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망망대해 표류와 다르지 않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항해 날씨와 같은 사람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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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은 지 딱 1년이 되었다.
지난 3개월은 정말 장사가 안되기도 했고 심리적으로 많이 힘든 나날이었다. 게다가 글쓰기도 지쳤고 몸도 지쳐서 모든 것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딱 하루만 푹 쉬고 싶었고 여행도 가고 싶었지만 모든 것이 내 맘 같지 않았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표면적으로는 쉬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쉬지 못한 채 여러 일정들을 소화하는 중이었고 일과 가정 모두가 엉망진창, 푹푹 찌는 찜통 속 부패되어 가는 방치된 야채 같았다.
모든 것이 그랬다.
시작과 끝에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
매일이 책임과 의무를 수행하는 수행자이며 수도자이고 또 스스로를 이끄는 CEO이며 기획, 각본, 촬영 그리고 배우까지 모두 해내야 하는 만능캐릭터였다.
이렇게 힘든 미친 짓을 왜 시작했을까.
그냥 살고 싶었다.
여기서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러나 그런 마음은 잘못된 것이었다.
목표와 기획이 뚜렷하지 않았고 살고 싶다는 두리뭉실함 하나에는 간절함이 스며들지 못하고 흐지부지해졌다.
1년이 지나고 알게 되었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그것은 안일하고 무책임하며 의무조차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음이었다.
효율적이지 못하면 빨리 접는 것도 방편이라 결론지을 만큼 최악이었다.
1년을 기념하며 어떤 이벤트를 해볼까, 어떤 것을 리뉴얼해야 하나...... 내부인테리어를 손봐야 할까, 알바를 써볼까 등등 꿈에 부풀었던 몇 달 전의 나는 바보 같았었다.
당장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조차 모두가 명확하지 않고 스스로가 원하는 것도 잘 알지 못함이었다.
미친 무더위에 새로운 도전과 자신을 향한 재정비의 시간, 그리고 남의 편과 협업까지 다 엉망진창이 되자 무지했음을 마음에 각인하듯 매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자.
잠시만 멈춰보자.
더 최악일 수는 없으니깐.
그런데 더 최악이 있었다.
평소 적당한 거리로 유지되는 그런 사람이 손님으로 첫 방문을 했다. 가끔 인사도 하고 서로의 안부도 물었지만 진짜 속마음을 터놓을 정도는 아닌 사람이 음주 후 쓴소리 후기는 최악이었다. 나의 단점과 가게 모든 상황을 비판적으로 쏟아냈다.
처음엔 장점과 가게의 매력포인트에 긍정적이었지만 술이 더해질수록 모든 것이 불평과 불만에 심지어 선을 넘는 말들을 했다. 남자 손님이었다면 차라리 낫았으려나 같은 동성에게서 서로의 속사정을 잘 안다고 말하기엔 애매한 사이였던 것 같은데 하지도 않은 일까지 했다고 들으니 황당하기도 했지만 단순 취객의 주정이라 하기엔 참 많이 속상했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많은 고민을 했다.
글쓰기도 당분간 쉬기로 했다.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떠도는 나의 마음은 유령선 같았다.
사람의 마음을 잘 안다고 자신했었는데 그것은 목표를 잃고 실체를 잃은 유령선이었었다.
한동안 망망대해를 정처 없이 떠도는 표류선 같은 마음으로 장사도 일상도 멀리하고 숨고 싶었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했던 실제 거래처 사장님들이 나를 걱정했다.
거래처이자 단골손님들이 안부를 묻고 문을 왜 늦게 여는지 어제는 왜 안열었는지 장사는 왜 안 하는지 물어왔다.
고장 난 나침반 같았던 일상이 고쳐질 수 없다고 느꼈는데 1년을 한결같이 찾아오는 단골손님들 덕분에 난파되고 좌초될 뻔했는데 항해를 다시 시작할 힘을 얻는다.
그들은 40대인 나보다 한참이나 높은 연배이며 까막 득한 인생선배다.
가끔은 술로 인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3월의 토끼와 미친 모자장수 같지만 그들에겐 분명하게도 삶을 이어나가게 하는 긍정의 힘이 있다.
언제나 즐겁게 살아보자를 외치며,
"인생 뭐 있어? 재밌게 살면 돼."
"한 잔해~~"
그들 덕분에 쓸데없는 생각 속 고민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래, 그냥 날씨 탓을 하기로 했다.
미친 더위 덕분에 손님도 주인도 미쳤었나 보다.
그래, 망망대해 표류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배 살 돈부터 벌어야겠다.
* 사용된 이미지는 어도비 ai제품을 활용하여 표류하는 메리고잉호를 주제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