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어사리 Mar 15. 2024

선물 같은 하루, 행복은 가장 가까운 곳에

토카이 와인과 달달한 만남

+203


헝가리 출장 다녀온 지인이 토카이 와인을 사 왔다.

잘 다녀온 기념이라는데, 그냥 방문해 주고 안부 인사 하는 것만 해도 감사한데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는 와인을 선물해 왔다.

실제 가격은 더욱 후덜덜했다.

가격을 알고 마시니 와인잔의 다리가 더 가늘어 보인다.


와인, 그리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좋아졌다.

그 달콤 쌉쌀함이 인생의 단짠 같았고 사람과의 관계 같았고 하루의 보상 같았다.

누군가에겐 사치 같은 그 금액과 출처가 사실은 선물해 온 지인의 기나긴 출장의 보상이었으며 배려였다.


토카이 와인은 늘 소문만 들었지 처음 먹어봤고 그 달달함이 잠을 날려버렸다.

와인이 함께 한 날은 유독 피곤했다. 손님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냥 지쳐있었다.

휴일 없는 일상에 익숙해 질만 했지만 가끔은 직장인의 고단함이 그리워지고 휴일의 달달함이 토카이 와인 그 자체 같았다.


매주 목요일 업로드가 목적이고 모든 글의 구성과 기획은 이미 완성된 상태지만 그 글을 쓰고 집중하기가 참 어렵다. 낙인 같은 하루, 코르크 마개가 참 고급스러워 보인다. 코르크 마개가 아무리 고급스러워 봤자 와인의 뚜껑일 뿐이지만 낙인찍은 숫자마저 고급이라는 등급을 매긴 것 마냥 그렇게 보였다.



아무것도 아니고 중요하지도 않을 흔한 와인일 수 있지만 그 머나먼 그곳, 가보지 않은 그곳에서 나를 위해 도착한 토카이 와인은 선물한 사람의 마음만큼 다양하고 귀한 과일들의 맛이 향과 함께 달달하기 그지없었다.


날마다 쓰는 것은 사치지만 생각만큼은 자영업자가 되기 전, 흔한 하루처럼 보상받고 싶었다.

늘 마음은 그러했지만 결국 7평 매장에 갇힌 사장님일 뿐이고 귀하고 귀한 와인도 입안에 들어가면 그저 달달할 뿐이었다.


또 다른 지인은 농담 반 진담 반, 연락 안 되면 도망간 줄 알라고 하는데 도망갈 틈을 찾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망조차 칠 수 없는 이곳에서 끊임없이 탈출을 꿈꾸는 죄수처럼 내일은 새 출발을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가득한 그런 기대를 해본다.


모과처럼 달콤 쌉쌀, 살구처럼 향긋하고 오렌지의 달콤함에 와인이 빠져들었듯 토카이 와인은 달콤하고 기대 이상의 사치였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오늘은 오늘일 뿐이라고 하면 아무것도 특별한 것이 없지만 가보지 않은 헝가리, 그곳의 특별한 선물이 오늘을 풍요롭게 한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3월은 바쁜 일정들이 많았기에 엉덩이 붙이고 앉을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어제와 오늘은 분명 다름이 있는 하루였겠지만 틈이 없다는 사실은 어제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조금은 더딘 걸음으로 가족이 되어가는 그분은 만날 때마다 기억에 남는 선물을 남기고 갑니다.

순수한 목적의 술손님도 밥손님도 아니지만 더할 나위 없이 반갑고 고마운 사람입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것은 내가 아니지만 특별한 하루를 위해 고민했을 준비가 고맙습니다.

덕분에 귀한 헝가리 토카이 와인도 만나고 더구나 일반 매장에서 흔하게 만날 수 없는 소량 품종이라니 더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순수 와이너에겐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과실주를 원하거나 달달하고 향긋한 식후주를 원한다면 추천하고 싶네요.


이전 15화 꽃축제 달라진 것은 없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