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참된 어른이 되기 위한 질문

10. 사과할 줄 아는가?

by 밝을 여름


‘사과’는 정말 어려운 걸까요?

생각보다 ‘미안해’ 한 마디가 이렇게나 어려운 말이라는 걸,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마흔이 다 되어서야 책과 사색을 통해 혼자 마음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세상이 조금씩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이 더 이상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평범한 하루에도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가끔씩, 그 평온한 일상을 뒤흔드는 일들이 생기곤 했습니다. 마치 하늘이 저를 시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지혜롭게 넘겨야 했지만, 저는 매번 그러지 못했습니다. 몇 년간 좋은 생각, 좋은 마음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지만, 1년에 한두 번은 꼭 위기가 찾아오곤 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어느 기관에서 진행하는 운동 프로그램에 인터넷으로 수강 신청을 하였고, 며칠 뒤 저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수강을 취소하였습니다. 저는 단순히 수강 취소를 누르면 자동으로 수강료가 환불될 줄 알았고, 기관에서 별도로 연락을 줄 거라고 생각하며 기다렸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전화를 하게 되었고, 전화를 받은 직원의 태도가 썩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 환불 금액에서 일정 금액을 제한다고 하니, 순간 화가 났습니다. 무엇보다 그 직원의 사무적인 말투와 응대 방식이 불쾌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그 길로 기관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직원의 응대 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었습니다. 흥분한 마음에 불만을 마구 쏟아냈고, 다른 직원이 나와, 저를 타일렀지만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소리를 지르진 않았지만, 속에 쌓인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하였습니다. 그러자 직원도 언성을 높이며 대응하였고, 그날의 상황은 그야말로 막장 드라마처럼 전개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화가 난 채 집에 돌아왔고, 이틀 동안 그 일만 떠올리며 다른 일에 집중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고 몇 달이 흐른 어느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놀랍게도 그날 다퉜던 그 직원이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고 계셨던 분이었습니다. 그 갈등 전까지는 서로 얼굴도 몰랐지만, 그날 이후로 이상하게 자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함께 있으니 무척 불편했습니다. 아마 그분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마음속으로 제 행동을 합리화하려 했습니다.

‘저 사람이 잘못한 거지, 나는 잘못한 게 없어.’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분에 대한 감정보다는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때마다, 먼저 내리는 그분의 뒷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도 말입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정말 잘못한 게 하나도 없을까?’


그날의 저를 다시 떠올려보니,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합리화하려 해도, 제가 잘못한 부분이 더 많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그분께 사과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평소 갈등을 겪는 일이 드물다 보니, 이 결심은 저에게도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이상하게 그분을 더는 마주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그 일이 맴돌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 하원 시간에 맞춰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그분이 엘리베이터 안에 혼자 타고 계셨습니다. 분명 제가 누른 건 내려가는 버튼이었고, 그분은 저층에 살고 계셨기에 위로 올라오실 일이 없었는데, 아마 버튼을 잘못 누르신 것 같았습니다. 그분을 보는 순간 저는 바로 말을 꺼냈습니다.


“저 기억나시죠? 그때 기관에서...”

“네, 알죠.”


그분은 다행히도 제 말을 받아주셨습니다. 저는 이어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때 제가 했던 행동에 대해 사과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때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렇게까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저도 모르게 너무 흥분했었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그러자 그분은 아주 온화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이해합니다. 아직 젊어서 그래요. 저도 젊었을 땐 그랬어요. 괜찮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먼저 사과해 줘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기회 되면 같이 차 한잔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왈칵 눈물이 쏟아질까 봐 겨우 참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그분과 화해를 하였습니다.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가슴속 깊이 돌처럼 박혀 저를 누르던 무거운 마음이 한순간에 가벼워졌습니다.


저는 그동안 괜찮다고 생각했고, 잊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은 마음 깊은 곳에서 여전히 저를 짓누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짧은 몇 분의 화해를 통해, 제가 얼마나 그 일로 힘들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기분이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시험에 붙은 것도, 취직이 된 것도, 로또에 당첨된 것도 아니었지만, 마음이 날듯이 가볍고 행복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분이 서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과장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빛이 보였습니다. 참고로 저는 종교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날 그분은 정말 ‘신’처럼 느껴졌습니다.


사과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랜 고민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사과하기로 마음먹고, 그것을 실천하는 순간, 정말 기적이 일어납니다. 무엇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이 행복해집니다. 마음이 후련해지고, 발 뻗고 편하게 잘 수 있게 됩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또 누군가에게 미움받고, 그런 불편한 관계로 살아가는 일은 결국 저 자신에게도 상처가 됩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사과할 일이 있다면, 너무 망설이지 말고, 너무 오래 끌지 말고, 내가 먼저 사과하자고요. 그것이 결국 나도, 상대방도,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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