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교육과 디자인

by 연어사리

구례에 오기 전에는 '컴퓨터교육강사'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N잡러'라고 말하게 된다.

무엇이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면 된다. 직업이 무엇이든 하는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니깐.

"그런데 무슨 일을 하세요?"

구례는 참 좁다.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를 설명할 때는 설명이 쉽지 않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동안의 삶은 직업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며 살아오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 곳에 소속이 되건 되어 있지 않건 신분과 위치가 명확한 상태에서 일을 진행했기에 '제가 누구입니다'라는 사실보다는 강의 경력과 어떤 수업을 하게 될지를 많이 설명하고 그에 맞춰 교육수업을 진행하면 되었기에 스스로를 소개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때론 친척들이 많다는 것도 나를 소개하는 일에 익숙해지지 않음과 연관 있다는 것도 생각하게 한다.

친척들에게 '저는 컴퓨터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면 더 이상의 긴 설명은 하지 않는다. 그들의 목적은 나에게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닌 서로의 안부가 중요할 뿐 그 이상은 시간이 한가할 때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 근무했던 회사에서, 일을 가르쳐 주는 사람을 사수라고 하는데 그때 함께했던 회사의 사수는 말했다.

"못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고."

어떤 분야에서 오래 일하게 되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의 나는 그렇다. 컴퓨터교육분야도 그렇고 바느질하는 것도 늘 해왔던 것들도 그렇고 모르거나 안 해본 것은 있지만 그것을 못한다거나 안된다고 말하게 되지 않는다.

그냥 하게 된다.


물론 교육문의가 들어오거나 디자인 문의가 들어오게 되면 고민을 하게 된다.

서로 충분히 대화가 되었다 생각하면 진행하지만 그렇게 되어도 결과가 생각과 다른 경우는 많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살면서 평생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 나는 재능부자니깐 하고재비(하고 싶은 게 많다는 사투리)니깐.


KakaoTalk_Photo_2023-02-04-09-27-52 001.jpeg 반야심경 한자 필사노트 편집 중, 구례현상점

글이 참 좋다. 단어도 좋다. 책도 좋다. 종이도 좋다.

글자(font)들이 나열되어 재배치되는 과정들도 좋다.

필사노트에 대한 매력에 빠진 이후 구례현상점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필사노트 목록들을 만들고 그것의 실물이 제작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세상에 쉽게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과정조차 즐겁고 행복하다.

반야심경을 첫 필사노트로 만들 생각은 아니었는데 매일 읽고 쓰기에 적당한 글자들을 찾다가 보니 <반야심경>이 참 좋았다. 종교와 상관없이 한자, 뜻글자가 가진 매력과 세로 쓰기에 빠져버렸다. 가로로 쓰면 삐뚤빼뚤한데 세로로 쓰면 내 글씨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반듯하게 쓰인다.

본격적으로 사이즈별로 나열해 보고 재배치해보고 출력하고 2일에 한 번씩 반복 중이다.

간간히 지인들에게 한 장씩 출력해서 나누기도 하고 반응을 물어보기도 한다.


틈틈이 컴퓨터교육도 진행한다.

온라인 교육도 준비하지만 항상 오프라인 교육이 우선순위가 되어 준비과정이 더디지만 준비는 하고 있다. 직접 만나는 컴퓨터교육, 사람을 만나며 교육을 진행하면 배우는 것이 선생인지 학생인지 잘 모르겠다.

가르친다는 일은 참 매력적이다. 배움을 받는 것인지 주는 것인지, 아마도 같이 성장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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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be font를 사용한 소원성취부(재해석한 현대적 디자인)


가르치는 일만큼 매력적인 창작가로서의 하루.

생각한 것을 실물로,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들을 구체적이고 누군가의 공감을 얻어낼 개체로 만들어내는 과정.

나는 그런 하루가 좋다.

아기자기하고 꽉 찬 디자인. 나와 참 다른 디자인.

한참 푹 빠져서 만들다 보면 만들어진 완성품은 여백의 미가 한가득이다.

그런 내 생각들이 좀 부족하다 싶다가도 그냥 그것이 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해하기로 했다.


청소를 잘못하고 정리를 잘못하지만 디자인은 휑하고 깔끔해서 다행이다 싶다.

글을 쓰다 보면 할 말이 참 많아진다. 디자인은 휑한데 할 말은 많다.

시를 써볼까.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시는 잘 쓰려나.


봄이다.

봄이면 해마다 하는 교육강의가 있다.

매년 봄, 새 학기에만 진행하는 방송통신중학교 ICT활용수업 벌써 5년이나 진행했다. 올해는 구례공공도서관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한 스마트폰활용 수업과 초등생을 위한 메타버스와 코딩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바쁘긴 한데 할만할 것 같다.

안 되는 것도 없고 못하는 것도 없으니깐.



항상 교육 관련일을 하다 보면 징크스처럼, 이제 더는 안 되는 건가 라는 생각으로 포기할 때쯤 새로운 수업이 생기고 또 운명처럼 수업에 필요한 서류와 커리큘럼을 준비하게 됩니다.

포기했다는 마음보다는 포기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의 마음이 자신을 평정으로 유지하게 하여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네요.

구례에서는 어떤 교육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그냥 전처럼 타 지역으로 수업을 가야 하나를 마음으로 결정하게 된 시점, 공공도서관의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글은 매일 쓰고 책도 매일 읽는데 하는일들이 자꾸 많아지네요.

그래도 행복하고 즐거우니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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