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조금은 차갑게 느껴지는 이른 아침부터
따뜻한 목소리가 잠을 깨운다.
시끄럽게 울리는 전자음과 진동보다
확실하고 행복한 알람이다.
"이게 누구지? 아빠 딸인가?"
지금 이순간, 누구보다 행복한 아빠의 물음에 아이가 대답했다.
"아니!"
이럴 수가...조금 아쉽지만 다른 선택지를 던진다.
"그럼 누구지? 엄마 딸인가?"
"아니! 새별이야!"
아무렇지 않게 자아를 찾아가는 커버린 딸의 가르침에 많은 생각들이 차오른다.
조금 전까지 나의 딸이었던 아이는 이제 당당히 말한다.
아빠의 소유도, 엄마의 소유도 아닌 ‘그 자체로서의 존재’.
자신의 이름을 꺼내며 세계에 자리를 내는 그 순간이 낯설고, 놀랍고, 찡했다.
작은 손, 앙증맞은 목소리, 아직 철없는 장난기 속에
스스로를 ‘무엇’이 아닌 ‘누구’라고 선언하는 그 아이는
나보다 훨씬 먼저 ‘존재의 주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 짧은 한마디는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기도 했다.
나는 누구일까.
누군가의 아빠, 남편, 치료사, 팀장, 그리고… 함형광.
수많은 역할과 이름 뒤에 숨겨진 나 자신을
나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아이에게 배운다.
우리는 결국 누군가의 일부가 아니라
스스로의 이름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오늘도 그 가르침 덕분에,
나의 하루는 조금 더 깊어진다.