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위로가 그립다.
"그렇게 많이 힘드냐?"
살다가 넘어지는 일도 있고 다치는 일도 있다.
너무 힘들어 모든 것을 놓고 싶어 졌을 때 더 이상 못할 것 같아서 울고만 있다가 다시 눈물을 닦고 참으며 웃으며 일상을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는 것은 참 모질고 버거웠다.
그래도 참고 살아내니 살아가고 있다.
참다가 참다가 나는 할머니에게 가서 울었다.
나와 그녀는 가깝지 않고 멀다면 아주 먼 관계였다.
결혼을 하니 두려울게 없어졌을까.
너무도 마음이 메말라 아무나 잡고 울고 싶었던 것일까.
멀고 먼 관계에 말 한마디도 하기 어려웠던 할머니였지만 그 순간은 내게 모든 것을 알려주는 좋은 길잡이 같았다. 나는 할머니 손을 한참을 잡고 울었었다.
길 가다 넘어질 뻔했는데 발등옆날이 실금이 가서 발목까지 깁스를 했던 날,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에 살면서 3개월을 쿵쾅거리며 오르고 내리던 날 결심했었다. 다시는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에 살지 않겠다.
그때는 마음으로 울었었다.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설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가진 것을 지키지 못한 자신에 대한 원망.
그럴 때마다 할머니가 해주셨던 말을 생각했다.
"괜찮다. 살아만 있어도 감사할 일이야."
봄이 오고 할머니가 떠나신 지 몇 년이 지났지만 가끔 그날을 생각해 본다. 힘들다고 울던 때에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하라던 말씀이 계속 생각난다.
그때 나는 죽을까 도망을 갈까 생각하던 때였고 할머니는 삶에서 목숨보다, 살아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했었다. 그때 나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그때의 이야기를 한줄기 빛처럼 잡고 살아왔다.
요즘처럼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질 때면 그때의 일을 떠올리고 감사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본다.
며칠 몸이 안 좋다 싶더니 병원을 가니 원인불명의 이명이라고 한다.
문득 내주머니에 병원검사비가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보험청구하면 병원비가 또 나올 거 같아 마음이 여유로웠다. 현실은 당장에 내야 할 병원비, 받게 될 돈 치유되기 어려운 상황은 아직 확진하지 못한다는 것. 죽을병은 아니지만 평생의 친구가 하나 더 늘었다.
친절한 설명을 해주시는 선생님을 만나 고마웠고 운전이 어렵다 하니 싸워서 말을 안 하던 남편이 운전기사로 따라와 주니 그 또한 감사했다.
좋은 집, 좋은 물건 가지고 있으면 좋은 것들 참 많다.
없다고 슬픈 것은 아닌데, 없으면 조금 불편할 뿐이다.
문득 내야 할 세금을 밀리지 않고 내고 얄팍한 주머니지만 오늘 저녁에 가족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보일러를 넉넉히 돌려서 따순 집이라 감사한 것이 아니라 보일러를 넉넉히 돌리니 난방비를 걱정하는 하루, 조금 덜 따뜻하면 어떻고 조금 덜 먹으면 어떤가.
집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이를 못 보는 것도 아닌데 어쩌면 오늘은 그 누구보다 부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많이 힘드냐?"
"조금만 더 있어봐. 숨만 붙어 있어 있어도 감사할 날이 올 거야. 걱정하지 말어."
선견지명 같은 말씀을 해주시던 집안할머니가 계셨었습니다.
그분이 돌아가신 지 몇 년 되었지만 그분과 나누었던 그때 그 말씀들을 가끔 떠올려봅니다.
아팠던 어제를 잊지 않으면 오늘은 늘 축제이며 감사함이 넘치네요.
오늘도 무사히 잘 지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