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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어사리 Feb 15. 2024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 명절

설날, 연휴, 대체휴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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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보내는 일상은 늘 같다.

명절 며칠 앞둔 날이면 남편과 함께 각자의 명절을 준비한다.

외가와 친가가 모두 모여있는 구례에 살면서 어느 집 며느리이기전에 딸이자 조카로서 일가 친척집에 명절전 미리 인사를 다녀온다. 남편은 아이와 함께 미리 성묘를 다녀오거나 명절이 지난 이후에 성묘를 다녀온다. 명절 당일에는 조촐한 차례상을 차리고 늦은 오후쯤에 우리 부모님을 뵌다.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던 지인들이 있었다.

시댁이 멀어서 그런가 생각했던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은 남편과 아들은 독자이면서 작은집이다. 남편의 사촌들은 나이차이가 많이 나고 모두들 손주들과 오손도손 할 나이이기에 우리까지 챙길 여력이 없다.

그러니 가끔 아들을 데리고 친가와 외가에 다녀올 때가 많고 아이도 친가의 친척들보다는 외가의 먼 친척들과 더 가까이 지낸다.


며칠 바쁘고 지쳐있을 거 같아서 글도 재정비하고 생각도 정리할 생각으로 몇 주간 연재를 쉬어갈 생각이었지만 쉬어보니 뇌도 같이 멈추는 것 같아서 그저 매일 어떤 밥을 먹을지 걱정하는 것처럼 제대로 정비도 못한 채 연재를 이어나가며 돌아보기로 했다.


그래, 매일이 그런 것 같다.

특별히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시간적 여유가 많을 때도 장사도 글 쓰는 것도 그저 매일처럼 준비하며 살아가면 되는 것 같다. 특별할 것이 없다.


오늘도 어제도 다름없는 하루, 안정적이고 좋은데 장사란 것은 명절특수 매출의 특별함을 기대하는 것이 진짜 매력적인 나날이었다 한다.

그러나 두 번째 명절, 작년 추석과 올해 설을 보내며 느낀 점은 나의 매장은 전혀 상관없는 일상이었다는 것이다. 작년 추석과 올해 설, 명절 특수라는 것은 없고 그저 어제와 다름없는 하루였으며 여전히 단골손님들과 북적대며 새해 복 많이 받길 바랐다.


명절에 올 손님들을 위해 돼지갈비찜과 산적을 준비해 두었었다.

그러나 반은 가족이 먹었고 반은 손님에게 내어주었다.

4일간의 명절이라 고기도 넉넉히 야채도 넉넉히 준비해 두었지만 설렘과 준비는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다.

바람을 타고 나르지 못한 젖은 민들레 홀씨처럼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잊어버렸다랄까.

산적, 접대용으로 참 좋았다.

처음부터 반반이었고 기대에 부흥할 만큼 노력은 준비되지 않았었던 것 같다.

개인적인 명절이 늘 다르지 않듯 매장의 방문객도 다르지 않았다.

늘 오던 단골들과 늘 오는 방문객들, 주변의 선배 상인분들.

명절이지만 명절 특수란 것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누군가가 그랬다. 작년 명절보다 매출이 3분의 1도 안된다고 속상했을 테다. 내게는 그것마저도 대단하고 부러울 뿐이었다. 명절에 만나게 된 사람들에게 물었다.

작년보다 매출이 많이 차이 나나요?

어떤 사장님은 마트에 납품 들어가는데 작년 대비 20% 정도라고 했고 어떤 사장님은 50%라고 했으며 어떤 사장님은 해마다 명절의 매출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고 소비활동을 하는 연령층도 줄어들었다.

올해 유독 매출이 줄어든 품목들은 집에서 아들손주들을 맞이했을 어르신들이 집보다는 자녀집으로 가서 긴 연휴를 지냈기에 그렇다는 말도 있었다. 또 어떤 이들은 해외여행을 갔고 또 어떤 이들은 2일은 가족친지와 2일은 여행을 갔다고 했다.


명절이 점점 조용해지고 까치설날의 의미도 사라져 간다.

오랜만에 반가운 지인을 만난 손님은 기약 없이 맥주를 마시더니 한 박스의 흔적을 남겼다.

오래된 인연만큼 오랜만의 만남만큼 할 말도 많았고 술잔도 즐거웠었다.


카스 맥주는 1994년 6월에 첫 선을 보였고 콜드브루 공법으로 상쾌함과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고 한다. 카스와 껍질 있는 땅콩의 조합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조합이지만 안주는 개인의 취향이니 과일이나 치즈도 또는 고추장양념의 두루치기도 잘 어울린다.

고로 두루두루 여러 음식에 잘 어울리는 맥주맛이라는 생각이 든다.

맥주가 맥주겠지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카스의 상쾌한 맛은 익숙한 중독인 것 같다.


명절이 특별하지 않았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이다.

누군가와 무엇을 먹었느냐 자신에게 어떤 시간이 되었느냐 그것은 특별과 평범의 기준이 된다.

꾸준함도 특별함이다.

매일을 버틸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엄청난 상승곡선보다는 꾸준하고 평탄한 하루가 더 좋은 거겠지.

매일 같지만 안정적인 일상을 보내는 것이 행복이라고 그랬던가 게다가 그런 일상을 보내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했던가.

찾아올 이가 있다는 것, 잊히지 않고 기억해 준다는 것.


6개월을 버틴 술보밥상을 칭찬한다.

앞으로의 6개월도 순탄하기를, 글을 쓰는 스스로에게 매일을 즐겁게 생각할 힘이 넘쳐나기를 바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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