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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형광 Jan 01. 2021

우물 쌓는 개구리

시작하는 작업치료사들에게

새해 첫 아침

2021년에 대한 다짐을 어떤 방식으로라도 다짐을 계획하는 지금.

지금 이 순간 내가 생각하고 있는 계획의 방향과 목표점은 어디인가? 혹시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가?


멘토 강의 또는 실습지도를 위해 만나는 전공 학생들과의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하는 주로하는 질문


“졸업하면 뭐하고 싶어요?”


질문에 대한 대다수의 학생들의 답의 형태는   

대학병원에 가고 싶습니다.

성인을 치료하고 싶습니다

소아를 하고 싶습니다.

센터에 가고 싶습니다.

뽑아주는 곳 어디든 가야죠.


등 작업치료학과를 졸업하고 자신들이 취업하고 싶은 직장에 대해 답한다. 아마도 올해 취업을 앞두고 있는 예비 치료사들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대답에 대해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한 두번째


“작업치료사로 뭐하고 싶어요?”


이번에는 일단 대답 하기 전에 미묘한 정적이 생긴다..


(..이건 뭔소리지..)


그럼 다시 또 위의 대답의 부연 설명이 돌아온다. 일부는 푸르메 선생님이 물었으니 푸르메에서 소아치료를 하고 싶단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병원”이라는 환경 내에서 치료를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병원에서는 “작업”이 뭔지 궁금하지 않은 사람들이 작업치료처방을 내려 준다.


1년,2년,3년…궁금한건 많은데 일도, 질문도 많이 받는다.


4년,5년…왜 의사들은 작업치료를 이해하지 못하는지 불만이 쌓이고, 이제 어딘가에 불만을 말해도 내가 잘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6년,7년,8년…병원 안에서의 치료에 대해서는 누군가를 교육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병원에서는 작업치료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9년 차…이제는 작업치료팀장으로 단언컨데, 이 병원에서 작업치료팀 선생님들 만큼 작업을 잘아는 사람은 없다. 흔히 보호자들에게 표현되는 초짜 선생님을 포함해서 우리팀 누구든지 간에 다른 방에 있는 어떤 직원들보다 작업치료에 대해서만큼은 우리가 베스트이다.


젊은 치료사들의 의지를 깎아 먹는 '디버프 주문'


“처방 나온대로 해야죠.”


그놈의 처방. 엄밀히 따지면 그 처방이라는 녀석은 “작업치료” 4글자에 10분, 20분, 30분 시간만 붙여서 나온다.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는 작업치료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일단 작업치료를 해보자.


물론 나의 작업치료가 의료진의 방향성과 다른 부분에 있어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혼난다.”

이렇게 다른분야의 전문가가 우리의 전문성에 대해 “혼낸다”면 “대들어보자.”

물론 스스로가 하나의 전문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전문가로서의 견해를 답할 수 있다면 다른 분야의 전문가를 작업치료 전문가로 만드는 시도를 말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사용해서 방향을 조율해보자.

이 대화의 방향이 일방적인 기관이었다면 나는 푸르메를 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나의 상황에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안에서 작업치료사 함형광 팀장”에게 기대하는 만큼의 “업무”가 분명하게 있다.


그 이전에 “작업치료사 함형광”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 능력은 분명 병원이 알고 있는 “작업치료처방”보다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치료사" 가 대단한 부분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작업치료사들 이기에 더 많은 작업치료사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집단이 모여서 하는 뒷담화는 큰 힘을 갖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형광” 그리고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은 아직도 계속 생기고 있고,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작업치료사 그 이상이다. 작업치료사의 면허는 활용하는 것이지 우리의 능력을 제한하는 족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분명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작업치료사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그 이상의 것을 좋아하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병원(직장)을 해야하는 일을 하고,

작업치료사는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나의 이름은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


오늘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우물 안 개구리가 해야할 것은


우물을 쌓는 것이 아니라

뛰어보자. 아마도 당신은 개구리치고 높이 뛸지도 모른다.

그리고 먼저 우물 밖의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갖도록 하자.


우물 안은 편하지만, 우물 밖 세상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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