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어사리 Feb 01. 2024

버티는 것이 장사꾼이다.

+161

삶을 견디는 기쁨,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집의 제목이다. 삶을 견디는 기쁨, 단어 자체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살아가는 매일에 대해 예찬하는 그의 감정들이 기억나 행복하다.

장사라는 것은 버티는 것이며 그렇게 살아가는 삶의 기쁨을 몸소 체험하는 것이다.

사실은 모두에게 그럴 것이다.

장사를 하고 있는 이에게는 장사가 삶을 견디는 수단인 것이고 직장인에게는 직장생활이, 공부를 하며 목표에 다가가는 이들에겐 공부하는 것이 삶의 수단이자 궁극의 목표인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버티고 버텨야만 결과를 얻게 된다.


버티지 않으면 과정은 사라지거나 무의미해진다.

그래 오늘도 버틴다.


장사란 것은 신기하다. 문을 열고 준비하고 노력하는 만큼 결과로 보상받는다.

1월 한 달 문을 안 닫고 31일 만근이 목표였었다.

목표는 완성되지 못했지만 배움이 크기에 만근의 목표를 이루지 못함이 아쉽지는 않다.

목표는 실패, 과정에서 배움을 얻었기에 만족한다.


딱 하루, 딱 하루였다.

장사는 오후 6시부 터지만 준비는 오후 때론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기 하다. 틈틈이 다른 일정들과 수업을 진행하니 탈이 날 수도 있다. 문을 닫는 시간은 12시 전후, 집에서 잘 준비를 하며 진짜 잠드는 시간은 2시쯤 숙면과 거리가 먼 상태서 5시쯤이 눈을 뜬다.


그렇게 피로는 누적되었다.

스스로의 목표를 위해 31일 만근을 하고자 했는데 딱 하루, 토요일 오후 장사를 멈췄다.

오픈시간이 다가오는데 쏟아지는 잠을 주체할 수 없었고 그런 상태로는 음식을 할 수 없었다. 매장 내 고객에게 전념하기 위해 배달어플도 닫은 상태이기에 매장에 전념해야 하는데 이런 상태는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픈준비 다 해놓고 집으로 돌아갔다.

잠들기 위해 누워 있으니 단골손님들이 30분 간격으로 연락이 온다.

감사하지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죄송합니다를 표현했다.


오랜만에 일탈이자 숙면이었다.

그리고 문 닫는 시간쯤에 눈을 떴다.

다음날 후회했다.

만근의 실패와 조금만 더 버텨볼걸이라는 후회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미 벌어진 일 어쩔 수 없었다.

마음을 다잡았다.


다가올 2월이 있으니깐 어쩌면 벌써 대목을 타고 있는지 아님 그것과 상관없는지 알 수 없지만 매일 장사가 되는 것에 감사하며 단골을 위한, 새로운 방문객을 위한 메뉴를 고민한다.


이제 오픈발이 끝났나 싶어 걱정이 될 때쯤 단골의 발길이 좀 뜸해지고 불안함을 정리하듯 새로운 손님이 방문한다. 그들에게 어떤 것을 먹을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 어떤 식으로 방문하게 되었는지 묻는 것은 나름의 방식이다. 새로운 손님에게 가게 초기의 음식을 보여줘야 할지 현재의 변화된 음식을 보여줘야 할지 늘 고민이지만 대체로 그들은 만족한다.

협소한 테이블, 좁고 아늑한 공간, 비대칭적이며 어울리지 않는 파란색의 그릇들과 다양한 술과 오래된 바닥인테리어와 새시문, 직접 꾸민 포인트 인테리어가 혼재된 노포 같지만 생긴 지 얼마 안 된 작은 식당.


단골손님이 원하는 신김치계란말이를 해주다가 손톱을 날려먹었다. 다행히도 피는 안 났고 잘린 작은 손톱이 떨어진 자리는 살짝 아리고 애써서 다져놓은 신김치는 몽땅 버렸다.

시그니처 메뉴인 계란말이와 돼지 앞다리 두루치기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섬초(시금치)를 넣은 프리타타를 내어주기도 하고 한우 스지를 넣은 어묵탕은 사람들의 반응이 참 좋다.

섬초프리타타가 들어간 야채도시락

처음의 마음은 메뉴의 변동 없이 버텨보는 것이었지만 단골손님이 늘어난다는 것은 다양성이 아닌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래 잘 버티고 있다.

이만하면 잘 되고 있다.


단골손님 중에는 식당사장님들도 있다. 노련하고 오랜 경력을 가진 사장님들도 계시지만 나보다 조금 젊은 사장님들도 있고 각자의 노력과 기술로 장사라는 낮지만 힘든 산을 오르고 있다.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소주가 생각난다.

알싸한 맛이 참 싫은데 먹기는 더 싫은데 삼키기 그 싫은 맹물 같은 알코올이 자꾸만 생각난다.

삶은 버티고 살아남아야 한다.

장사도 버티고 또 버텨야 한다.

마지막 남는 자가 진정 승리자다.

 


장사는 이상한 매력이 있습니다.

오지 않았으면 하는 손님들도 있고 소주 한 병만 먹고 가도 반가운 손님이 있습니다.

매출이 일으켜 주지 않지만 먹을 것을 나누어주고 안부를 묻고 가는 손님도 있고 안부차 들러 되려 제가 음식 대접을 하기도 합니다.

모든 순간이 아직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음에 신기하지만 앞으로도 잘해나갈 수 있으리라 온전히 나의 몫이겠지만 그 또한 버틴다면 신기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

그동안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가 새로운 연재물로 돌아오겠습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