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직원들의 성과를 숫자로 측정하여 관리하는 것은 효율적인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빠른 의사결정에도 도움을 준다. 그러나 상호의존적인(interdependence) 일을 하는 기업에서 개인의 성과를 숫자로 측정한다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다. 아무리 완벽하게 측정하려 해도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는 정량적 측정 지표에 대한 세 가지 특성 때문이다.
위험 요인 (risk profile)
왜곡 (distortion)
조작 (manipulation)
첫째, 위험 요인. 동기부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낮은 위험 요인의 성과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모든 정량적 측정 지표에는 두가지 위험 요소(risk profile) 존재한다.
통제 가능한 위험 요소(controllable risk):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거나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위험 요소.
통제 불가능한 위험 요소(uncontrollable risk): 예측할 수 없거나 전혀 대응책이 없는 위험 요소.
강의 평가 점수를 생각해보자. 강의 평가를 잘 받기 위한 완벽한 공식은 없다.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은 누구인지, 강의 시간표는 어떤지, 강의장은 얼마나 쾌적한지 등등 예측할 수 없는 위험 요소들이 존재한다. 이는 통제 불가능한 위험 요소이다. 하지만 강의평가를 높이는 것은 한 학기 동안 교수들이 얼마나 강의를 열정적으로 하는지, 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쏟는지 등이 중요하다. 이것을 통제 가능한 위험 요소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강의평가는 통제 불가능보다는 통제 가능 위험 요소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즉, 강의 평가를 높이는 것은 교수의 몫이다.
만약 교수들에게 대입 지원 경쟁률을 목표로 제시하면 어떨까? 연구 실적, 평판 등은 고등학생들이 대학교를 지원하는 결정 요인이다. 그런데, 과연 교수들이 얼마큼 대입 경쟁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거기에는 대학 자체의 명성, 지리적 위치, 인구변화 등의 통제 불가능한 위험 요소들이 너무 많다. 그렇게 되면 경쟁률을 높이기 위한 동기부여가 낮아진다.
따라서, 성과 지표는 통제 불가능한 위험 요소를 줄이고, 통제 가능한 위험 요소를 늘려야 한다. 통제 가능한 요소가 많을수록 이를 달성하려는 동기부여의 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끔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성과지표를 할당(?) 받을 때, 직원들은 무관심하다. 노력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모든 것은 운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둘째, 통제 가능한 위험 요인만으로 이루어진 성과 지표는 왜곡(distortion)이라는 문제점을 야기한다.
통제 가능한 목표는 매우 구체화된 지표여서 직원들의 노력이 대부분 성과 지표의 달성으로 연결된다. 직원들은 자신의 노력이 어떻게 성과로 이어지는지 충분히 알고 있다. 반대로, 통제 불가능한 위험 요소가 많은 측정 지표는 자신의 노력이 성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직원들은 자신의 노력으로 달성 가능한 측정 지표에만 매몰되어 다른 중요한 성과지표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게 된다. 이를 왜곡이라고 한다.
만약 교수들에게 '강의 평가'와 '대입 지원 경쟁률'을 성과지표로 제시한다면, '강의 평가'에만 신경쓸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새로 부임 한 CEO에게 1년 안에 브랜드 이미지와 영업이익으로 평가한다고 생각해보자. 브랜드 이미지는 단기간에 바꾸기 어려운 '통제 불가능한 위험 요소'가 많다. 영업이익은 단기간 할인, 마케팅 등으로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일 년 안에 확실한 성과를 내기 위해 영업이익에 매몰되는 왜곡 현상이 나타난다.
셋째, 통제 가능한 측정지표는 조작을 가능하게 한다.
조작이란, 직원들이 언제, 어떻게 성과를 높이는지 잘 알고 있기에, 필요한 시기에 전략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는 행동이다. 물론, 이는 회사의 이익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특허 회사에서는 6월과 12월에 성과평가를 한다. 각 평가 시기마다 특허 등록 실적에 따른 보너스를 지급한다.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하면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는다. 6월이 되자 특허 등록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것을 예상한다. 따라서 특허 등록을 7월 이후로 미뤄둔다. 무사히 12월에 목표 달성을 하고 보너스를 받는다.
완벽하지 않은 정량적 성과 평가
성과 지표가 100% 회사의 이익에 연결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또한, 그 지표가 직원들을 강력하게 동기부여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이를 위해 기업에서는 완벽한 성과지표를 개발하여 측정 하려 한다. 하지만 완벽한 것은 없다. 성과측정이라는 것에 내재된 특성이 trade-off의 관계로 나타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