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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어사리 Mar 07. 2024

꽃축제 달라진 것은 없어요.

허기짐을 채우는 것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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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봄꽃을 시샘하는 추위에도 꽃은 피었다.

눈이 내렸다가 비가 왔다가 개구리가 나오려다가 도망갈 지경인데 봄꽃은 계속 피고 또 피어난다.

온 동네 꽃동네가 되었다.

꽃놀이를 간다고 흔들리는 사람들을 유혹하듯 꽃축제가 여기저기 꽃피듯 봄눈 오듯 이 동네 저 동네 관광객들 차들로 길을 채워 북적인다.


광양의 매화꽃, 화엄사의 홍매화꽃, 구례 산수유꽃 조금 있으면 벚꽃이 만개하고 벚꽃과 함께 개나리도 함께 흐드러지겠지. 관광객이 아무리 많이 온다 해도 이곳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

명절에도 흔들림 없이 단골로만 채워졌었고 그렇다고 엄청난 명절특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때 되면 때맞춰 피어나는 봄꽃처럼 단골손님들은 그렇게 늘, 당연하듯 자리를 채워주고 봄꽃축제가 아무리 여기저기서 만발하듯 열린다 해도 드라마틱한 고객의 변화도 매장의 변화도 없을 것이다.


8개월 차에 접어든 부족하고 미숙했던 사장님은 이제 멘탈이 단련되어 쉬지 않고 일하는 노하우도 하나씩 알아가고 졸림을 버텨가며 웃으며 손님을 맞이하는 방법도 배웠다.

장사가 안될수록 버텨야 하고 달려야 하고 문을 열어야 한다.

늦게까지 간판불을 환하게 켜두었지만 관심 없는 이들에겐 그저 길거리 간판일 뿐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겐 가로등 불빛과 다를 게 없는 간판의 불빛은 그 기능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일까.


새로운 사람을 유혹해 매장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것은 입소문과 인스타그램의 음식사진들이다.

어떤 이들은 인스타그램이 업데이트되지 않는 날은 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착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안 바쁜 날 틈새로 사진을 찍고 음식사진을 연출할 뿐이다. 끊임없이 바르작 거린다.

가게의 본질은 맛집이 아니다.

누구든 편안하게 찾아오고 머물다 가는 참새 방앗간 같은 것이다.

맛집이라 홍보하고 글을 쓰지만 차츰 겸손해진다.

음식으로 유혹하고 이야기를 쓰지만 본질은 사람이 머물고 사람의 정을 채우는 곳, 술을 채워 마음을 나누고 밥을 먹어 한 끼를 해결하지만 허기를 채우는 것은 음식이 아니었다.


온 동네 꽃축제지만 달라질 것이 없다.

그저 준비하고 또 준비하자. 느슨해지면 제일 먼저 알아보는 것은 손님의 반응이다.

그러니 꽃잎에 설레지 말고 꽃바람에 흔들리지 말자.

한 잔 술에 흔들리는 꽃잎처럼 부대끼지 말자.


매일 틈이 나면 책을 읽고 생각을 한다.

명상도 하고 운동도 하고 싶지만 아직은 부족함과 노련함 사이에 줄다리기를 한다.

마무리를 다 하지 못한 설거지와 뒷정리들로 시작부터 쫓기지만 그래도 손님이 찾아올 땐 행복하고 즐거워진다. 잠시의 느슨함으로 인해 준비가 부족해 어수선해질 때도 심장은 마구 나대지만 겉으론 우아한 척 아무렇지 않은 발레리나의 걸음처럼 음식을 만들고 한 상을 차려본다.


매주 방문해 주는 단골들과 이틀이 멀다 하고 방문하는 단골들, 틈만 나면 지나가는 단골들 어두운 시장길 틈새마다 술자국을 남긴다. 배고픔에 마음이 채워진다.

밥으로 술로 허기를 채우지만 진짜로 채워지는 것은 마음과 마음이다.

오늘이 지나면 잊힐 한 모금의 즐거움과 한바탕의 웃음소리.


롯데칠성에서 맥주 크러시(Krush)가 새로 나왔다고 해서 한 박스 쟁여봤다.

클라우드 특유의 알싸한 맛이 있어서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우니와 밀치를 먹기 위해 준비해 둔 레몬 슬라이스를 하나씩 넣어먹어 보니 아이스 블라스트 공법 덕분인지 깔끔한 탄산맛에 새로운 매력이 느껴진다.

새로운 음식에 새로운 마음을 담아 공깃밥 눌러 채우듯 꽉꽉 눌러본다.


소주도 맥주도 양주도 각자의 이야기고 있고 역사가 있다.

사람들의 입맛이 다르고 안주의 취향도 다르다.

즐거움의 단계가 있고 관계에 격이 있다.

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한 모금의 행복을 채운다는 것은 마음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래 흔들리지 말자.

꽃바람, 봄바람에도 달라지지 말자.



오고 가는 단골들로부터 받아 드는 작은 선물들은 어떤 화폐로도 가치를 결정지을 수가 없네요.

행복과 미안함의 중간, 컨디션을 가져다주는 그분의 말씀에 미소 지어지네요.

"편의점 갔는데 2+1 하드라, 딱 하나씩 우리 셋이 먹으면 딱이지?"

덕분에 내 거까지 생긴 것 같지만 사실 2+1이 아니었더라도 늘 마음이 넘치도록 챙겨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어두운 시장골목길이 늘 꽃길처럼, 집 앞마당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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