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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박스 Oct 07. 2023

ADHD 어른이의 책상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며 홀로 서기

  오늘은 성인 ADHD인 제가 사용하는 책상에 대해 자잘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래서 이 글의 사진은 평소처럼 제 그림을 사용하지 않고, 제가 진짜로 작업하는 제 책상 사진을 첨부해보았답니다.


 이 책상을 보시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다른 사람들의 말이 필요해!

 저는 혼자 일합니다. 직장이 없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작가가 되기 위해 작업물을 만들고 있어요.

 저는 대학교 졸업 전시를 마치고 작업실에서 짐을 빼던 날을 잊지 못합니다. 저는 당황을 금치 못했습니다.

 여덟살부터 스물네살까지 평생 학교를 다녀왔는데, 이제는 내가 다 알아서 해야한다고?


 친구들은 괜히 취업을 하는게 아니었습니다. 직장생활이 정말 고되다는 걸 저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그런 부분을 감수하고 직장에 다니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체계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습득하고 있었던 겁니다.


 저 역시 혼자 알아서 모든걸 잘 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 주변 사람들을 총 동원하여 조언을 구했습니다.


 " 친구야, 대학원 생활은 좀 어때?"

 " 선생님,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은 너무 무모할까요?"

 " 교수님, 제가 공모전을 준비하는데 혹시 조금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어찌나 여기저기 질문하고 다녔던지, 지금 쯤이면 제 주변 사람들 모두가 제 방황을 알고 있을 겁니다.

 (*이 글을 빌어 철 없고 경험 없는 저를 물심양면 도와주신 제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올립니다) 


  그렇게 발품을 팔던 와중에 유독 인상깊은 조언이 있었습니다.


 "...그래,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하거든. 근데 기실 내 말 만이 꼭 정답은 아니야. 그러니까 정말 네가 생각하기에 꼰대같은 사람이 하는 이야기도 들어보고, 시야가 탁 트여있는 사람 이야기도 들어봐. 결정은 네가 하는 거지만 그게 전부 도움이 될거야."


 그 분 말고도 정말 모든 분들이 제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주셨습니다. 다만 그 말씀은 제게 한 가지 변화를 주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섣불리 지레 재단하지 말고, 끝까지 듣고 나서 수용할 지 말 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 말은 제 경직 되어있던 사고를 이전보다 더 열어주었습니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말을 들으려면 : 홀로 서기

스스로 살아낸다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혼자 일하기를 선택하게 됩니다.


 ' 아니,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만나려는 것 아니었어?'

  예, 맞습니다. 후술할 이유를 들어보시면 조금 납득하실 수 있게 됩니다.


 저는 가능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닫힌 사회에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느꼈죠.

 그래서 모순적이게도 한 단체에 소속되는 것이 저에게 잘 맞지 않는 선택지라는 판단에 이르게 됩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제가 "직접" 돌아다니는 경험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려면 혼자 움직여야 했습니다. 대신 나라는 개인에 대하여 단체 만큼의 책임감을 가져야겠지만요.


 프리랜서로 살아갈 태도를 처음 갖춘 것입니다.

막연히 프리랜서가 직장인보다 편하지 않을까 꿈꾸던 과거에 비하면 제게는 나름 장족의 발전이었죠.

 



 쉬운 길은 없으리

가시밭길은 언제쯤 닦일까?

 여러분도 예상하셨겠지만, 저는 취업 준비를 하고 취업을 한 친구들만큼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제게 무언가 지시하지 않습니다. 이제 저의 세상에서 저는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합니다.


 저는 어떤 경우에 사업자 등록이 필요한지, 직장 없이 소득세를 납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아야 합니다.

 저는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혼자서 갤러리와 계약서를 작성해야 했죠.

 어떤 공모전이 나에게 유리하고 미래에 도움이 될 지 선택해서 준비해야 하고요.

 또,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작업 소재를 쌓아야 하기 때문에 휴식을 할 때에도 끊임없이 책을 읽습니다.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저의 노력에는 어떠한 결과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비로소 스스로 체계를 세우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 함으로써 내 삶의 토대를 단단하게 다지는 중입니다.


정답은 없으니까


 여기까지가 저의 책상이 저토록 산만한 이유였습니다. 저 사진을 다시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실 지 역시 궁금합니다.

제 벽의 수 많은 엽서들은 앞서 말한 사람들과 같이 일종의 조언자들입니다. 제 작업 동료들이죠.

 혼자 작업을 하다보면 벽에 걸어둔 수 많은 자료들이 제게 말을 걸어옵니다.


" 이런 민화 느낌을 참조하면 어때?"

" 벽에 걸어둔 프레임 중 이 부분을 네 작업물에 차용하면 멋질거야."

 " 이 일정 잊으면 안돼!"


 흔히 혼자 일할 때는 고립감과 아집을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제 책상은 제게 있어 혼자 일하되 고립과 아집을 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성된 공간입니다.


 혹자는 책상이 너무 산만하지 않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삶에는 정답이 없잖아요. 이리저리 넘어트리고 어질러보기도 하며 방향을 찾아봅시다.


 우리의 시행착오가 언젠가 근사한 길을 열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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