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공감하지 못하는 어른
요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남편이 공감을 잘 못 해줘서 힘들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지치고,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죠.
요즘은 ‘공감 능력’이라는 말을 흔히 쓰지만, 예전에는 “대화가 안 통해서 그래”라는 말로 대신하곤 했습니다. 그 말 안에는 결국 “내 얘기를 잘 들어주지 않고, 내 마음을 몰라준다”는 공감 부족에 대한 서운함이 담겨 있었던 거겠지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진심으로 공감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대부분 가장 가까운 사람일 겁니다.
하지만 그 가까운 사람이 내 감정을 가볍게 여기거나 무심히 흘려듣는다면? 당연히 마음이 상하고, 화가 나고, 더 나아가 상대에 대한 미움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갈등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닙니다. 이처럼 작고 사소해 보이는 서운함들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점차 깊어지는 게 아닐까요.
물론 상대의 말에 100% 공감하기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마음만은 헤아려보려는 태도가 있다면, “공감 못해주는 사람과는 도저히 못 살겠다”는 말까지는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혼 사유 1위는 성격 차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이유가 포함되겠지만, “말이 안 통해서 힘들다”는 것도 분명 있을 겁니다.
예전에 부부 관계를 다룬 한 방송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부부였는데, 아내는 감성적이고 섬세한 사람, 남편은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대화를 듣다 보니, 저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습니다.
“그냥 아내한테 ‘너무 힘들었겠구나. 고생 많았네. 네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해’ 한마디만 해줘...”
아픈 아이를 돌보며 오랜 시간 외로웠다고 털어놓는 아내에게, 남편은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었거든요. 한편으론 아내에게도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되지만 이제는 과거에서 조금씩 걸어 나와 자신을 위한 삶도 함께 그려보면 어떨까 하고요.
그 부부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서로의 마음을 조금만 더 알아주려 했다면 풀 수 있는 문제처럼 보여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공감을 바라는 요구가 일방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내 말에 무조건 고개만 끄덕이길 바란다면, 그건 공감이 아니라 강요에 가까울 수도 있으니까요.
‘공감한다’는 건 단지 “응, 알겠어” 한마디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상대의 마음을 진심으로 들여다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의 태도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야 기계적인 반응처럼 느껴지지 않고, 상대도 “이 사람이 내 마음을 정말 알아주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진심 없는 공감은 오히려 또 다른 상처를 남깁니다. 그래서 상대방은 어느 순간 이렇게 말하게 됩니다.
“그렇게 영혼 없이 말고, 진심으로 공감해 달라고!”
물론 타고나기를 공감 능력이 약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가까운 관계에 있다면, 때로는 공감을 기대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성향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나를 지키는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이렇게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나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질 수 있으니까요.
어른이 되어도 인간관계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서로 다른 마음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야 하니, 갈등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요.
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배려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큰 문제도 작아지고, 작은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