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어도, 아이들은 말한다.
작은 손짓, 조용한 표정, 닫힌 입술.
그 모든 게 아이의 언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말 없는 말들을 읽어내려는 다정함 하나.
그날 저녁, 우리 둘째 아이의 식사 성적이 평소 같지 않았다.
언니의 밥그릇을 탐하던 작은 도깨비가
숟가락을 입 가까이 가져가자 고개를 돌렸다.
‘아, 오늘은 좀 입맛이 없나 보다.’
그 순간엔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평소 음식 앞에선 “아~앙” 하고 입을 크게 벌리던 아이였다.
입맛에 맞는 뭔가 들어가면 고개를 끄덕이며 맛있다는 신호도 보냈다.
그런 빛이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데 나는,
그 작은 이상함을 그냥 흘려보냈다.
“먹기 싫으면 먹지 마. 안 먹으면 너가 배고프지.”
나는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이 작은 인간에게 괜히 한숨을 쉬어버렸다.
다음 날 아침,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업무를 준비하는 중에 아내에게서 연락이 왔다.
“빛이 좀 토했어. 병원 갔더니 장염이래.”
아...
나를 찾아오는 부모들에게 그럴 수 있다고 말하는 게 내 일임에도, 그 순간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제야 어젯밤의 작은 이상함이 퍼즐처럼 맞춰졌다.
먹지 않던 그 모습.
말없이 나를 보던 눈.
숟가락을 밀어내던 조심스러운 손짓.
그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뿐이었다.
아이는 분명히 전하고 있었다.
“왜 그래?”
“먹기 싫어?”
“안 먹으면 안 돼~”
라는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의 언어를 덮어버린 것이다.
다행히도 빛이는 하루 정도 약을 먹고 금방 괜찮아졌다.
기운도 돌아왔다. 다시 식탁에 앉아 언니 그릇을 탐내고,
“떡뻐 떡뻐~” 하고 과자를 향해 소리 쳤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울컥했다.
아픈 것도, 회복도,
모두 말 없이 다녀간 일 같았다.
입을 닫았던 것도,
마음을 열었던 것도,
말 한 마디 없이 조용히 지나간 시간.
아빠가 잘 들어주지 못했던 어제의 신호들.
그리고 오늘도, 다시 웃으며 다가와주는 아이의 용서.
아이들은 말보다 행동으로 먼저 마음을 꺼내놓는다.
나는 전문가이지만 내 아이의 그 목소리를 듣는 것에는 초보 아빠이다.
그래서 그저 옆에 오래 앉아 있으려 한다.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말할 수 있도록.
내 눈으로, 손으로, 마음으로
아이의 마음을 더 읽으려고.
나는 매일 그 마음을 받는 아빠가 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