보낸 것은 아니다. 나는 정말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나를 갉아먹고 있던 탓에 규칙적인 생활을 꿈꿨지만 방법을 몰랐다.

 규칙적인 하루란 뭘까. 나는 인생에서 언제 가장 규칙적인 일과를 보냈는가를 고찰해보았다. 그 결과 내게 있어 어린이 시절의 하루가 가장 안정적인 시간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어린이의 삶은 보호자의 통제로 가득하기에 일견 상당히 불편해보인다.

 그러나 어린이의 삶은 그만큼 매우 안정적이고 규칙적이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세수를 한다. 세수를 마치고 나서는 아침 식사를 한다. 식사 후에는 양치를 한다. 이제 옷을 갈아입고 유치원이나 학교에 다녀온다.

 기관에서는 선생님의 지시에 따르면서 친구들과 공부를 한다.

 귀가 후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저녘 식사를 한다. 그리고 일찍 씻고 잠자리에 든다.


 이 얼마나 규칙적인 삶인가.


 결국 모두의 덕분

 언젠가 나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린이의 삶은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에 드는 순간까지의 모든 경험이 공부란다.

 오늘날 타인의 통제 없이도 안정적인 내 하루하루는 약 15년간 부모님과 선생님의 교육 아래 그런 훈련을 해온 결과다.

 적절한 교육을 통해 내가 나를 통제하는 법을 익힌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통제를 익힘으로써 내가 나를 다루는 데에 있어 자유를 느낀다.


 사실 글이 좀 난삽할 수도 있다. 이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 두 가지가 있다.


 어른에게도 모든걸 처음 배우는 어린이의 태도와 습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른이 그걸 잘 해낼 수 있기까지는 그의 주변 어른들의 노력이 있음을 알기에 감사하다.

 

이전 02화 ADHD 어른이의 책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