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강아지를 분양받아 집으로 데려왔다.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는 딸아이는 몇 년 전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다. 그러나 나의 대답은 "기다려"였다. 어릴 적 서울 변두리에 있는 중계동에 살 때(지금은 변두리가 아니다), 마당에서 강아지를 키웠다. '누렁이'도 키워보고, '복실이'도 키워봤다. 그런데 아파트에서 강아지라니!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집 안에서 함께 살기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마당 있는 집"을 사서 이사하면 강아지를 키우기로 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마당 있는 집을 사기는커녕, 현재 있는 아파트 전셋값 오르는 것을 감당하기도 벅찼다. 이렇게 몇 년이 더 흐를 것이다.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온다고 확신할 수 없는 미래를 기대하느니, 지금을 즐겁게 사는 편이 좋겠다고 결심했다.
carpe diem
그렇게 강아지를 맞이할 준비를 하니, 공부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주사도 맞아야 하고, "개밥"이 아닌 사료, 배변 매트, 발톱깎이, 샴푸..... 등등 등등 등등. 반려견 키우기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현재를 즐기지도 못하고 더 피곤해지는 것은 아니겠지?
가장 큰 변화는 거실의 구조다. 우리는 소파도 없고 TV도 없다. 거실 한가운데 커다란 8인용 테이블이 있다. 벽에는 작은 책장 3개가 있고, 구석에는 컴퓨터 책상이 자리 잡고 있다. 새로 맞이하는 강아지가 거실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놀 수 있도록 거실 구조를 바꾸어야 했다. 책장 하나는 딸아이 방으로 옮겼다. 가운데 있던 커다란 테이블은 컴퓨터 책상 쪽으로 붙여 놓았다. 강아지가 미끌거리는 바닥을 뛰놀다 탈골이 될 수 있다고 해 미끄럼 방지 매트도 준비했다. 한편에는 강아지 울타리와 집을 마련했다.
드디어 강아지를 맞이 할 준비를 마쳤다. 아이들과 함께 앞으로 15년 이상을 함께 살겠다는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했다.
지난 주말 집안을 청소하고 구조를 바꾸면서 아내는 옛날 생각이 난다고 했다. 2009년 10월 딸아이가 태어나기 전, 모든 집안 구조를 갓난아기를 돌보기 편한 구조로 바꾸었던 기억.
강아지를 데리고 온 첫날, 우리 가족들은 모두 거실에 앉거나 누워 강아지를 지켜보았다. 아직 보완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거실 구조가 맘에 든다.
<제2의 기계시대>의 책에는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설명한다. 증기기관을 통해 대량 생산하던 공장에서 전기를 들여왔다. 편리해진 전기 덕에 공장의 생산성은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 공장의 생산성은 전기 설비를 사용한 뒤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물론 당시에는 간단하지 않았겠지만). 공장의 구조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기기관 중심의 공장은 대형 축을 중심으로 기계들이 배열되어 있었다. 중심축으로 전달되는 동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힘이 많이 필요한 기계는 동력 중심축을 기준으로 배열되었다. 그러나 전기모터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어느 곳이나 전기만 있다면 동일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공장의 구조가 현대식의 작업 흐름의 형태로 바뀐 것은 전기모터가 들어온 뒤 30년이 지난 뒤었다. 그렇게 구조를 바꾸니 생산성이 증대되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4차 산업 혁명, 빅데이터 등등,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활용하여 성과로 창출하기 위해선 그것을 담아낼 새로운 조직 구조와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 넷플릭스, 구글, GE, 아마존 등의 사례에서 이야기하는 조직 운영 방식은 올바른 방향으로 보인다. 그들은 규율과 인센티브가 충분하거나 완벽하다는 생각을 버린다. 그들의 핵심은 <조직 문화>와 그 문화 속에 자리 잡은 <기업 철학>이다. 넷플릭스에 관련된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문화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전략입니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조직 구조와 운영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아직 모르겠다. 그것에 대해 공부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이러한 것들을 정리할 시간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