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새로운 시작, 새로운 고민... 한주가 사라지다.

by 연어사리

실제 시간과 체득한 시간이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이질적이고 황당한지 느껴본 사람들만 알겠지.

퇴사를 하면 정신적으로 만족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불편한 것을 예상했었다. 퇴사라는 수순도 이미 정해진 것이었지만 때가 언제인가였을 뿐 오늘내일이 될 줄은, 너무도 안일했었다.


갑작스러운 퇴사가 결정되고 1인 사업자(1인 사업가라 쓰고 1인 사고결정자라고 정한다.)로서 살아가기로 했다. 자발적인 퇴사였기에 모든 선택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도와주는 이는 없다. 남편과 아이는 그야말로 방관자일 뿐 오히려 평소 남이라 부르던 평행선의 지인들이 더 살갑고 도움을 주려한다.


새로운 시작을 하면 상쾌할 것만 같았고 통쾌할 것만 같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밀려드는 일, 일, 일!

늘 준비하다가 조금씩 미뤄졌던 모든 일들이 다 나의 몫이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그래 무게를 견뎌야 한다. 왕관이 너무도 무거워 그 무게를 줄이고 디자인을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기필코 견뎌 낼 것이다.


퇴사를 하게 되면 이상적으로 꿈꿨던 일상은 30분 모닝 독서 후 아침 운동을 한다. 적당한 아침을 챙겨 먹고 오전 도서관으로 간 뒤 2-3시간을 책을 읽고 점심을 먹는다. 오후는 사람들을 만나며 차를 마시고 저녁시간에는 하고자 했던 작업을 한다.

그것이 내가 늘 꿈꿔왔던 일상이었다.

현실은 부족한 잠을 언제 잘 수 있을까 라는 생각만 가득한 퀭한 눈빛의 좀비와 다를 바 없는 일 생각뿐이다.


바빠도 계획은 멈출 수 없다.

텀블벅 펀딩이 무산됐지만 또 다른 펀딩과 디자인을 세상에 보여줄 것이다.

거창하지 않은 나만의 생각과 나만의 결과물, 구례현 AI가 만들어내는 조합의 결과물.


스크린샷 2023-07-03 오후 2.51.38.png 반야심경 필사노트 완성 디자인


역시 생각은 묵힐수록 좋은 것인가.

계속 생각했던 만다라의 꽃잎이, 상상 속의 그 꽃비.... 풍성한 나무 위 가득하게 뿌려진 꽃잎들을 생각했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상상 속 만다라꽃(Indian Coral Tree 또는 Mandara, Sunshine Tree 또는 상아화 象牙花)과 현실의 코랄 레드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반야심경 필사노트를 기획하던 그때부터 계속해서 생각했던 만다라 꽃비가 내릴 것 같은 풍성한 만다라꽃의 꽃나무, 그것을 상상했었지만 원하는 모양새가 나오지 않아 단순한 시그니처가 전부였던 구례현상점으로 여백을 채웠던 반야심경 필사노트. 아쉬움보다 나를 돌아보게 되었던 시간이 된 펀딩기간, 이제는 완전함으로 다시 도전한다.


누가 그랬다. 세상은 사랑이라고.

쪼개고 쪼갠 시간을 가지고 방문했던 귀한 북토크에서 만난 작가(0원으로 사는 삶, 박정미)는 아무것도 없이도 세상의 넘치는 사랑을 이해하면 돈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래 그 넘치는 사랑, 나도 살짝 이해해 보는 중이다.


덕분에 늘 생각했던 그 날카롭던 빨간 발톱 같던 아름다운 꽃잎을 하트와 낙서 같은 코일모양으로 형상화했다. 덕분에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지만 만다라꽃의 풍성함까지 잘 표현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


하늘에서 정해준 운명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그 길 위에 있는 것인지 그 길을 벗어난 것인지, 어떤 사실도 확인하지 못했으니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가고 싶은 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작업실에 새로운 것을 채워 넣기 위해 짐을 빼고 나니 그 짐은 거실에 가득 채워졌다.

그런데 그 짐이 말 그대로 짐이 되어 있었다. 작업실에 하나둘 놓여있을 때도 조금 많다 싶었는데 거실 곳곳에 침대 아래로 집어넣어 둔 책뭉터기들과 창작을 위한 부산물들 모두 다 내가 가진 짐이었다.


그래 이제 좀 정리하자.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을 실행하자.




늘 매주 1회 이상 업데이트가 목적이었는데 깜빡해 버리고도 깜빡한 줄 모른 체 지나갔고 책리뷰 마감일도 착각하고 허둥지둥 바쁜 것도 없었는데 1주일이 사라져 버렸답니다. 뜬끔없지만 나를 위한 시간과 금전적인 자유를 위해 가게맥주를 창업하겠하고 준비하다가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덜컥 퇴사를 하고 나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게 지나가버리네요.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는데 작업실에서 빼낸 짐들을 보며 내가 참 부자(?)였구나 싶었다가 그 짐을 갑작스레 옮겨준 동생부부에게 감사함을 다 말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네요.

처음 시작은 가게맥주집이 계획이었지만 이제는 술도 팔고 밥도 파는 야식(?) 집이 되어가고 어쩌면 밥집과 술집 그 중간에 어정쩡한 포지션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와서 먹는 이들이 푸짐하게 먹고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운영하려 합니다.

기존에 창작물과 작업실은 적당한 샵을 찾기 전에는 온라인으로만 진행할 예정이고요. 기존 구례현상점 장소에서는 술과 밥을 파는 맥주집(가칭, 술고래밥상)을 운영하려 합니다. 혹시 구례 근처를 지나가게 되는 분들 중, 저를 직접 만날 기회는 오후 6시 이후부터 늦은 밤이 될 거 같네요.

지금 머릿속 생각은 <심야식당> 같은 상상력이 펼쳐져 있지만 실제는 어떤 모습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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