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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어사리 Feb 29. 2024

개구리가 깨어나는 것 같은 이벤트

입춘대길 지나고 경칩이 다가옵니다.

+189


장사를 시작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는 것이 참 많다.

손님이 없을수록 가게를 지켜야 하고 문을 열어놓는 시간도 간판불을 켜놓는 시간도 길어야 할 때가 많다. 어떤 때는 문을 열어놓는 것 자체가 마이너스지만 허세같이 더 오랫동안 열어놓기도 하고 장사가 안되기에 메뉴를 바꾸기도 하고 때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기도 한다.


메뉴가 다양해진다는 것은 장사가 안 되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지만 요즘 유행하는 이모카세는 변화를 자주 주는 유동성 있는 메뉴가 준비되어 있어야만 한다. 단골들로 하루 적은 팀으로 유지되는 곳이라면 어쩔 수 없는 선택적 행위가 되기도 한다.

때때로 자존심 같은 현금 결제, 주류 구매를 늘리기도 한다.

(술은 주류카드로 구매하기에 100% 현금결제이다. 그러므로 유동적 자금이 없다면 정상적인 거래가 어렵다.)

물론 어느 정도 판매를 자신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번달은 늘 고민하던 술들을 구매했다.

충동적이라 보일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봄이 되고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장기적 투자이자 선택이었다.

고민 끝에 발렌타인 마스터스와 일품진로OAK43, 연태고량주를 주문했다.

'과연 팔릴 것인가?'

'어떻게 팔 거니?'


식당을 운영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다 보면 주변인들, 특히나 남편은 늘 걱정하듯 바라본다.

속마음은 엄청나게 애가 타고 과연 저것을 어떻게 팔 것인가를 걱정한다.

그러나 늘 그렇듯 사다 놓으면 당장은 큰 결과물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2달쯤 기다리면 고객이 나타난다.

증류주에는 그와 어울리는 안주들이 있다.


풍성한 과일보다는 고객들이 관심을 끌만한 구성으로 준비해 본다. 맛있게 잘 먹는 과일과 치즈 몇 종류, 크래커를 준비해 두고 때때론 김밥이나 주먹밥도 꽤 괜찮은 안주가 되기도 하고 예약으로 주문받는 숙성회나 특정 메뉴들은 집에서 먹는 것처럼 편안하며 또는 특별하게 한 끼와 한잔을 해결해 준다.


이번주는 우니(성게알)와 단새우를 준비했다.

사진을 찍을 시간이 없어서 단새우머리튀김만 흔적으로 남겼다.


우니를 주문받으며, 그리고 도착한 물품을 확인하며 더 비싸고 고급진 것을 구매해야 했을까 어쩌면 이것으로 품질이 만족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조금 넉넉하게 준비했었던 단새우머리 튀김은 진로를 좋아하는 단골의 서비스 안주로도 제공되었다.

프랜차이즈가 아니라면 이모카세가 대세라고 했던가.

조금은 부족하지만 이모카세의 이모가 되어가고 있다.


'입춘대길'이라는 글들이 대문마다 붙어있다.

너무도 익숙한 것은 이미 지난 것이든가.

입춘은 멀찌감치 가버렸고 봄비는 개구리의 활동을 재촉하고 있다.


고객은 편안함과 새로움, 신기함에 찾아온다.

술밥이 주메뉴이자 주력상품이다.

그러니 새로운 술과 새로운 안주로 그들을 즐겁게 하면 되겠지.


지난주 참치뱃살과 돌돔을 드셨던 단골들은 은근히 기대하고 있단다.

이번주에는 어떤 메뉴를 먹을 수 있을지 먹게 될지, 때때론 식재료만 정해줄 뿐 세부메뉴 결정을 미루기도 한다.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원한다.

어쩌면 집밥을 그리워 하지만 집밥을 즐길 수 없는 지구별여행자들의 투정 같은 바람인 것 같다.


문득, 준비되지 않은 듯 준비되어 있는 모든 상황에 익숙해지고 개구리가 놀라 뛰어오르듯 모든 상황은 준비된 이벤트로 이어져 간다.


많은 스카치위스키 중 발렌타인 마스터스(500ml)를 선택한 이유를 묻는 고객들이 있다.

발렌타인 12년은 병의 모양과 맛에서 매력적이지 못했었다. 물론 과거의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그러나 발렌타인 17년을 구비해 두기엔 판매 가격과 현금 유동성에서 부담이 되었다. 그렇다면 병과 맛에서 발렌타인 17년과 유사하며 가성비가 좋은 발렌타인 마스터스뿐이었다.

앞으로 차츰 다양한 술들을 갖춰가겠지만 현재로서는 브랜드 네임도 술선택에 있어 중요했다.

단골만으로 유지되는 작은 매장은 이윤만큼 중요한 것이 이벤트이며 신뢰이다.


때론 이윤보다 더 큰 정(情)이 남아야 했고 발렌타인 상점에서 시작된 스카치위스키 발렌타인은 마치 자부심처럼 말하고 싶었던 어떤 의견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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