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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구름 Mar 05. 2021

어린왕자와 지리학자

너무도 유명한 책. 어린 왕자. 너무 익숙해서 읽어 보았다고 생각되게 만드는 책. 나도 이 책을 읽어봤다. 언제였는지는 모른다.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그 유명세에 비해 재미없었다.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다. 지난주에 다시 한번 책을 집어 읽었다. 그 이유는 인터넷 어디에선가 보게 된 "완벽함이란 더 이상 추가할 수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버릴 것이 없을 때이다."라는 글 때문이었다.


이 글이 <어린 왕자>에 나온 줄 알았다. 이 글을 강의하는 곳에 인용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정확한 '소스'를 알아야 한다. 직업병이다. 그런데, 책 읽는 내내 내가 찾고자 했던 글귀는 없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 글은  <어린 왕자>에 나온 것이 아니라 저자인 생택쥐베리가 했던 말인 것 같다.


덕분에 다시 읽게 된 <어린 왕자>. 어라, 이번에는 정말 박진감 넘치게 읽히는 것이다. 왜 사람들이 어린 왕자를 기억하는지 알겠더라. 6학년 딸은 재미없다고 한다. 어린이를 위해 쓰였지만 어른 동화로 더 알려져 있다는 번역자의 설명이 있다.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책을 재밌게 읽었으니 나도 어른이 된 건가?


책을 덮고 나서 많은 구절, 인물들이 생각나지만, 그중에 계속 떠오른 한 사람이 있다. 지리학자. 어린 왕자는 지리학자에게 묻는다.

"지리학자가 뭐 하는 사람인데요?"
"지리학자는 바다나 강, 마을, 산 그리고 사막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지."


그러자 어린 왕자는 계속 묻는다.  "넓은 바다가 있나요?" "산은요?" "강, 사막은요?" 계속되는 질문에 지리학자의 답변은 "잘 모르겠다"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난 탐험가는 아니란다. 내겐 탐험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단다. 그리고 마을, 강, 산, 바다, 사막들을 세러 돌아다니는 건 지리학자가 할 일이 아니야. 지리학자는 너무 중요한 사람이라서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닐 수가 없단다. 책상 앞을 절대 떠나지 못해. 대신 서재에서 탐험가들을 맞아들이지. 그들에게 여러 질문을 하고, 여행에서 겪은 그들의 경험을 기록하는 거야.....”


나는 그런 의미에서 지리학자이다. 탐험가를 동경한다. 책 속의 지리학자와는 반대로, 눈을 돌려 보면 주변에 탐험가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나는 도무지 탐험가를 만날 시간이 없다. 지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추가할 수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버릴 것이 없을 때이다."

기업의 '성과 평가 제도'를 떠올리며 그 시작점으로 사용하려 했던 글이다. 기업은 완벽한 성과평가를 위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것을 더 추가하려 한다. 그러나, 완벽에 가까워지려면 지금 하고 있던 것을 버려야 할 때 아닐까?


#그러고 보니 내 인생도 완벽을 위해 무언가를 더 '장착'하려고만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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