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어사리 Aug 29. 2024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3월의 토끼, 미친 모자장수

단골손님 덕분에 웃습니다.

'단골손님'의 정의라 함은 자주 오거나 매상을 많이 올려주거나 둘 중 하나일 때 친근함의 표현이자 VIP손님이라는 의미이다. 술보밥상에 단골손님 중에는 일주일에 5번을 방문해도 안주 없이 소주 한 병만 먹고 가는 동네 주민도 계시고 2-3일이 멀다 하고 오셔서 "한 잔해~~"를 남발하며 껄껄껄 웃으며 즐겁게 드시고 가시는 분도 계신다. 때가 되면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도 있고 잊어버릴만하면 방문해서 깊은 이야기들을 하고 가기도 하고 비 오는 날만 방문하는 손님도 있다.


1년 만에 참 많은 단골손님들이 생겼다.

쓸데없는 정이 생겼고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참으로 이상한 경험을 했고 이상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추억을 잊지 않고 그리워한다.

앨리스와 같은 마음이 되고 있다.

이상한 나라에 갇혀 매일이 이상하고 예측불가의 일상들 뿐이지만 제일 재미난 건 그곳에 등장하는 다양한 등장인물들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겐 빠질 수 없는 하트 여왕 같은 고객도 있을 수 있겠지만 거의 매일이 3월의 토끼와 미친 모자장수가 함께 한다. 책 속 배경과 다른 것이 있다면 야외 티테이블에서 홍차와 쿠키가 아닌 술보밥상에서 술과 안주를 먹으며 "인생 뭐 있어? 한 잔해~~"를 남발하고 수시 때때로 스마트폰에서 노래를 검색해서 듣거나 야구 경기 결과나 당구 선수의 승률을 검색해 보기도 하고 때론 지역별 인구를 검색해서 서로 맞는지 틀린 지를 대조해보기도 한다.


누군가 그랬다.

나이 차이를 떠나서 즐겁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고 그래서 발길이 멈춘다고 했었다.


그들은 문을 닫고 싶은 날에도, 문을 일찍 닫으려 하는 날에도 당당히 문을 열고 커튼을 펄럭이며 등장한다.

그리곤 큰 소리로 외친다.

"문 닫았어?"

"한 잔만 금방 먹고 갈게."

둘의 대답은 3월의 토끼와 모자 장수의 라임에 버금간다. 절대로 안된다는 대답을 할 수 없는 환상의 콤비다.


처음에는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아 불편했지만 지금은 밉지 않은 동네 어르신들이다. 그분들이 계셔서 밤이 무섭지 않고 가끔은 속상해 혼자 속앓이 하다가도 웃게 된다. 너무도 어이가 없이 웃기는 이야기를 해주기에 안 웃을 수가 없다.


그들은 주변과 친화력도 참 좋다.

그들은 또 아는 사람도 많다.

유쾌하다.

나이가 들어감에 있어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나 생각을 하게 된다면,

10대였을땐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자동차를 타고 남들이 부러워 하는 직장에 다니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여유있게 웃으며 늙어가고 싶다.

매일은 생활에 찌들 수 있겠지만 하루 중 웃고 즐거울 수 있는 시간이 그들처럼 많길 바란다.

또한 스스로 주체적이며 열심히 헛되어 살아가지 않으며 한 번 얻어먹으면 다음 한 번은 사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넘치길 바란다.


2~3일 안오다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까꿍 하고 나타나듯 어김없이 단짝으로 나타나는 그분들이 오는 날엔 푸른 원피스를 입은 금발의 앨리스가 되는 상상을 한다. 언젠가 그들에게 모자장수의 모자의 3월의 토끼같은 시계를 선물해 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