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손님, 반가운 손님
+154
기다리는 하루, 어떤 손님을 방문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렇다고 단골 고객을 관리하며 언제쯤 방문하실래요, 언제쯤 만날게요...... 그렇게 매장을 운영해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손님을 스케줄대로 관리하면 새롭게 방문하는 서프라이즈 같은 그런 고객을 만날 수 있을까.
손님이 있을 때도 있지만 없을 때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가게 내부를 찬찬히 살펴본다.
때때로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밤거리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멍 때리기도 하고 길 가던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쳐 서로가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어떤 때에는 테이블 바닥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다. 가게에 관심이 많은 어떤 이는 그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기도 하며 또 어떤 이는 그 모습에 손님을 모셔다 주기도 하며 어떤 이는 가게로 들어와 소주 한 병을 먹고 가기도 한다.
사실 손님이 있으면 감사하지만 때때로 쉬지 못한 일정으로 인해 매장 내 손님이 없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대신 그런 날은 평상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한다. 못했던 청소나 정리, 바닥 묵은 때도 벗겨내고 냉장고 정리도 해본다.
그날은 갑자기 추워졌던 주말이었다.
뜻하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그들은 술을 마시지는 못했다. 그러나 진심으로 반갑고 귀한 손님이었기에 감자전과 보이차를 우려 놓고 기다렸다.
도착하자마자 뜨뜻한 차 한잔과 선물을 교환했다.
"와인 파는데 와인을 사 오면 어떻게 해?"
동생은 나의 질문에 상관없다는 듯, 요새 자신의 취향이 와인이라 먹고 싶어 져서 한 병 사 왔다면서 보졸레 누보 캔 2개와 말바시아 네라 고메라를 내려놨다.
가게 근처 주류전문점에 사 온 와인 한 병.
맛있어 보이지만 당장 먹을 수 없었다. 동생과 대화하며 이런저런 이야기, 도란도란 익어가는 밤시간에도 와인은 필요하지 않았다. 술의 힘이 필요하지 않은 대화의 시간, 밤이 깊어져 돌아가야 하는 시간을 위해 술을 마시지 않고 약속된 시간까지 보이차만 홀짝였다.
동생이 가고 와인은 남았다.
며칠 동안 테이블 한 곳에 오도카니 멈춰 있었다.
누구랑 먹는 게 좋을까.
누구와 함께 마실까.
이번 주 내내 흐리다고 예보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폭설이 시작됐다.
폭설 이틀째, 손님도 멈춰서 못 온다고 판단되는 날이었다.
눈길을 뚫고 와인을 들고 지인을 만났다.
과자와 오이 몇 조각, 치즈 약간.
말바시아 네라 고메라를 한잔씩 나누어 마셨다.
묵직하면서 깔끔하고 가벼우면서 진중했다.
그렇게 12시를 넘겨 와인 두 잔에 알딸딸하고 홀가분해져 행복해진 마음을 갖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어버린 술잔을 어떤 술로도 채울 수 있지만 상처 나고 금이 가 버린 사람마음을 무엇을 채울 수 있는가.
동생의 선물이 지인과 함께 하는 선물을 만들어 주었다.
남은 와인을 들고 터벅터벅 걸어 돌아오는 길, 함박눈을 맞으며 마시는 와인 한 모금은 어떨지 궁금해졌지만 가로등이 너무도 환했다.
마치 누군가 나의 모습을 보게 될까 두려워 가던 길을 멈추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와인병을 옷사이로 당기며 숨겨버렸다.
사람의 마음은 매 번 바뀌고 장사는 예측과 같았던 때가 없었다.
소주를 즐겨 마시던 시절에는 나이가 들어 와인과 양주를 찾게 될 줄 상상하지 못했었다. 지금은 소주와 담을 쌓았다.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고 기대할 수 없지만 매일매일 충실하며 매일을 감사하며 매일이 다름에 또 배웁니다.
와인을 마시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요 근래 진상(?) 손님들로 인해 고민이 많았지만 물 흐르는 대로 진행해 보려 합니다.
그 끝이 좋지 않다고 해도 그 역시 어쩔 수 없다 생각해 봅니다.
밤에 장사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참을 필요도 화낼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필요한 하루라고 생각하며 이해하려 합니다. 하지만 감수하고 감내하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